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강론

연중 제12주간 금요일 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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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흥보 [peters1] 쪽지 캡슐

2020-06-25 ㅣ No.4298

연중 제12주간 금요일 6/26

 

제가 대학을 다닐 때, 그러니까 1978년도 경에 파티마의 푸른 군대’(The Blue Army)라는 단체에 가입한 적이 있습니다. 1948년 미국에서 설립된 그 단체는 성모님의 원의에 따라 세상이 민주주의와 공산주의로 나뉘어 긴장과 갈등 관계에 있을 때, 우리가 살면서 겪는 고통을 희생으로 달겨 받고 세계 평화를 위해 묵주기도를 하는 단체였습니다. 특별히 소련, 소비에트 사회주의 공화국 연방의 회개를 위해 기도하는 단체였는데, 제가 기도하면서도 솔직히 마음 한 가운데서 기도한다고 소비에트 공화국이 회개할까?’하는 의구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199112월 자고 나서 일어나 보니, 갑자기 소비에트 사회주의 공화국 연방이 15개의 나라로 해체되어 버렸습니다. 그 때 솔직히 놀랐습니다. 그리고 지금 우리가 나라라고 하는 개념이 얼마나 허망한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가 지금 사실이라고 여기고 있는 것들이 언젠가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뒤바뀔 수 있다는 사실이 충격적으로 다가왔습니다. 현실에 우리 눈에 보이는 외연과 그에 맞춰 가지고 있는 우리의 사고와 개념들이 절대적인 것이 아니고 허물어지고 변화될 수 있다는 느낌에 한 동안 혼미했던 기억이 납니다.

 

오늘 복음에서 어떤 나병 환자가 예수님께 다가와 주님! 주님께서는 하고자 하시면 저를 깨끗하게 하실 수 있습니다.”(마태 8,2) 라고 청합니다. 주님께서는 그의 청을 들어 맞이하시면서 내가 하고자 하니 깨끗하게 되어라.”(3)라고 하시며 그의 나병을 깨끗이 고쳐주십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회칙 하나 되게 하소서’(Ut Unum Sint) 반포 25주년을 맞이하여, “일치는 근본적으로 우리 활동의 결과물이 아니라 성령의 은총입니다. ‘일치는 마침내 기적처럼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여정을 걸어감으로써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여정 안에서 성령께서 이루어 주시는 것입니다.’ 성령께서 우리의 발걸음을 인도하여 주시고, 모든 이가 새로운 열정으로 일치 운동을 위하여 일하라는 호소를 들을 수 있도록 도와주시기를 굳은 믿음으로 청합시다. 성령께서 새로운 예언적 몸짓에 영감을 불어넣어 주시고 모든 그리스도 제자의 형제적 사랑을 굳건히 해 주시기를 간구합시다. 그리하여 세상이 믿게 하고’(요한 17,21),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를 더욱더 찬양하게 합시다.“라고 말씀하십니다(전문: http://www.cbck.or.kr/Notice/20190553?page=1&gb=K1200).

   이 가르침이 오늘날 세계 각지에서 흩어진 교회의 일치를 지향하며 하신 말씀이지만, 이 가르침 안에서 우리의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향한 노력의 단면을 엿보게 됩니다. 우리가 기도를 통해 소련 소비에트 사회주의 공화국 연방이 해체되는 데 기여했다면, 오늘 우리가 바치는 기도가 주 하느님께서 허락하시는 어느 날 마침내 이루어지리라는 희망 속에서 믿음으로 기도하고 노력합시다. 전혀 불가능해 보이기만 했던 소련의 회개가 실제로 주님 사랑 안에서 이루어진 역사적인 사실을 목격하며 얻었던 체험을 통한 믿음으로 희망을 가지고 성령께 의탁하여 오늘 주님 사랑의 정신을 실현하며 살아갑시다. 설사 지구상에서 이루어진 한 번의 사건이 완성된 사건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건설하고 다가가야 하는 평화를 향한 행진이 되더라도, 앞서가니 뒤서거니 하면서도 궁극적으로는 성령의 인도로 주 하느님께서 펼쳐 주시는 화해와 일치의 장으로 나아가도록 간구합시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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