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선물

직접가서 말씀드리기 미안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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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윤석 [drhur] 쪽지 캡슐

2001-10-19 ㅣ No.336

우리성당은 앞마당이 넓어서 농구대가 있다.  그리고 주임신부님이 꽃과 나무, 화분을 가뀌길 좋아하셔서 신부님 별명이 정원사이다.  

 

오늘 아침식사를 하는데 아주머니가 웃으시면서 "신부님 이 학생 아셔요? 성당 사제관문에 이메모를 붙여 놨더군요!"

 

그 메모장에는 이렇게 쓰여있었다.

 

"죄송합니다.

제가 농구를 하다가 부주의해서 그만 화분 하나를 깨고 말았습니다.

쏟아진 흙은 주섬주섬 모아 놓았지만 깨진 화분은 어떻게 할도리가 없었습니다. 직접가서 말씀드리기 미안해서 이렇게 글을 남깁니다.

 

 ***-****로 전화하시면 변상해 드리겠습니다. 죄송합니다.

 

 **  올림"

 

신부님들과 함께 그 메모장의 내용을 보면서 마음이 따뜻한 느낌을 받았다.

 

그 아이는 혼자서 농구하기를 즐기는 것 같다.

 

인적이 드문 저녁 해지기전 그는 수줍은 얼굴로 저녁을 먹고 산책을 나온 나에게 인사를 한다.

 

말이 없고 수줍음을 잘타던 아이의 마음이 담긴 글!

 

"직접가서 말씀드리기 미안해 이렇게 글을 남깁니다."라는 글이 그 아이의 마음을 대신하였다.

 

아침에 산책을 포기하고 얼른 전화를 하였더니 아이는 학교가 가고 없었다.

 

어머니에게 이메모장의 내용을 읽어드렸더니

 

좋아하셨다.

 

그에게 좋은 선물을 주기로 했다.

 

죄송한 그의 마음이 요즈음 신문을 읽은 착찹했던 나의 마음에 따뜻한 신문이 되었다.

 

성당 농구대 옆에 예쁜 화분을 치워야하나?

 

화분이 깨졌지만 아름다움은 오히려 꽃을 피운 아침이었다.

 

농구대의 화분들을 정말 어떻게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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