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강론

12월 23일 목요일 ’21/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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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흥보 [peters1] 쪽지 캡슐

2021-12-14 ㅣ No.4878

1223일 목요일 ’21/12/23

 

예전 교과서에서 무지개라는 단편이 있었습니다. 한 소년이 무지개를 좇아 길을 나섰다가, 무지개를 놓치고 나니까 갑자기 늙어버렸다는 이야기가 기억납니다. 꿈을 포기하는 순간 늙어버린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사람들이 꿈을 왜 버릴까?’ 그것은 아마도 쉽게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오늘 복음을 보면, 천사를 통한 하느님의 약속이 이루어지는 순간이 펼쳐집니다. 비록 약속의 대상이었던 즈카르야는 하느님의 전언을 믿지 않고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사람들이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해도 주 하느님께서 일방적으로 베풀어주시는 은혜로운 약속은 마침내 이루어지고 만다는 서막처럼 제시됩니다. 나이가 들어 아기를 가질 수 없었던 엘리사벳이 임신하게 되고, 해산달이 차서 아들을 낳습니다. 이웃과 친척들은 아기가 여드레째 되는 날, 할례식에 갔다가 아기의 이름을 즈카르야라고 부르려고 합니다. 그러자 아기 어머니가 나서서 안 됩니다. 요한이라고 불러야 합니다.”(루카 1,60) 라고 답합니다. 그 이름은 주 하느님께서 지어주신 것이었습니다. 부모와 조상, 친척들의 이름을 따서 아이의 이름을 이어 짓던 관습을 거부하는 아기 어머니의 모습을 보고, 사람들은 아기 아버지인 즈카르야의 의향을 묻습니다. 그제서야 즈카르야는 글 쓰는 판에 그의 이름은 요한’(63) 이라고 적습니다. 그러자 그동안 주 하느님의 전언을 믿지 않아 벙어리가 되었던 즈카르야는 즉시 입이 열리고 혀가 풀려 말을 하기 시작하면서 하느님을 찬미합니다.”(64) 그제서야 주 하느님의 전언이 이루어지고 만다는 사실을 목격하고 천사의 전언을 따라 아이 이름을 짓게 되자, 그가 정상으로 돌아옵니다. 다소 늦은 감은 없지 않았지만, 믿게 되는 순간부터 즈카르야는 다시 주 하느님의 사제로 돌아갑니다.

 

소문을 들은 이들은 모두 그것을 마음에 새기며, ‘이 아기가 대체 무엇이 될 것인가?’ 하고 말합니다.”(66ㄱㄴ) 그들의 눈에 정녕 주님의 손길이 그를 보살피고 계셨던 것”(66)이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현실에 들려오는 주님의 복음 말씀은 우리에게는 꿈과 같은 이상입니다. 어쩌면 현실에서는 이루어지지 않을 것만 같은 꿈입니다. 오늘 우리의 현실에 복음을 구현하고자 하는 우리의 열정은 성령의 인도와 감화에 이끌려 우리를 젊고 생생하게 살아있게 해주실 것이고, 우리가 복음의 구현을 포기하는 순간 우리는 기억과 개념에만 머무는 믿음 속에서 화석화되듯 늙어갈 것입니다. 성령의 감화에 힘입어 복음의 말씀을 하나씩 구현함으로써, 주님 사랑 안에 살아서 새 생명의 길로 나아갑시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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