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강론

12월 18일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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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흥보 [peters1] 쪽지 캡슐

2019-12-17 ㅣ No.4078

1218일 수요일

 

여러분 혹시 사랑하는 사람에게 배신당해본 적이 있으신지요? 친지와 믿거니 하고 의지했던 이들에게서 배반당해 보셨는지요? 또는 나와 가장 가깝고 본성적으로 하나일 것으로 여겼던 부모와 배우자와 자녀들에게서 배신당했다고 느낀 적이 있으신지요?

 

오늘 복음에 나오는 요셉이 딱 그 모양입니다. 자기가 사랑한다고 여겼던 여인이, 자신을 사랑한다고 고백까지 했을지도 모를 여인이 자신의 아이가 아닌 다른 이의 아이를 가졌다는 것을 발견하는 순간 요셉의 마음은 아마도 당혹스러움과 함께 찢어질 듯한 아픔을 느꼈을지도 모릅니다. 요셉은 아마도 약혼녀인 마리아에게서 자신이 부정을 저지른 것이 아니라 성령으로 인하여 잉태된 것이라는 사실을 천사가 알려주었다는 말을 전해주었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성적인 요셉에게 그 말이 제대로 들릴지도 믿길 리도 없었으리라는 것은 너무나도 쉽게 수긍이 갑니다. 왜냐하면 오늘의 우리에게도 처녀가 잉태한다는 사실을 믿기란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입니다. 단지 우리는 이미 확정된 사실이라는 믿음의 사실로 받아들이고 있을 뿐입니다. 그러나 오늘날 그런 일이 다시 일어난다고 할 때, 우리가 쉽게 수긍할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하기 어렵습니다.

요셉은 밤새 씨름하고 또 분통을 터뜨리며 잠못 이루는 밤을 지냈을 것입니다. 복수의 감정이 불길처럼 타올라 마리아를 율법의 규정대로 고발하여 시장 한 가운데서 돌을 맞아 죽도록 할까 하는 생각에 빠졌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아이는 아니지만 자신의 아이로 키우고자 하는 마음을 가지기도 했지만, 옳지 않은 사실을 그냥 묵인하고 받아들일 수는 없었습니다. 밤새 방황하고 끓어오르는 감정을 가라앉히며 요셉은 결심합니다. 자신이 한 때나마 사랑했던 마리아에게 벌을 주거나 망신을 당하도록 하기 보다는 그냥 알 수 없는 여인의 행복을 빌어주리라. 오늘 복음은 그러한 요셉의 마음을 이렇게 전합니다 마리아의 남편 요셉은 의로운 사람이었고 또 마리아의 일을 세상에 드러내고 싶지 않았으므로, 남모르게 마리아와 파혼하기로 작정하였다.”(마태 1,19)

이렇게 요셉은 분노도 미움도 내려놓고서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배려를 다 했다고 여기고 나서야 겨우 잠을 청합니다. 그런데 이런 요셉의 꿈속으로 천사가 찾아옵니다. 그리고 요셉에게 마리아의 비밀을 확신시켜 줍니다. “다윗의 자손 요셉아, 두려워하지 말고 마리아를 아내로 맞아들여라. 그 몸에 잉태된 아기는 성령으로 말미암은 것이다. 마리아가 아들을 낳으리니 그 이름을 예수라고 하여라. 그분께서 당신 백성을 죄에서 구원하실 것이다.”(20-21)

부정을 못본 척 넘기지 못하는 의로운 사람이면서도, 그렇다고 남에게 피해를 끼치지도 않음은 물론 배려까지 하는 이성적이면서도 남을 배려할 줄도 아는 선성의 인간 요셉은 천사의 말을 듣고 받아들입니다. 인간 최고의 결정이라고 여겼던 자신의 결정을 뒤로하고 천사를 통해 들려온 하느님의 뜻을 받아들입니다. 이성적인 인간의 수준으로는 전혀 이해할 수 없고 받아들이기조차 힘들었던 사실을 믿음의 수준이기에 그 말씀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대로 실행합니다. “잠에서 깨어난 요셉은 주님의 천사가 명령한 대로 아내를 맞아들였다.”(24)

 

인간의 눈으로는 전혀 합당하지도 않고 정당하지도 않은 상황을 하느님의 눈으로 새롭게 바라보고 새로운 길을 걷는 신앙의 길을 되새겨 봅니다. 경제적이고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방안에 앞서 무엇보다도 바꿀 수 없는 인간의 고귀함과 인간 구원을 위해 자신의 가장 사랑하는 외아들 예수님을 희생제물로 바치신 하느님의 고귀한 뜻을 최우선으로 삼는 주님 구원의 십자가 길을 걸어갑시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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