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강론

연중 제23주간 토요일 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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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흥보 [peters1] 쪽지 캡슐

2020-09-10 ㅣ No.4379

연중 제23주간 토요일 9/12

 

우리가 어릴 때는 부모님들이 책꽃이 가득히 영웅전을 사다 놓으셔서 많이 읽었습니다. 그 책을 읽으면서 나는 어떤 사람이 될까?’ 하고 생각해 본적도 많았습니다. 지금 와서 내 생애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분이 누구신가?’ 하고 이러 저러한 분들을 생각해 보다가도, 누가 뭐래도 부정할 수 없는 분은 어머니 아버지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좋은 나무는 나쁜 열매를 맺지 않는다. 또 나쁜 나무는 좋은 열매를 맺지 않는다. 나무는 모두 그 열매를 보면 안다. 가시나무에서 무화과를 따지 못하고 가시덤불에서 포도를 거두어들이지 못한다. 선한 사람은 마음의 선한 곳간에서 선한 것을 내놓고, 악한 자는 악한 곳간에서 악한 것을 내놓는다. 마음에서 넘치는 것을 입으로 말하는 법이다.”(루카 6,43-44)라고 말씀하십니다.

 

우리가 어머니의 은혜를 받고 살았기에, 어머님을 평생 잊지 못하고 감사드리고 기억하며 살뿐만 아니라, 어머니가 우리에게 해 준 대로 우리의 자식과 우리의 후배들에게 그렇게 갚을 수 있도록 모범을 보여주셨습니다. 맹모삼천지교가 그러하였고 율곡 이이를 기른 신사임당이 그러하였고 우리의 어머니들이 그러하셨습니다. 비단 어머니 뿐만 아니라 아버지들도 그리고 우리의 형과 누나, 오빠, 언니들이 그리고 형같은 아우들이 우리를 오늘 이렇게 살아갈 수 있도록 이끌어주셨습니다. 나는 나 혼자 자라난게 아니고 가족과 가족같은 이웃들의 보살핌과 도우심 속에서 자라났고, 자라난 지금 우리는 우리가 받아온 사랑을 갚아야 할 차례라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아쉬운 것은 많은 심리학자들이 지적한 것처럼 우리의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자라면서 충분히 얻지 못한 사랑 때문에 우리는 부족하기도 하고 삐뚤어지진 모습도 간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결핍과 비정상적인 모습을 우리가 간직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해도, 우리가 그로 인해 앞으로도 계속 부족하고 삐뚤어지게 살거나, 내가 얻지 못하고 간직하지 못한 것을 자식에게 대물림하게 하거나 자식을 통해서 이루고자 대리만족하기 위해 지나친 기대와 삐뚤어진 탐욕을 부려서는 안 될 것입니다. 그것은 더 큰 위험과 아픔을 가져오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제는 더이상 스스로 얻고자 노력한다고 해서 반드시 채워지지 않을 수도 있고, 오히려 자신에게 상실감만 더해질 수 있다는 사실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인간의 완성은 끝이 없고, 어느 누구도 내 욕구는 이제 다 채워졌다고 만족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에 반하여 나와 내 가족의 욕구를 채우기에는 부족하고 불가능해 보이는 우리의 정성이 타인에게는 고맙고 귀하며 달고 단 선물이 될 수 있다는 사실에 눈을 돌릴 수 있습니다. 우리가 간혹 부모에게 받은 사랑은 당연한 것으로 여겨 감격하지 않으면서도, 다른 이가 준 작은 도움에도 크게 감격하며 감사했던 어리석은 추억을 되돌아 보아도 쉽게 이해가 갑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자를 돕는다.”는 말이 있듯이 스스로 자신의 단점과 부족함을 잘 발견하되 거기에 노예처럼 잡혀있거나 그것을 애써 벗어나려고 집착하지 말고, 그 부족함과 단점이자 약점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의연하게 대처합시다. 그리고 또 다른 한쪽으로 자신의 부족함과 단점이자 약점이 장점이자 강점으로 작용할 수 있는 국면에 접어들었을 때 아낌없이 드러냄으로써 극복하고 벗어나기로 합시다. 그 기회이자 시점이 외견상으로는 주님께서 우리에게 응답하도록 부르시는 사랑의 활동이며 이웃에게 주는 도움과 봉사로 비춰질 것입니다.

 

지난 화요일 복되신 동정 마리아 탄생 축일을 지내면서 부모님의 정을 되새길 수 있었습니다. 우리가 어머니 아버지와 가족을 비롯한 선조들과 은인들의 업적을 기억하고 감사드리면서, 오늘 복음에 나오는 대로 사람들 앞에 우리의 어머니 아버지를 좋은 나무요, 선의 원천으로 비춰질 수 있도록 우리의 모습을 드러낼 수 있도록 합시다. 우리가 부모님과 은인들에게 받은 사랑을 필요로 하는 이웃과 나눔으로써 나도 누군가의 어머니요 아버지요 은인이 되는 동시에, 우리가 다 채우지 못한 보람과 만족 그리고 우리가 충분히 풀지 못한 인간 삶의 의미와 실존의 긍지를 되새기고 완성하여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어머님께 기쁨을 안겨드리도록 합시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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