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당5동성당 게시판

낙엽지는 길을 걸으며

인쇄

유양수 [joseys] 쪽지 캡슐

2002-10-18 ㅣ No.2279

가을은 낙엽이 있어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하는 모양이다.

 

가을은 단풍이 들어 모든이의 마음을 붉게 만드는 모양이다.

 

가을은 그래서 어머니를 생각하게도 한다.

 

육신의 어머니나 영혼의 어머니나 어머니라고 불러만 보아도 흐믓하다.

 

성모님!!!!!!   길이 생각나네요.

 

                "길"

 

이미 지나간 과거에 연연하거나 집착하지 않는 길

오지 않는 미래에 대해 성급하게 낙관하거나 비관하지도 않는 길

 

타인들의 시선이나 판단에 나를 구속하지 않는 길

타인들의 시선이나 판단을 우습게 보지 않는 길

 

어느 지점에 이르러서는 무력할 수밖에 없음을 받아들이는 길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어서서 걷지 않을 수 없는 길

 

모든 극단으로부터 조금씩은 비껴서는 길

타인들에 대해 섣부른 판단을 함부로 발설하지 않는 길

 

필요 이상의 것들을 그때그때 나누는 길

나에 대해 확인되지 않은 좋지 않은 감정들을 믿지 않는 길

 

고칠 수 있는 것은 초대여, 없는 것은 은총으로 여기는 길

언제나 어디서나 내가 반짝여야 한다는 자의식을 무시하는 길

낄 때 끼 고 빠질 때 빠지는 길

 

작고 연약하고 불우한 생명들을 더욱 귀하게 끌어안는 길

이기심이 명분과 결탁하지 않도록 스스로 경계하는 길

 

쓴 것을 달게 받고 단 것을 쓰게 받을 줄도 아는 길

상처받을 위험을 감수하고 지성과 감성을 예민하게 버리는 길

 

불가능하던 것을 가능하게 뒤집는 기적이 있음을 믿는 길

함께 하지만 혼자, 혼자 이지만 함께 할 수밖에 없음을 잊지 않는 길

 

그 길 위에 이미 내가 서 있음을 돌아 볼 수 있는 길

 

                           유 요셉 드림.



46 0

추천 반대(0)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