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강론

연중 제31주일 모든 성인 대축일(가해) 마태 5,1-12; ’20/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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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흥보 [peters1] 쪽지 캡슐

2020-10-25 ㅣ No.4430

연중 제31주일 모든 성인 대축일(가해) 마태 5,1-12; ’20/11/01

 

 

 

 

  성당에서 매년 신부와 수녀는 영명축일을 공적으로 기억해 주는데 반해, 신자분들은 이렇다하게 챙겨드리지 못해, 매년 111일 모든 성인 대축일인 오늘 전신자분들의 영명축일 행사를 갖게 되었습니다. 전년도까지는 식사를 한 끼 대접해 드렸지만, 올 해는 상황이 어려워 기념 타올을 선물로 드리오니 미사 후 받아가셔서 요긴하게 사용하시기 바랍니다.

 

아울러 오늘 미사 중에 세례성사를 받은 지 50년 되는 분들을 위한 금세식과 25주년 되는 분들을 위한 은세식을 거행합니다. 그동안의 신앙생활의 노고를 경하하고 위로하면서, 앞으로 더욱 더 복음적으로 거룩해지시기를 기원합니다.

 

그동안 어찌 보면, 우리는 박해시기의 선조들과는 달리 이렇다할 어려움 없이 편안하게 신앙생활을 하였습니다. 70년대 민주화 운동이 가멸차게 울려 퍼질 때, 천주교 신자로서 군사정권의 부당한 공권력에 불청객처럼 대우를 받고, 성당에는 정보관계 공무원들이 드나들고 심지어는 미사에 참례할 때도 위협스런 눈초리로 검문을 받았으며, 공직에 머무르는 사람들이 본의 아니게 감시와 압박을 받기도 한 것이 사실이지만 생명을 걸고 신앙생활을 할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코로나19라는 전염균의 창궐로 인한 감염 상황이 우리를 마치 박해 같은 위협 앞에 마주서게 해주었습니다. 신앙생활에 대한 도전과 핍박이 아니면서도, 미사 전례와 기도 모임 및 활동이 신앙 생활이라기 보다는 감염되고 전염시킬 수 있는 사람들의 모임 형태로 간주되어, 감염과 확산 방지를 위하여 금지되기까지 했습니다. 비단 외적인 조치에 의해서만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도 감염에 대한 두려움과 장담할 수 없는 감염경로와 나 자신의 면역력 때문에 망설이고 주저하게 되었습니다.

 

이 상황은 우리 각자의 신앙심을 다각도로 재평가하게 하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인격적인 만남을 바탕으로 관계를 통해 전파되고 교류하는 신앙의 문화가 고립되고 변질될 위기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교황청 경신성사성에서는 그리스도교 공동체의 근본적인 특징에 커다란 영향을 끼쳤음을 지적합니다. “두 사람이나 세 사람이라도 내 이름으로 모인 곳에는 나도 함께 있기 때문이다.”(마태 18,20) 라는 주님의 말씀과, “그들은 사도들의 가르침을 받고 친교를 이루며 빵을 떼어 나누고 기도하는 일에 전념하였다. 신자들은 모두 함께 지내며 모든 것을 공동으로 소유하였다.”(사도 2,42.44) 라고 하는 초대 교회 활동의 근본적인 모습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 것입니다.

 

우리도 잘 알다시피, 비대면의 문화는 인간이 서로 직접 만나고 대화하며 통교를 하던 인격적인 관계를 반감시킵니다. 그렇게 되면 인간 서로는 각자 자신이 살아가는 방식의 서비스 제공자로만 등장하고, 물건처럼 순간적으로 취사선택하고 마는 도구처럼 되어 버림으로써 우리라고 하는 인류 공동체의 인격적 상호관계는 사라지고 취사선택하고 취급되는 대상으로 남게 됩니다.

 

이 시점에서 경신성사성은 그리스도인 공동체는 결코 고립을 추구하지 않았고, 교회가 문 닫힌 도성이 되도록 하지도 않았습니다. 공동체 생활의 가치로 양성되고 공동선을 추구하는 그리스도인들은 언제나 사회에 통합되고자 하지만, 다름을 인식합니다. 그리스도인은 세상에 속하지도 그 안에 환원되어 있지도 않으면서 세상 안에 존재합니다.”라고 우리의 신원을 드러내면서, 우리를 향한 주 하느님의 사랑을 일러줍니다. “우리는, 하느님께서는 당신께서 창조하신 인류를 결코 버리지 않으시고, 가장 힘든 시련조차도 은총의 열매를 맺을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합니다.”

 

그리고 코로나19 감염방지를 위해 중단된 신앙생활 상황이 되어버린 주님 제대와의 거리 두기 시기공복재의 시간으로 받아들입니다. 한쪽으로는 이 공복재가 성찬례의 필수적인 중요성, 아름다움, 헤아릴 수 없는 소중함을 재발견하는 데에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가능한 빨리 성찬례에 돌아가야 합니다. 주님을 만나 그분과 함께하며 그분을 받아 모시고 믿음과 사랑과 희망이 가득찬 삶을 증언하며 우리의 형제자매들에게 그분을 알리고자 하는 더 커진 바람으로 성찬례에 돌아가야 합니다.”라고 밝힙니다.

 

그러면서, 교회 역사상 4세기 초의 아비티나의 순교자들이 우리는 주님 없이 살아갈 수 없다.”라고 증언하고 사형장으로 나아간 순교자들을 기억하고자 합니다. 그 추억을 지금 이 상황에 연결하여 다음과 같이 묵상합니다.

 

- 그리스도인인 우리는, 주님의 말씀 없이는 우리 인성과, 우리 마음 안에 자리하고 있는 선과 행복에 대한 갈망을 온전히 깨닫고 살아갈 수 없습니다. 주님의 말씀은 전례 거행을 통하여 구체화되어, 오늘날 마음을 열고 귀 기울이는 이들을 향하여 하느님께서 하신 살아 있는 말씀이 됩니다.

 

- 우리는 십자가 희생제사에 참여하지 않고서는 그리스도인으로서 살아갈 수 없습니다. 십자가의 희생에서 주 예수님께서는 죄로 죽은 인류를 구원하시고자 기꺼이 당신 자신을 바치십니다. 구세주께서는 인류를 당신께 결합시키시어 인류가 아버지께로 되돌아가도록 이끄십니다. 십자가에 못 박히신 주님의 품에서 인간의 모든 고통은 빛과 위안을 찾습니다.

 

- 우리는 성찬의 만찬 없이, 곧 우리가 자녀로, 형제자매로 초대받은 주님의 식탁 없이 존재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주님 식탁에 모여, 천상 양식 안에 몸과 피, 영혼과 신성으로 현존하시는 부활하신 그리스도를 받아 모시어, 이 지상 순례의 기쁨과 어려움 중에 힘을 얻습니다.

 

- 우리는 주님의 가정인 그리스도교 공동체 없이 존재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우리의 형제자매들을 만나야 합니다. 우리는 이 형제자매들과 하느님의 자녀됨과 그리스도의 형제애를 나누고, 성소와 성덕을 추구하며, 나이와 개인사와 은사와 성소의 풍요로운 다양성 안에서 영혼을 구원합니다.

 

- 우리는 우리의 집인 주님의 집 없이 존재할 수 없습니다. 바로 우리가 믿음을 위하여 태어난 곳, 주님의 섭리적 현존을 발견한 곳, 좌절한 이들을 일으켜 세우시는 자비로운 품을 발견한 곳, 혼인에 대한 그리고 수도 생활에 대한 성소를 축성한 곳, 기도하고 감사드리며 기뻐하고 눈물 흘렸던 곳, 지상의 순례를 마친 우리의 사랑하는 이들을 아버지께 맡겨드렸던 거룩한 장소 없이 우리는 존재할 수 없습니다.

 

- 우리는 주님의 날 없이 존재할 수 없습니다. 곧 노동의 날들 다음에, 그리고 가족과 사회에 대한 책임에 빛과 의미를 주는 주일 없이 우리는 존재할 수 없습니다.

 

이러한 묵상을 토대로 오늘 우리가 처한 박해상황과도 같은 어려운 상황에 대처하고자 합니다. “신자들이 성찬례 거행에 참여하는 것이 공공 당국에 의해 모임으로 폄하되고, 일종의 여가 활동과 비교되거나 심지어 그러한 활동으로 경시되지 않도록 하면서, 위생과 안전 규정에 마땅한 주의를 기울이면서도, 우리의 신앙 생활과 전례 예식이 차제로 격하되거나 무시되어서는 안된다.”는 점을 명심하여 우리의 신앙을 새로운 환경에 맞춰, 새로운 복음화에 나서기로 합시다.

 

경신성사성은 교회는 전인적 존재인 인간을 한결같이 소중히 여깁니다. 교회는 희망을 증언하고, 우리가 하느님을 믿도록 초대하며, 지상의 삶도 중요하지만 영생이 훨씬 더 중요함을 상기시켜 줍니다. 영원토록 하느님과 같은 삶을 공유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이자 우리의 소명입니다. 이는 수많은 순교자와 성인들이 수 세기에 걸쳐 증언한 교회의 신앙이자 확실한 선포입니다. 이는 일차원적인 환원주의와 여러 이데올로기에서 우리를 해방시켜 줍니다. 교회는 영혼들의 영원한 구원을 향한 선포와 동행을 공중 보건에 필요한 배려와 결합시킵니다. 그러므로 끊임없이 우리 자신을 믿음으로 하느님의 자비에 내어 맡기며, 병자들의 치유이시며 신자들의 도움이신 복되신 동정 마리아께 감염병의 확산과 모든 다른 고통으로 심하게 고통받고 있는 이들을 위한 간구를 청하도록 합시다. 또한 이 생을 마감한 이들을 위해 끊임없이 기도하고, 부활하신 주님의 증인이 되고, 이 세상의 한계를 초월하는 확실한 희망의 전령이 되고자 하는 우리의 지향을 새롭게 합시다.”라고 제시합니다.

 

오늘 모든 성인 대축일에 전신자 영명축일과 금세식 은세식을 맞은 신자분들께 축하를 드리면서, 지금까지 우리가 살아오면서 겪어온 신앙의 기쁨과 슬픔, 보람과 위협들을 되새겨 봅시다.

 

지금까지 우리가 신앙 생활하면서 언제 어떤 어려움을 겪었으며, 그 때마다 어떻게 주님의 위로와 힘을 받아 극복하고 지금까지 천주교 신자로 살아왔는지?

 

우리와 함께하시면서 우리를 사랑으로 보호하고 지켜 주시면서 주님의 품안으로 이끄시는 주님의 섭리와 안배에 감사드리며, 주님께 나아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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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31주일 모든 성인 대축일 꽃꽂이

http://bbs.catholic.or.kr/home/bbs_view.asp?num=3&id=180830&menu=frpeterspds2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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