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곡성당 자유게시판

2005년 운영평의회 야유회(7)-마지막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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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진석 [ryu4337] 쪽지 캡슐

2005-05-24 ㅣ No.4254

 

원래 무거운것을 잘못드는 체질이라 닭도리탕통을 성당까지 옮기는데

무척 애를 먹었다.

옆의 고요한형제는 콧노래를 불러가며 아주 여유있게 가는데....

"뭐해 하나도 안 무거운데 왜이리 낑낑대"

쉬지않고 골목을 돌고돌아  지하식당 바닥에 겨우 내려놓으니 이마에 땀이

흐르고 팔에 감각이 하나도 없다.   

형제자매님들이 연이어 짐꾸러미를 내려놓자 금새 지하식당은 발디딜틈없이

혼잡했고 곧바로 해결사(?)  자매님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장경숙젤뚜르다,이혜영세레나,전숙자루시아,김영미루시아,유선우프란체스카자매등이

팔을걷어부친채 짐을 풀고 설겆이 그릇을 정리하고 있는데  주임신부님께서 

싱크대쪽으로 천천히 다가오시는것이었다.

전혀 뜻밖으로 설겆이를 하는 주임신부님의 모습에 옆에있던 자매님들은

처음에는 매우 놀라워하다  이내 흡족한 표정을 지었고  앞의 형제들은

재미있는듯  지켜보고있었다.

신부님 설겆이 솜씨는 거의 신의 경지에 오른듯했다. 

거의미동도 하지않고 좌 우측으로 고르게,리드미컬하게 설겆이를 하는

모습에서 웬지 즐기면서 하는듯한 느낌을 강하게 받았으며 과거 신부님의

 설겆이 경력을 어렵사리 알수있었다.

신부님과 자매님들이 설겆이를 해서 공수하면  카브리엘,양베드로,최그레그리오

형제들이 행주로 말끔하게 물기를 닦아주고 마지막으로 유프란체스카자매가

식기장안에 차례로 정리하는등 그야말로 모든일이 톱니바퀴 맞물리듯이 착착 진행됐다.

 

 

지하식당에서 닭도리탕을 안주로 마지막 뒤풀이가 시작됐다.

사무장님께서 언제 준비하셨는지 담배와 시아시된 소주,시원한 음료수등이

식탁위에 가득 차려져있었다.

장주영토마형제가 "난곡동 성당을 위하여"건배제의했고  최프란시스코,양베드로

형제들과 어울려 한잔 주욱 들이켰다.

"류베드로 형제도 술은 좋아하지않는편인데 술은 너무 자주 마시지요?

술좀 자제하시는것이 좋아요"

신부님께서는 옛날 군종신부로 있을때 부대 사목회장으로 있었던   한대대장과

5차까지 가며 술을 마신 경험담을 말씀하시며 힘주어 강조하셨다.

"그때 내가 3일간 못일어났어요

류베드로형제도 지금은 젊어서 느끼지못하지만 좀더 나이들면...... "

직장생활이나 사회생활하면서 안 먹을수없는 술,요즘은 조금이라도 과음하면

여지없이 다음날에 지장이커  고민이 많은데 신부님께서 정곡을 찌른것같다.

"고맙습니다 신부님! 저 나름대로 원칙을 세워서 실천하겠습니다"

내일 아침(5/15일)  구역성지순례땜시 일찍 집에 들어 가야겠다라고 말하던

장주영토마형제는 운영평의회회장께 작별인사하다 한잔,그옆의 자매들에게

인사하다  한잔,또한잔하다보니 결국 끝날때까지 자리에 앉아있고 말았다.

평소 술 한방울도 못하는 김영미루시아자매는 신부님께서 권한 소주한잔을 먹고

얼굴이 빨개진채 내옆자리로  숨듯이 왔다.
"루시아자매..채린이가 그러는데... 애를 낛시대로  때린다는데 사실이야"

루시아자매는 빨개진 얼굴이 더욱 빨개진채 고개를 푹 숙이고 들줄을 몰랐다.

이럴때 부부 일심동체라고 내가 구원해야지 누가 구원하랴 과감하게(?)

나서 신부님께 한말씀 올렸다.

"신부님은 그건 오해십니다. 저희집에는 낛시대가 없거든요

대신 몽둥이로 사정없이 패는건 제가 몇번 봤습니다."

신부님과 옆에 앉아았던 형제들이 파안대소했고 그녀는 더욱더 얼굴이 빨개진채

고개를 들줄을 몰랐고 원망하듯 내어깨를 여러번 아프게 쳤다.

운영평의회회장이 주임신부님께 술잔을 권한후 기분이 매우 좋은듯 환히 웃으며

건의했다.

"다음 운영평의회 야유회때부터 최우수부부에게는  18케이 커플반지를

만들어주고싶은데 신부님 생각은 어떠십니까?"

"좋은 생각이네요 그렇게 해보시지요" 

닭도리탕과 푹익은 총각김치로 술잔을 주고받으며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눈깜짝할사이에 시간이 자정을 향하고있었다.

신부님의 식사후기도로 뒤풀이는 모두 막을 내렸고 교우들은 먹은 그릇을

또다시수거하여 설겆이를 말끔하게 한후 하나둘씩 밖으러 나갔다.

"오늘 성당에서 꼬박하루를 보냈네"

최동환그레그리오형제가 술이 좀 과한듯 빨개진 얼굴에 기분 좋은 표정을

지으며 너스레를 쳤다.

원시인바베큐집을 거쳐 집에 가려고 와이프랑  신한은행쪽으로 주욱 내려오는데

5미터전방에 박옥수아삐아노형제 부부가 걸어가는 모습이 눈에 띄웠다.

등뒤에 곰인형이 달린 어른 주먹만한 작은 가방을 메고 자매님과 팔짱을 낀채

아주 다정하게 걷고있었다.

"참 형제님도....

저 큰 덩치에 가방하고는...그리고 저 인형은 뭐야?"

 "얼마나 멋있어..참 젊고 멋있게 살쟎아"

"그건 맞아!  정말로 젊고 재밌게 사시는것 같아"

점점 멀어져가는 박옥수 아삐아노 형제 부부의  뒷모습을 보며 오늘 야유회에서

여러개의 뭔가를  배우고 간다는 느낌에 마음이 매우 뿌듯했고 넘치는 은총을

주체하지 못해 그만 기분이 업되어 버렸다.

"원시인가서 한잔 더하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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