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곡성당 자유게시판

출근

인쇄

류진석 [ryu4337] 쪽지 캡슐

2006-07-05 ㅣ No.6474

이른 새벽부터 날씨가 찌부둥하더니 출근하려 집을 나설무렵에는 비가

 

한두방울씩 내렸다.

와이프가 우산가져가라는것을 매정하게(?) 거절한후 여의도행 버스에

올라탔다.

책을 읽다가 졸고 또 책을 읽다가 졸다보니 내리려던 증권거래소를 지나쳐

회사에서 300여미터 떨어진 여의나루역에 하차하였는데 제법 빗줄기가 굵어져

 

있었다.

 

"방금 타고온 버스는 맞은편에서는 안서는데...어떤 버스를 타야하는지 알수있나!

 

아무거나 타도 근처에는 내리겠지.."   

급한데로 역출구로 나와 통해 맞은편 승강장에서 아무 버스라도 잡아타려는데

빗줄기가 방금전보다 훨씬 굵어져 우산없이는 한발짝도 움직일수없는 상황이됐다.

하는수없이 역출구에서 기다리다 461번버스가 승강장에 도착하자마자 계단위의

 

무료신문 1부를 머리에 이고 잽싸게 달려 올라탔다.

 

불과 10여미터도 채 안되는 거리를 뛰어왔는데도 머리와 옷이 꽤 많이 젖어버렸다.

 

"역시 마누라 말을 안들었더니 벌받는구만! 벌받아!

와이프의 간청을 거절한것을 뼈저리게 후회하고있는데 버스가 엉뚱한 방향으로

가고있는것이 아닌가!

 

"이게 뭔일이다냐! 환장하겠네...아무버스나 탔더니...지각하겠네"

부리나케 버스에서 내려 승강장옆 상가안으로 뛰어들어갔는데 상가출구에 노란우산을

 

받쳐든 아가씨와 빈손인 청년이 나란히 서있었다.

그녀는 타려던 버스가 정차하자 홀연히 탑승하여 떠나버렸고 그청년과 나는  비가

 

그치기만을 바라며 야속한 하늘만 청승맞게 바라보고 있었다.

빗줄기는 점점 굵어져 앞이 보이지않을정도로 퍼부었고 좀처럼 그 굵기가

 

사그라둘줄을 몰랐다.

 

"이러다간 지각하겠는데,,나이 먹고 지각하는것도 챙피한데

 

이런일로 지점장님께 보고를 해야되나! 이 상가안에는 우산안파나?"

상가내에 우산을 파는집이 있나 주욱둘러봐도 전부 문이 닫혀있고 출근시간은 점점

 

다가와  하는수없이 지점장님께 전화를 걸어 자초지종을 설명한다음 비그칠때까지

 

기다리려 마음먹고 있는데 옆의 청년이 다가와 말을걸어왔다.

"저... 저기보이는 차가 제차이거든요.."

 

"그런데요!"

"그 신문지 한장만 빌려주신다면...가시는데까지 모셔다드리겠습니다."

" 정말요! 이런 고마을 때가! 당장! 빌려드립죠"

이런 광영이 있나? 그 청년과 함께 무료신문을 머리에 쓰고 쏜살같이 달렸고

날랜동작으로 차에 올라탔다.

"어쩌다 그상가는 가셔서 비때문에 오도가도 못하셨습니까?:"

"담배 한갑사려 갔는데..갑자기 비가 억수처럼 내려서..."

 

"그러시면 방금전의 노란우산 아가씨한테 부탁하시지? 하필 저한테?"

 

"부탁을 했는데...쳐다도 안보더니 그냥 버스타고 가버리더라구요"

 

"저런 싸가지하고는..."

차는문화방송앞을 지나 좌회전한다음 빠른속도로 지점앞을 향하여 미끄러지듯

내려갔다.

"지점앞에서는 좌회전이 안되니 맞은편 건널목옆에 세워주세요"

"좌회전이 안되요?.그래도 저기에 내리시면는 흠뻑 젖을텐데요"

아닌가아니라 비는 이미 게릴라성호우로 돌변해있어 조금만 움직여도 온몸이

 

흠뻑 젖을판이었다.

청년은 과감히 신호를 위반하여 좌회전했고 곧바로 지점출입구앞까지 차를

 

몰아갔다.

고맙다는 인사를 건넬겨를도없이 차에서 튕겨지듯 내리자마자 출입구안으로

 

뛰어든다음 뒤를 돌아보니 그는 벌써 차를몰아 건물을 빠져 나가고있었다.

"저런! 아무리 급해도 인사는 했어야 했는데..."

머리에 젖은 물기를 오른손으로 쓸어내리며 지점안으로 들어오려하는데 흠뻑젖은

 

무료신문이 찢어진채 왼손에 쥐어져있었다.

 

"나참! 무료신문이 이리 유용하게 쓰여질줄이야! 고맙다!무료신문"

 

신문을 곱게접어 지점앞 쓰레기통에 버린후 사무실에 들어가니 아슬아슬하게도

 

지각은 겨우 면했다.



131 8

추천 반대(0)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