난곡성당 자유게시판

6시간의 사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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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진석 [ryu4337] 쪽지 캡슐

2005-07-11 ㅣ No.4785

*이글을 성당을 위해 헌신적으로 애쓰는 모든 형제자매님들에게

바칩니다. 

 

 

 

6월26일(일)은 오후부터 폭우가 내리기 시작하여  저녁에 잠깐 멈칫하더니

다시 굵은 빗줄기를 마구 뿌려댔다.

밤9시즈음 최창수프란시스코형제는 집에서 편안히 휴식을 취하다 베네딕타 수녀님의

급한 전화를 받았다.

"보일러실이 물이 넘치고있어요!

빨리 와주세요"

옷을 걸치는등 마는등하며 부리나케 뛰어와보니 물은  마구 보일러실로 흘러들어

오고 있었고 야만시아 관리장 과 야고보형제가  물을 퍼내느라 여념이 없었다.

"언제부터 이리 넘친거요?"

"8시반부터 눈에 띄게...헥헥"

7순을 이미 넘긴 야만시아관리장 할아버지는 얼굴에 땀이 가득했고 힘이드는지

연신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계단의 빗물이 빠르게 흘러나와 관리장님의 얼굴을 아프게 때렸지만 그분은

전혀 동요없이 빗물을 계속 퍼냈다.

최창수프란시스코형제는 지하식당의 양동이를 갖고와 쉬지않고 물을 퍼냈고

야고보형제는 세면기를가져와 밖으로 계속 물을 빼냈지만 보일러실 침수상황은

전혀 나아지질 않았다.

"도대체 어디서 물이 계속적으로 흘러 나오는거야"

"벽과 천정 거기에다 계단에서도... 형제님 저희3명 갖고는 안되겠어요!

어디 연락할 형제님없어요?"

야고보형제가 끊임없이 흘러내리는 물의 양에 질려버렸는지 얼굴이 하얗게 변했다.

"없어! 오늘따라 토마와 하상바오로는 지방에 가있고

어떤 형제는 만취가되어 집에 아예 쓰러져 자는데..."    

 

 

끊임없이 흘러내리는 빗물에 넌덜이 난지도 오래이다.

밤9시부터 성당 보일러실의 물을 세면기와 양동이를 동원하여 수없이 퍼냈건만

벽속에 가득 스며들어있었던 물이 계속적으로 흘러나왔고  비가 그치지않아서인지 

끊임없이 계단을 타고 내려왔다.

최창수 프란시스코 형제는 양미간을 좁힌채 방금 피웠던 담배를 급히껐다.

"야고보! 양동이갖고 안되겠어 큰 다라 갖고와!

이러다간 보일러실이 완전 침수되어 냉난방 시설이 마비되겠어"

한덩치하는 야고보형제가 대형다라를 가지고 급히오다 계단에 미끄러졌다.

"야고보 괜챦어! 다치지않았어!"

"아프지는 않아요"

"조심해야지"

야고보는 다소 근육이 놀랬는지  아니면  삐었는지 오른쪽 다리를 절룩거렸다.

두사람은 다라에 물을 그득 담고 비오듯 흐르는 땀으로 따가워진 눈을 제대로 뜨지도

못한채 조심스레 계단을 걸어올라갔다..

계단 중간을 오르는 순간 고였던 물이 한꺼번에  쏟아져내려  꼼짝없이 그자리에 서서

온몸으로 빗물을 맞아야만했다.

최프란시스코형제가 중심을 잃어 계단아래로 굴렀고 이어서 대형다라와 함께

야고보형제도 엎어졌다.

야만시아관리장 형제님이 놀라 부리나케 다가와 일으키려는 순간  두사람은 

벌떡 일어나더니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고 마구 웃어댔다.

"야고보 얼굴좀 봐! 완죤히 깜둥이야!"

"형님두 장난이 아닌데..."

 

 

5시간이 넘게 물을 퍼내자 보일러실 바닥이 드러나기 시작했고 벽틈으로 새어나오고

계단으로 흘러내려왔던 빗물이 현저히 줄어들었다.

"야고보 조그만 더 힘내자구! 이젠 잡았어"

세명의 난곡성당의 파수꾼들은 마지막 힘까지 동원하며 한방울의 빗물마저

말끔하게 제거했고 성당 보일러실은 언제 그랬냐는듯이 깨끗해졌을뿐만 아니라

보일러실 바닥은 반짝거리기까지했다.

최창수프란시스코형제는 봉걸레로 연신 계단의 빗물을 닦아냈고 물때로 얼굴이

시커멓게 변한 야고보형제는 양동이등을 제자리에 갖다놓으랴 여념이없었고 

관리장 할아버지는 허리가 아픈지 일어섰다 앉았다를 반복하며  보일러등

각종 기기를 점검하고 있었다.

9시부터 시작된 한밤의 폭우와의 사투는 6시간이 지난 새벽3시가 되서야 겨우 끝이났다.

최프란시스코형제는 성당 마당에나와 담배를 입에물고 얄밉도록(?)  맑은 하늘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야고보형제가 라이터를 가져다 그의 담배에 불을 붙였다.

"그나저나 걱정이다..장마철인데 성당에 비새는곳이 한두군데가 아닐텐데...

전부 손보려면 돈도 한두푼이 아니고.. "

"글쎄 말이예요..폭우가 올때마다 매번 이리 물을 퍼낼수도 없고요.."

집으로 향하는 두형제의 어깨는 성당에 대한 걱정 때문인지 어둠에 잔뜩

짓눌려 쳐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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