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떤 묘비의 글 ***
서양인들의 묘지는 주로 우리나라처럼
저 멀리 산에 있는 게 아니라
동네 가운데 혹은 교회당 뜰에 있습니다.
거기 가지런히 줄 지어 서 있는 묘비에는
앞서 간 이에 대한 추모의 글이나
아쉬움의 인사가 새겨져 있습니다.
주변을 지나던 한 사람이 묘지를 돌며
묘비에 쓰여진 글을 읽다가
어떤 묘 앞에서 발길을 멈추게 되었습니다.
그 묘비의 글이 흥미로웠기 때문입니다.
묘비에 새겨진 글은 단 세 줄이었습니다.
" I was standing in front of a tombstone
reading what it said
just like you are right now."
“나도 전에는 당신처럼
그 자리에 그렇게 서 있었소.”
순간 터지는 웃음을 참으면서
두번째 두번째 줄을 읽었습니다.
"I was also laughing
just like you"
“나도 생전 한때는 당신처럼
그 곳에서 그렇게 웃고 있었소.”
이 글을 읽자 그는
'이게 그냥 재미로 쓴 것이 아니구나'싶었습니다.
그래서 자세를 가다듬고 긴장된 마음으로
세 번째 줄을 읽었습니다.
"Now please prepare yourself
for your death as i did"
“이제 당신도 나처럼 죽을 준비를 하시오.”
죽음에 대한 준비만큼
엄숙한 것은 없습니다.
그런데 그 준비는 지금 살아 있는
동안에 해야 합니다.
그 준비는 바로
‘오늘’을 결코 장난처럼 살지 않는 것입니다.
- 삶을 되돌아보게 하는 글입니다 -
언젠가 어느 신부님과 술 한잔하며 나누던
대화가 생각납니다. 그 신부님께서
"힐라리오씨도 이제는 죽음과 친해질 나이입니다."
하더라구요. 저는 웃으며 말했습니다.
"죽음과 친해지려면 어떡해 해야지요?
땅바닥에 자꾸 누워봐야 하나요?"
하며 너스레를 떨었는데...
위 글을 읽으며 자꾸 생각나더군요.,.
"이제는 죽음과 친해질 나이입니다."
2011년 11월 2일 위령의 날에 Hilari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