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강론

연중 제28주일(가해) 마태 22,1-14; ’20/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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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흥보 [peters1] 쪽지 캡슐

2020-10-09 ㅣ No.4409

 

연중 제28주일(가해) 마태 22,1-14; ’20/10/11

 

 

 

 

 

언젠가 교우 한 분이 여쭈셨습니다.

신부님, 제게 무슨 일이 생기면, 하느님께서 같은 값이라면 아무래도 하느님을 믿는 제 편을 들어주시겠죠?”

여러분, 맞는 말입니까? 틀린 말입니까?

아마도 맞는가 틀리는가 하는 말을 하기 전에, 일종의 전제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러니까 주 하느님을 믿는 이로서 주 하느님의 뜻을 잘 지켜온 사람그리고 다른 이들에게 피해를 끼치거나 다른 이들에게 돌아갈 이득을 가로채거나 다른 이들을 괴롭히지 않은 사람?!’

 

지난 주 연중 제27주간 토요일 복음이 생각납니다. 어떤 여인이 예수님께 다가와 선생님을 배었던 모태와 선생님께 젖을 먹인 가슴은 행복합니다.”(루카 11,27) 하고 큰 소리로 외치자, 예수님께서 그 여인에게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지키는 이들이 오히려 행복하다.”(28) 라고 답하십니다. 예수님의 말씀은 자신의 노력과 의지없이 단순히 가족이나 동네 사람같이 하늘로부터 주어진 관계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다고 하시는 듯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주 하느님을 믿는 사람이라면, 하느님의 말씀을 지키며 하느님의 자녀 답게 사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하십니다.

 

만일 주 하느님께서 성당에 다니는 사람만 사랑하고 성당에 다니는 사람만 성공하게 하고, 성당 다니는 사람에게 이 생과 저 생의 삶의 조건에 특혜를 주신다면, 성당에 다니지 않는 사람은 주 하느님이 불공정하고 불평할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만일 주 하느님께서 우리 편을 들어주시라고 기대하고 요구하면, 우리는 세상의 창조주이시며 주관자이신 예수님의 아버지 주 하느님을 단순히 우리의 수호신이나 미신으로 격하시키게 될 것입니다.

 

만일에 하느님께서 하느님을 믿는 이들에게만 은총을 내려 주신다면, 믿지 않는 사람들이 하느님께서 세상 만물과 사람을 만드셨다면서, 자기를 따르고 자기를 좋아하는 사람들만 차별하고 너무 옹졸하고 째째하신 것 아니냐?” 라고 물을지 모릅니다.

 

천주교 신자는 주 하느님께 주 하느님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기를 기도하는 사람입니다. 특별히 나와 나의 가정에서부터 우리가 함께 하는 이 사회 이 민족, 이 세계에서 하느님의 뜻이 온전히 이루어지기를 기도하는 사람입니다. 그렇게 기도하는 사람에게 주 하느님께서는 하느님의 뜻이 담긴 말씀을 가슴 속 깊이 새겨 주시고, 일상에서 접하는 상황에 맞추어 그 말씀을 실현할 힘을 주십니다.

 

주 하느님께서 미사에 참례하지 않고 기도하지 않는 사람에게 은총을 내려 주시지 않는 것이 아니라, 성당에 오지 않고 미사 참례도 하지 않고 기도하지 않는 사람은 성찬 전례와 기도를 통하여 주 하느님께서 내려 주시는 그러한 은총을 받지 않을 뿐입니다.

 

주 하느님께서는 아무도 배제하거나 골라서 특혜를 주시지 않지만, 주 하느님께서 내려 주시는 은총을 받으려고 나서지 않는 사람에게 은총을 억지로 넣어 주시지는 못합니다. 그것은 받을 사람이 청하고 선택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어떤 면에서 오늘 복음은 우리에게 생생한 현실을 바라보게 해줍니다. 우리의 현세와는 전혀 관계도 없는 허상의 신기루 같은 믿음이 아니라, 믿어도 그만 안 믿어도 현세에서는 아무런 관계도 없는 그런 믿음 생활이 아니라 순교자들처럼 자신의 삶을 걸고 믿는 것이 믿음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어떤 임금이 자기 아들의 혼인잔치에 사람들을 초대합니다. 임금은 종들에게 초대받은 이들에게 가서 내가 잔칫상을 이미 차렸소. 황소와 살진 짐승을 잡고 모든 준비를 마쳤으니, 어서 혼인 잔치에 오시오.”(마태 22,4) 라고 불러오게 합니다.

 

그런데 정작 초대받은 이들은 그러나 그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어떤 자는 밭으로 가고 어떤 자는 장사하러 갔다.”(5) 고들 합니다. 오늘도 여러가지 이유로 성당에 나오지 않는 교우들이 있습니다. “바빠서!” “할 일이 많아서.” 그리고 이렇게들 말합니다. “성당에 간다고 밥이 나옵니까? 떡이 나옵니까?” 심지어는 현실 상황도 모르고, 성당에 나오라고 한다.”! 아마도 여기서 현실 상황이라고 말하는 이의 현실 상황은 자신이 먹고 사는데 도움이 되는 상황으로서의 현실 상황을 이야기하는가 봅니다.

 

그런가 하면, 한 술 더 떠 그리고 나머지 사람들은 종들을 붙잡아 때리고 죽였다.”(6) 라고 합니다. 그야말로 선교에 나선 사람들을 반갑고 감사로이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복음을 전한다고 해서, 성당 나오라고 말한다고 해서 거부와 조롱과 박해를 합니다.

 

결국 임금은 초대해도 안 오는 사람에게는 음식을 대접하지 못하게 되고 말았습니다. 임금은 혼인 잔치는 준비되었는데 초대받은 자들은 마땅하지 않구나. 그러니 고을 어귀로 가서 아무나 만나는 대로 잔치에 불러오너라.”(8-9)

 

이 말을 들으면서 마음 한 구석이 참으로 씁쓸합니다. 그 전에 초대받은 이들은 그야말로 아무나에도 끼지 못하니 말입니다.

 

임금의 말대로 종들이 거리에 나가 악한 살마 선한 사람 할 것 없이 아무나 데리고 와서 잔칫방은 손님들로 가득 찹니다. 임금이 손님들을 둘러보려고 들어왔다가, 혼인 예복을 입지 않은 사람 하나를 보고 친구여, 그대는 혼인 예복도 갖추지 않고 어떻게 여기 들어왔나?”(12) 라고 묻습니다. 그가 아무런 대답을 못하자, 임금은 이자의 손과 발을 묶어서 바깥 어둠 속으로 내던져 버려라. 거기에서 울며 이를 갈 것이다.”(13) 라고 단호하게 선언합니다.

 

이 비유를 마무리하시면서 예수님께서는 사실 부르심을 받은 이들은 많지만 선택된 이들은 적다.”(14) 라고 말을 마치십니다.

 

이 비유에서 말하는 혼인 예복이란 단순히 세례성사만을 의미하지 않을 것입니다. 세례성사를 받으면서 고백하고 수락한 대로 주 하느님을 온 세상의 주인으로 모시고, 주인이신 주 하느님께서 일러주시는 사랑의 뜻을 실현하는 사람이 혼인 예복을 입은 사람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지난 107일자로 우리 교우 중에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분들 전원이 병원 치료를 마치고 퇴원하였음을 기쁜 마음으로 알려드립니다.

 

우리가 다같이 은평보건소에 가서 530여명 전원이 음성 판정을 받은 지 벌써 한 달이 지나갔습니다. 오늘을 잊지 말고 너와 나의 건강을 위하여 개인 위생과 방역 수칙을 잘 지키면서 신앙 생활을 해 나갑시다.

 

아울러 지금 병중에 있으시거나 자가격리 중이거나 허약하지 않으신 분들은 이제 한달이면 얼추 쉴 만큼 쉬셨으니 성당에 나오시면 좋겠습니다. 성실히 미사 참례하시면서 주님과의 깊은 친교 속에서 참 기쁨을 누리시기를 기대하며 기도합니다.

 

텅 빈 성전에 외로이 홀로 계신 주 예수님 대전에 다같이 모여 찬미와 감사의 예를 올려드립시다. 주 하느님을 향한 우리의 찬미와 감사의 성찬례에 참여하여, 주 하느님께서 내려 주시는 은총을 담뿍 받고 형제자매들과 나눔으로써 우리의 현실을 하늘나라로 변화시키는 혼인 예복을 입기로 합시다.

 

아무나 만나는 대로 잔치에 불러오너라.

사실 부르심을 받은 이들은 많지만 선택된 이들은 적다.”(마태 22,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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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28주일 꽃꽂이

http://bbs.catholic.or.kr/home/bbs_view.asp?num=1&id=180641&menu=frpeterspds2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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