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선물

어느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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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윤석 [drhur] 쪽지 캡슐

2001-04-06 ㅣ No.82

 

주님

저물도록 쉼없는 날개를

당신은 접어 주실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잡초 무성한 간이역이라도

낡은 의자 한개만 있다면

당신과 같이 앉아 새벽 너울을 기다리고 싶습니다

 

당신 사랑안에 내몸과 마음을 걸어

초라하고 가난한 품꾼이고 싶습니다

언제까지나 피워 올린 소망 속에서

당신모습이어야 하는 이유를 알아서

외로워 집니다

아 그러나 발등이 부어 올랐어도

나의 염원은

맨발로 당신께 가고 싶은 것입니다

 

 

존경하는  신부님!

어느 사제의 일기에 이런 글을 보았습니다

사제 생활이란 웃음을 파는 여인처럼 늘 웃어야 합니다

때로는 피울음을 삼키며 억지 웃음을 지을때

눈가의 주름은 더욱 깊어지고 이곳에 당신 사랑이

고이고 있음을 압니다

지금은 그 웃음 마저 웃을수 없어 울고 있습니다

높으신 당신 사랑을 흉내내다가 지쳐 버릴때

저는 사랑의 찬가를 당신께 들려 드리고 싶습니다

주님!

사랑은 심혼을 다해 사랑해야 할 권리일뿐

의무는 아니라고 말씀해 주십시오

의무로 지우 신다면 요즈음 같아서는 너무 무겁습니다

사제는 모든이의 눈물을 받을 그릇을 준비하면서도

정작 자신의 눈물을 담을 그릇을 마련하지 못함은

당신을 흉내내기 위해서 입니다

 

 

연일 이어지는 판공성사에 얼마나 힘이 드실까?

늘 기도중에 기억합니다.

부족한 사람이라 들어 주실지 모르지만.

그래도 그래도 하던 마음에 어제는 몹시 슬퍼 졌습니다.

11월 몇시 무슨행 기차 ? 깔리는 배경 음악까지

기운 내십시오 신부님

당신이 허락하신 외로운 길이니 항상 동행하며 힘이

되어 주시지 않겠습니까

주님의 사랑을 채우다 가슴에 피멍이 들어도 ,주님께

못다한 말들이 응어리져 목젖을 메울 때라도,

사랑을 찾아 날다가 지친 날개짓을 접어줄 사람이

없을 때라도 ,신부님! 크게 슬퍼 하지 마십시오

제발 울지 마소서 이젠

사람을 향해 끝까지 퍼 내어줄 사랑으로 내가슴 속이

텅 비어 있음을 느낄때

그래도 그곳에 다시 따듯한 사람의 사랑으로 채워질 수

있음을 믿으소서

당신은 끊임없이 사랑해야 사는 목숨이니 말입니다.

 

 

봄햇살이 아름다운 날.

 

 

                                     내가 받은 편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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