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강론

사순 제4주간 화요일 ’21/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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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흥보 [peters1] 쪽지 캡슐

2021-02-25 ㅣ No.4578

사순 제4주간 화요일 ’21/03/16

 

언젠가 한 번 구역반 소공동체의 복음나누기는 기술이 아니다.”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복음 나누기는 어떻게 하면 복음을 듣고 자신의 삶에 적용하여 그 결과를 나누는가 하는 방법이 아닙니다. 복음을 듣고 감탄하는 것에 그치거나, 복음을 듣고 그 말씀을 자신의 삶에 비춰 적절하게 각색하듯 하여 자신의 삶을 나누도록 하는 기술이 아닙니다. 복음나누기를 하는 이유와 목적은 자신이 읽고 들은 주님 복음 말씀을 듣고, 그 말씀에 자신과 자신의 삶 그리고 주변 상황을 그 복음 말씀에 비춰보고, 어떻게 하면 그 복음 말씀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지를 모색하고 마침내 우여곡절을 통해 실현해 내고야 마는 믿는 이들의 신앙생활의 과정입니다.

 

오늘 복음을 보면, 예루살렘 성전 양 문 곁에 있는 벳자타 연못 주변에는 환우들이 몰려와 있습니다. 그들은 자신들이 겪고 있는 병고에서 해방되어 온전해지기를 바라며 그곳에 모여와 있습니다. 그들은 하느님의 천사가 내려와서 연못 물을 출렁거릴 때 제일 먼저 연못에 들어가면 낳게 되리라는 속설에 따라, 거기 연못 주위에 모여와 눈이 빠지도록 연못 물을 바라보며 그 연못물이 흔들리기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어찌 보면 다소 허무맹랑하고 안타까운 일이기도 하지만, 환우들에게는 그야말로 생명의 길인 것이었습니다. 더 안타까운 점은 그들이 자비로우신 아버지 하느님께서 오셔서 자신들을 고쳐주시고 구원해 주실 것임을 기대하면서, 치유자이신 주님보다는 치유해주시는 방법에 초점을 두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인자 환우를 치유해주실 수 있는 주 예수님께서 환우에게 다가가서 건강해지고 싶으냐?”(요한 5,6) 라고 여쭙는데도, 예수님께 주목하기보다는 자신이 약해서 연못물이 흔들릴 때 남보다 먼저 연못에 들어가지 못하는 상황을 하소연합니다. 그냥 지나치실 수도 있었건만, 예수님께서는 그에게 특은을 베푸십니다. “일어나 네 들것을 들고 걸어가거라.”(8) 그러자 전혀 예기치도 않았던 그러나 정작 환우가 그렇게도 바라던 치유가 이루어집니다. “그러자 그 사람은 곧 건강하게 되어 자기 들것을 들고 걸어갔다.”(9) 실상 우리도 표현은 못 하지만, 겉으로 드러내 놓기는 뭐해서 마음만 끓이고 있는, 그래도 예기치 않은 순간에 주님께서 이루어주시기를 은근히 바라는 청이 있습니다.

 

그런데 정작 이 환우의 치유를 발견한 유다인들은 환우가 그 긴 병고의 고통 속에서 벗어났다는 사실에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그저 그가 안식일 규정을 지키지 않는다고 탓합니다. “오늘은 안식일이오. 들것을 들고 다니는 것은 합당하지 않소.”(10) 그리고 그를 안식일에 계명을 위반하라고 시킨 이와 안식일 계명을 지키지 않고 고쳐준 사람을 찾습니다. “당신에게 그것을 들고 걸어가라.’ 한 사람이 누구요?”(12) 생명의 빛이 비춰주는 구원의 길을 발견하지 못하고, 자신들 방식대로 믿는 계명의 길을 지키려는 어리석은 사람들의 기술적인 태도를 안쓰럽게 바라봅니다.

 

군중 앞에 드러내놓고 활동하지 않으시려는 예수님께서 성전에서 그 사람을 다시 만나자 , 너는 건강하게 되었다. 더 나쁜 일이 너에게 일어나지 않도록 다시는 죄를 짓지 마라.”(14) 라고 이르십니다. 주 예수님께서는 사람들이 죄를 지어 병에 걸렸다고 생각하고 있는 그 생각 그대로를 기반으로, 그에게 죄짓지 말고 거룩한 사람이 되라고 말씀하십니다.

 

주님 복음 말씀이 우리에게 비춰주고 일러주는 사랑의 길을 걸어 아버지 하느님께로 나아갑시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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