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강론

부활 팔일 축제 내 수요일 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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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흥보 [peters1] 쪽지 캡슐

2016-03-30 ㅣ No.3060

부활 팔일 축제 내 수요일 3/30

 

제 일생의 엠마오 길에서 만난 신부님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세 번째 만난 본당 신부님 이야기입니다. 그분은 늘 활동을 나가시느라 바쁘셨습니다. 활동을 마치고 오면 어김없이 선교분과장님이 기다리고 있다가, “어떤 환자가 병원에 누워 사경을 헤매고 있으니 세례를 주십시오.” 라는 말에 두 말 없이 가서 세례를 주고 오십니다. 저는 옆에서 대세는 수녀님이나 구역반장이 주는 것이지, 신부님이 주시고 오면 어떻게 합니까?” 하고 항변했지만 그 신부님은 늘 그렇게 하셨습니다. 그런데 제가 더 이상 할 말이 없는 이유는 그 신부님이 세례를 주고 오시면 다 죽어가던 신자가 그 다음날 병석에서 살아나는 것이었습니다.

 

또 어떤 때는 타 교구 주교님을 만나신다고 기차표를 끊어 놓았는데, 기차를 타러 가시다가 할머니 한 분이 말을 건네 오시니까, 그 말을 그냥 그렇게 들어주시는 것이었습니다. 옆에서 들어도 별 특별한 이야기도 아니었는데... “. 하시면서 그 할머니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시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옆에서 지금 가셔야 합니다.” 하고 재촉을 해도 그 할머니나 신부님은 그칠 줄을 모르셨습니다. 결국 그 기차는 놓치고 다른 교통편을 찾아야 했습니다. 물론 주교님과의 약속도 새로 잡아야 했습니다.

 

성인 밑에 치명자 난다.”는 말이 있듯이, 그 분은 미사예물을 드려도 가나한 사람이나 불쌍한 사람이 오면 그냥 주머니에 있는 돈을 다 줘 버리시기 때문에 늘 빈털터리였습니다. 그런데도 환자 방문을 가려면 늘 가게 앞에서 쥬스를 골라 놓고는 텅 빈 주머니를 자꾸 뒤지기만 하셨습니다. 늘 제가 그 돈을 대신 치러야 했습니다.

 

어떤 때는 도저히 이래서야 어떻게 이 험난한 세상에서 사제 생활을 하실 수 있을까?’ 하는 우려와 불평을 쏟아내면서 제가 느낀 점은 , 이 신부님은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것이 무엇인지를 아시고, 그것만을 선택하시는 분이시구나!’ 하는 깨달음입니다. 그 신부님을 세상의 눈으로 볼 때는 어처구니없기도 하고 답답하고 어리석어 보이기까지 합니다. 그렇지만 하느님의 사람을 자칭하는 사제라는 관점에서 보면, 그분은 오늘 엠마오 길에서 만난 예수님이셨음을 조심스럽게 고백해 봅니다.

 

길에서 우리에게 말씀하실 때나 성경을 풀이해 주실 때 속에서 우리 마음이 타오르지 않았던가!”(루카 24,32)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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