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곡성당 자유게시판

위령성월의 어느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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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락준 [tutti] 쪽지 캡슐

2006-11-04 ㅣ No.6905


    위령 성월 보내기.... +찬미 예수님 새벽 운동을 하고 돌아오니 아내의 움직임이 부산하다. 고 3인 아들 아침 먹여 보내놓고 머리 감고 머리 말리려는 드라이기 소리가 윙윙 거린다.. 삼일 전 저녁 밥상 물리고 맥주 한 잔하며 그 유명한 드라마(?) "주몽"을 보며 아내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라리오씨"( 난 집에서도 라리오다 ^(^* ) "왜?" "이번 금요일 시간내바요"(뜬금없다) "왜?" "지금이 위령성월이잔아요 그러니 시간좀 내세요" "왜" "아버님 산소가서 연도두 하고 오는 길에 성지들려서 기도두하고 그래요" 그러구보니 11월은 세상을 떠난 이들의 영혼을 기억하며 연옥에서 정화 중인 그들의 영혼을 위해 기도와 선행을 하는 달이요 죽은 이들을 잊지 않고 그들이 하느님 안에서 부활의 기쁨을 누리도록 도와주는 것은 가톨릭의 아름다운 전통이라. 또한 현재 한국 교회의 가르침이 위령성월 중 11월 1일부터 8일까지 열심한 마음으로 묘지를 방문하여 기도하고, 영성체와 고해성사를 하며 세상을 떠난 이들을 위해 기도하는 신자들은 날마다 한 번씩 연옥에 있는 이들에게만 양도될 수 있는 전대사를 받을 수 있는 그런 시기가 아닌가.... 흠~가만보니 머 별 볼일도 없을 것 같고 그 취지가 또한 아름다우니 흔쾌히 갈 것을 약속을 했고 오늘이 바로 가기로한 그날이다... 나도 서둘러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고 집을 나섰다... 가만히 생각을 해보니 아내와 단둘이 어디를 가보는게 참 오랜만이다.. 그래서인가 약간의 홍조를 띄우며 말이 많아진 아내를 바라보며 나도 얼굴 가둑 미소를 머금으며 자동차의 시동을 건다... 제이 경인 고속도로 서해안 고속도로 영동 고속도로를 거쳐 양지에서 국도로 접어든다. 목적지는 충북 진천.... 차창 밖 풍경은 만추지절임이 실감은 나는데 가뭄 때문인가 단풍의 색감에 먼가가 아쉬움이 남는다.. 먼저 벌초와 추석 성묘 때 갈비뼈가 부러진 탓에 가보질 못했으니 꽤 오랜만에 아버님 산소를 가는 것 같다... 고조 할아버지, 증조 할아버지, 할아버지 삼형제 내외 분 산소에 차례로 간단한 기도를 하고 오년 전 위암으로 그 고생을 하시다 흰눈이 펑펑 쏟아지던 날 마지막 "아멘"하고 돌아가신 아버님 산소 앞에 아내와 앉아 연도를 시작했다.. 연도 후 가까운 곳에 사시는 당숙을 찾아뵈니 반갑게 맞아주며 밭에 나가 무우, 열무, 갓을 막 뽑아 주시며 가져가란다..^(^* 당숙도 위암 수술을 받으신지가 약 이년이 됐는데.... 많이 마르신 모습이 마음이 짠하다.."건강하세요" 올라오는 길에 방향을 틀어 미리내 성지로 향했다 금요일 오후 4시의 성지는 너무도 한가하고 적막하다... 아까 국도변과는 달리 이곳의 단풍은 너무도 곱다. 아내의 한마디 "어머~ 이곳은 성지라 성령이 충만해서 단풍도 저리 고운가바.." 아내의 마음이 참 순수하다고 맑다고 느끼며 오랜만에 아내의 손을 잡고 경당으로 향했다.. 경당에서 촛불 봉헌을 하고 103위 시성 기념 성당에서 기도를 마치고 휘적~ 휘적~ 아내와 팔짱을 끼고 내려오는데 나도 모르게 천사미사곡 Kyrie를 부른다.. 만추의 향 가득한 성지에서 고즈넉한 분위기와 구름에 약간 가린 햋빛이 부챗살 처럼 퍼져 신비감마저 드는 하늘을 보며 아내와 부르는 천사미사곡 Kyrie는 기억에 오래 오래 남을 것 같다.... 위령성월의 어느날을 보내며..... 2006년 11월 3일 Hilarius October - Michael Hop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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