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강론

주님 공현 대축일 후 화요일 ’21/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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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흥보 [peters1] 쪽지 캡슐

2020-12-31 ㅣ No.4495

주님 공현 대축일 후 화요일 ’21/01/05

 

같은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그 위치와 처지에 따라 어려움에 관한 생각과 느낌, 그리고 대응하는 방식이 다를 수 있습니다.

 

오늘 복음을 보면, “예수님께서는 많은 군중을 보시고 가엾은 마음이 드셨다. 그들이 목자 없는 양들 같았기 때문이다.”(마르 6,34) 라고 합니다. 그래서 그들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주기 시작하십니다. 그런데 날이 저물자 제자들이 예수님께 다가와 말합니다. “여기는 외딴곳이고 시간도 이미 늦었습니다. 그러니 저들을 돌려보내시어, 주변 촌락이나 마을로 가서 스스로 먹을 것을 사게 하십시오.”(35-36)

 

그러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십니다. “너희가 그들에게 먹을 것을 주어라.”(37) 제자들은 나름 생각해서 말한 것인데, 오히려 봉변을 당한 기분이 들었는지 모릅니다. 혹 떼려다 혹을 하나 더 붙였다고나 할까? 누구나 먹어야 한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군중 중에 어떤 이들은 배고파서 자신들이 가져온 것을 꺼내 먹기 시작했을 수도 있고, 또 어떤 이들은 주위 사람들의 눈치만 보면서, 혹시 몰라서 자기가 준비해 온 먹을 것을 꺼내지 못하는 이도 있었는지 모릅니다. 그런가 하면, 이러한 모습을 바라본 제자들은 자신들도 먹어야 하고, 군중들을 두고 자신들만 먹을 것을 준비해 먹자니 마음에 걸리고 해서 예수님께 각자 돌려보내자고 제안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군중 심리와 처세에 대한 예수님의 생각은 사뭇 다릅니다.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자신의 처지에서 바라본 입장을 내세웁니다. 즉 내가 배고프니까, 내가 먹어야 하니까 다른 이들을 어떻게 할까. 그저 한 걸음 더 나아가 제자들이 일반 군중과 다른 점이 있다면, 군중들이 배고파하는 것을 고려했다는 점입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거기서 한술 더 떠, 군중들을 먹이고 싶어 하십니다. 제자들이나 다른 어떤 이들 중에도 그런 생각을 가진 사람이 있을 수 있습니다. 제자들이나 생각이 있는 사람들에게 현실적인 조건이 붙는다면, 군중들이 다 먹고 남을 만큼의 빵이 많이 있다면, 아무 주저 없이 나눠줄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자 예수님은 제안하십니다. “너희에게 빵이 몇 개나 있느냐? 가서 보아라.”(38) 제자들이 가지고 있는 것을 다 모아오자, 예수님께서는 그것들을 토대로 기적을 베푸십니다. “사람들은 모두 배불리 먹었다. 그리고 남은 빵 조각과 물고기를 모으니 열두 광주리에 가득 찼다. 빵을 먹은 사람은 장정만도 오천 명이었다.”(42-44)

 

내가 가진 것은 얼마 없습니다. 그런데 우리 각자가 가진 것을 다 모으면 우리가 다 먹고도 남을 만큼의 양이 될 수도 있습니다. 아니, 우리가 가진 것들을 모아 주님께 봉헌하면, 주님께서는 그것을 토대로 기적을 일으켜 우리가 다 나눠 먹고 남을 만큼 되돌려 주실 것입니다.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을 감춰놓으면, 경우에 따라서는 나도 못 먹고 다른 이들도 못 먹겠지만, 내 것을 내놓으면 우리 함께 나눠 먹을 수 있습니다. 내 것의 전부가 아니더라도, 내가 나눌 수 있는 만큼씩 하는 각자의 봉헌으로 우리가 되고, 주님의 기적이 될 것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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