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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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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드로 [dkcla] 쪽지 캡슐

2000-06-10 ㅣ No.858

 

 

서     시

 

누가 나에게

 

옷 한 벌을 빌려 주었는데

 

나는 그 옷을

 

평생동안 잘 입었다.

 

때로는 비를 맞고

 

햇빛에 색이 바래고

 

바람에 어깨가 남루해졌다.

 

때로는 눈물에 소매가 얼룩지고

 

웃음에 흰 옷깃이 나부끼고

 

즐거운 놀이를 하느라

 

단추가 떨어지기도 했다.

 

나는 그 옷을 잘 입고

 

이제 주인에게 돌려 준다.

 

 

                         - 류시화 <어느 인도 시인의 시를 다시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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