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곡성당 자유게시판

똥칠이 선생님(7,마지막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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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진석 [ryu4337] 쪽지 캡슐

2009-07-02 ㅣ No.10186

2009년 5월 중순...

똥칠이의 문상에 가고는 싶지않지만 영익이도 볼겸,동창들이

어찌 살고있는지 궁금해서 양재역앞 서초구민회관앞에서

대기하고있던 민욱의 차에 탑승했다.

30여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지만 영익이는 흰먼리에 얼굴에 주름이

가득할뿐 눈매나 얼굴형태는 옛날 그대로였다.

동창회 총무인 민욱과는 자주 연락을 해온터라 가볍게 수인사로

대신했고 뒷좌석에서 영익과 오징어를 안주로  캔맥주를 들면서 

살아온 날들을 얘기하며 웃음꽃을 피웠다.

"그나저나 의외다

문상갈 생각을 하다니..."

"용서와 화해때문에 문상가는 거야!!"

"뭐?왠 철학적인 얘기?"

"초등학교 5학년때일이 아직도 마음을 불편하게해

너무도 또렷이 기억나고..!!!

그래서 이제는 선생님과 서로의 잘못을 용서하고 화해하고 싶어!!"

남대문시장옆에서 중국집 배달원을 시작으로 이제는 암사동에서

제법 번듯한 갈비집을 운영하고 있는 영익은 컴컴해진 차창밖을

바라보며 담배 한모금을 쭈욱 빨은후 내뱉었다.   

 

경부고속도로를 쏜살같이 날리던 민욱의 소나타 승용차는 

기흥휴게소를 지나쳐 안성휴게소로 향했고 우리들은 동창들의

소식을 들으며 배꼽을 잡고 웃다가 어느땐 탄식을 하며 

맥주를 들이켰다.

'반장은 미국에 산다며!!"

"응 미국의 큰 수퍼에 매니저로 일하고 있어!!!"

"부반장 여자애 소식은 들었니?"

"민영이?갸는 모건설회사 사장과 얼마전에 이혼했대!!"

"저런.."

"정미는?나의 우등상장을 가로챈 그녀는??"

"남편이 의사라 잘살아!!요즘 특목고 보낸다고 난리야!!!"

"역시 정미다워!!!"

동창회모임을 주도하고 있어서인지 민욱은 친구들의 최근 소식을

소상히 알려졌고 그럴때마다  궁금증이 실타래처럼 풀어지는 대신

중년으로 변해가는 친구들에 대한 그리움은  더해갔다.

"얼마전 고등학교 동기모임에 갔는데 그자리에 같은 초등학교를

나온 친구가 있더라구!!!"

"서로 초등학교 동창인걸 모른거야??!!!"

"같은반을 한번도 안했으니 모르지...그런데 그 친구가 초등학교때를

기억하면서 존경하는 선생님으로 6학년때 담임이었던 똥칠이 이름을

거론하던데.."

"머?똥칠이를!!!"

민욱과 영익이가 누가 먼저랄것도 없이 눈을 휘둥궁레 뜨며

입을 딱벌렸다.

"존경하는 선생님은 상대적이고 주관적이지 않겠어!!!

우리는 똥칠이를 미워했지만 상대적으로 존경하고

진정한 스승이라고 생각하는 친구도 있더라구...

우리가 4학년때 담임인 이은숙 선생님을 존경하듯이

그럴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맞아!! 옳고 그름을 떠나 마음속에 존경하는 스승이 있다는

자체만으로 순수하고 아름다운 일이야!!!"

두친구가 수긍하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점차 기나긴 침묵속으로

 빠져들었고  나의 추억도 차장밖의 바삐 지나치는 가로등처럼 

나타났다가 금새 사라졌다.  

"야! 퇴미고개다!!!우리가 하드볼로 야구하던..."

"이제 저기만 지나치면 그리운 선생님과 친구들을 만날수 있겠다!!"

참으로 우리는 너무나  먼길을  돌아왔다.

똥칠이선생님과 화해하기까지 그많은 세월을 방황하고 미워하다 

결국은 골수에 맺혀 잊혀지지 않는 추억이 되버렸고  그분이

돌아가신뒤에야 겨우 그분의 품으로 돌아왔으니 말이다.

출발할때와는 달리 이제는 똥칠이선생님 영정앞에서 조금은

경건한 마음으로 향불을 꽂고 머리를 조아리며 진정으로

명복을 빌수있을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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