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곡성당 자유게시판

동창생(3)-연희의 뒷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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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진석 [ryu4337] 쪽지 캡슐

2008-06-07 ㅣ No.9126

설명절 전날 저녁7시즈음

대전 대사동의 테미고개아래의 돼지고기집에서 고향친구인 

정열이와 소주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금은방에 택시까지 한다는데..피곤하지 않노?"

"새끼들이 줄줄이 태어나 먹을거 달라는데...안할수 있나?

워낙 불경기라!!!"

간장에 무슨 양념을 한것같은 소스에 푹담갔다 구운 돼지고기맛이

감칠맛이 깊어 먹을수록 입맛을 사정없이 댕겼다.

"오늘이 대목일텐데...운전 안하나?"

"대목은 무슨 대목...옛날 얘기야!!!

터미날이나 대전역에 가봐 서있는것은 전부 빈 택시야!!!"

소주잔을 들어  단숨에 들이키고 또 한잔을 완샷한 그의 얼굴에는 홍조가

깃들기 시작했고 깊게 빨아들이다 내뱉은  담배연기에서는 삶의 고초가

뭍어나는듯 했다.

"니 갸 알지?초등학교때 퀸카 김연희 말이야!!!

이 근처에서 치킨 집하고 있어"

"한번 봤어! 마니 변했더군!!!"

"대학때 아버지가 돌공장 하시다가 쫄딱 망해 홧병에 돌아가셨고...

그 뒤부터 연희가 가장노릇을 하느라~~~ "

"저런!!"

단숨에 소주 몇잔을 안주없이 들이키자  정열이가 눈을 동그랗게 치켜뜨며

이즉거렸다.

"첫사랑이  안됐다는 소식에 맘이 착잡허냐?"


"미친넘!!! 아줌마 여기 소주 2병 주세요!!!"

"얼씨구!!!"

명절이 내일임에도 불구하고 빈 테이블이 없을 정도로 사람들로 꽉 들이찼고

그들중에 유난히도 맞은편 좌석의 빨간코트에 검은 머리띠를 한 묘령의 여인과 눈이

자주 마주쳤다.

"정열아! 저 아줌씨가 나에게 관심있는것 같은데...작업 한번 걸까?"

"누구?"

"뒤를 돌아봐!  저기 빨간 코트입은 여자!!!"

정열이가 뒤를 돌아보자마자 손을 흔들어댔고 빨간 코트의 여자는 기다렸다는 듯이

우리 쪽으로 걸어오는 것이 아닌가!!!

'정열아!! 니 아는 사람인가?"

"미친놈!! 너는 이경이도 못알아보나? 내동생!!!"

"쟈가 이경이란 말이야!! 초등학교 5학년때까지 오줌싸던..."

그녀가 반갑게 인사를 하며 소주잔을 건네기에 재빨리 받아 마신후

권하자 정열이가 조소하는듯한  표정으로 약을 올렸다.

"이경아!진슥이가 너에게 반했나 보다!!! 너한테 작업건단다!!! ㅋㅋㅋ"

셋이서 희희나락하며 어린시절 얘기를 나누고 있는중에 이경이 남편도 합석하여

술좌석은 9시를 넘어 10시로 향하고 있었다.

 

 

"집에 들어가봐야 하는데...'

"여기까지 와놓고 연희 가게에 안들른다는 것이 말이 되냐? 생맥주 딱 한잔만!!!"

문을 열고 안에 들어가니 손님은 하나도 없이 냉기만 흐르고 있었고 카운터의

남자혼자만이 밀려오는 전화주문을 받느라 부산을 떨고 있었다.

"상중아!! 김사장은 어디 간거야!!!'

"저기....몸이 불편해서...'

"진슥이가 왔는데..연희가 아파서 못온다!!

말이 안되지? 잠깐 나오라고 해!!"

생맥주와 마른안주를 탁자에 놓기 무섭게 정열이는 남자를 채근했고 그는

난감한 표정을 진채 우물쭈물했다.

"진슥아 상중이 몰라?"

"상중이? 

"초등하교 동창 상규있쟎아!! 갸 동생이야!!!

학교앞 표창상회 2층에 살던.. "

"갸가 쟤야!! 아니 이분이야!!"

"그때 그 찌질이가 연희공주의 베필이 될줄을 누가 짐작이나

했겠냐??" 

놀라운 마음에 눈이 휘둥거려 자세히 그 남자의 얼굴을 찬찬히 살펴보았지만

전혀 어렸을때의 모습과는 매치가 되질않았다.

"아니!! 오랜만에 서울서 초등학교 친구가 일부러 얼굴보러왔는데...


몸이 좀 아프더라도 잠깐 나오라고 해!!!"

"아니 그게..지금 병원에 입원해있어요!!"

"뭐어!!!!"

상중이는 곤란하듯  모기만한 소리로 대답한뒤 고개를 밖으로 돌렸고

정열이는 다소 놀란양 맥주를 목에서 반즈음 끄집어내듯 뱉어낸뒤

사래가 들었는지 심하게  켁켁거렸다.

"어디가 아파서..어디 병원이야!!!"

"그게 글쎄,,말씀드리기가 영!!!"

"당장 병원에 갈테니..어디 병원이야!!!"

정열이가 무척 흥분한듯 얼굴표정이 심각하게 변하면서 상중이에게

따지듯 다그쳤고 나도 그의 옆에서서 가급적 험악한 인상을 쓰려

무진장 애를 썼다.

"그나저나 무슨 병이야!! 왜 입원했어!!"

"글쎄 그게 말씀드리기가..."

"이런 큰 병이구나 큰병!!연희가 죽네 죽어!!!"

술만먹으면 우는 주정이 있는 정열이의 눈가에 어느덧 이슬이 맺히면서

입술마저 연신 씰룩거리자 상중이는 더욱 곤란한듯  테이블과 카운터사이에서

심하게 서성거렸다.

"이봐 상중이!! 얘기해보게! 연희가 어디가 아픈거야!!"

"그게..저기..저저기"

최대한 침착한 어조로 찬찬히 묻자 그도 더이상 어쩔수가 없다는

표정을 지며 생맥주를 한모금 들이키더니 내옆에 바짝 다가서며 귓속말로 속삭였다.

순간 술이 확깨는 느낌이 들어 마시던 맥주를 채비우지도 못하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황급히 계산한후  밖으로 나갔다.

"왜그래! 진슥아!"

"별일아냐!그리고 연희는 죽을 병아니니께 신경쓰지말고..나갈께! 명정잘세라!"

서둘러 택시에 올라타 손을 흔들며 출발하자 머에 홀린듯한 표정의 정열이는 개슴츠레한

눈만 한참 껌뻑거리며 서있었다.

"아저씨 삼괴동이요!!!  그리고 아저씨 여자도 치질에 걸리나요?"      

택시는 시커먼 터널을 헤쳐나가듯 어둠속으로 빠르게 달려갔고 초등학교때의

연희와 현재의 그녀모습이 차유리안에 번갈아 투영대며 그리움과 아쉬움이

교대로 마음속을 심하게 아리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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