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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하천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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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대 [gamsa23] 쪽지 캡슐

2010-03-28 ㅣ No.10508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하천복원
하천의 다양한 동식물은 오염의 상징이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하천해안연구실 이삼희 책임연구원

2008-11-05 11:22:20 [ 이소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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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부터 하천의 환경기능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해 자연형 하천으로 복원노력을 시작한 곳은 유럽의 독일어권 국가들로 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가 선진적 위치에 있다. 구체적으로 본다면 1970년 독일에서 근자연형 하천공법이란 이름으로 시작됐다고 할 수 있다. 이것이 1980년대 일본에 도입되어 다자연형 하천공법으로 발전했고 1990년대에는 미국에서 하천복원공법이란 타이틀로 자연형 하천공법을 정립했다.

우리나라는 1980년대 말부터 하천 전문가들 사이에 하천 환경의 보전과 개선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기 시작했으나 세계적인 추세에 비해 뒤늦게 합류했다고 볼 수 있다. 이후 1990년대 들어서야 자연형 하천 계획과 공법에 대한 연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했으며 중반에 들어 생태, 조경 전문가들이 하천복원을 고려해 자연생태에 가까운 하천 구간을 대상으로 하천 생태계 구조와 기능에 대한 연구를 병행했다. 최근 들어 하천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생태적으로 교란된 하천생태계를 재생, 복원하고자 하는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이삼희책임연구원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이삼희책임연구원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하천복원
알프스에서 발원해 도나우 강으로 합류하는 이자강은 뮌헨시를 관통한다. 과거 알프스 산에서 생산된 목재를 운반하기 위해 사행의 이자강은 직강화 됐다. 모래와 강의 자갈도 걷어내고 강변은 콘크리트 호안 블록을 쌓는 등 수로를 말끔히 정비했다. 하지만 그 결과는 참담했다. 직선으로 바뀐 후 이자강은 유속이 빨라져 바닥이 패이고 물고기, 새, 곤충들은 서식처를 잃어버리고 자취를 감추게 되었다. 전기발전을 목적으로 강물을 사용했기 때문에 수량은 항상 부족한 편이어서 바닥이 드러났고 알프스 눈이 녹는 봄이 되면 강물이 범람해 하류가 범람하는 일이 반복되었다. 게다가 지구온난화로 인해 봄철 수량이 더욱 증가하자 문제는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

1995년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한 뮌헨 시와 바이에른 주는 복원을 검토하고 2000년부터 10년간 8km 구간을 복원하는 ‘이자강 플랜’을 계획했다. 직강화 된 이자강을 인공적으로 사행화 하기 위해 수리·수문·생태학적인 연구결과를 토대로 저수로, 경사면, 주변까지 다양한 모형을 사용해 최대한 자연하천에 가깝게 회복시켰다. 그 결과 자연생태계가 복원되고 하천주변의 환경이 생태계보전 지구로 변화되는 성과를 올리면서 하천주변의 공원과 연결되어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대표적인 하천이 됐다.

이자강은 도심지가 아닌 상류부와 도심지를 구분해서 복원방법과 관리방법을 달리했다. 상류부는 자연형 하천으로 조성하고 도심지는 도시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친수공간으로 만들었다. 물론 도시민이 이용한다고 해서 전부 사람 위주의 인공물을 쓴 것은 아니다. 자연형 하천보다 자연요소를 적게 도입해 사람이 쉽게 물을 즐길 수 있도록 배려했다.

나무 식재방법도 알프스와 가까운 쪽은 홍수에 대비해 물을 잘 흡수하는 너도밤나무와 단풍나무를 심었다. 도시의 북쪽 외곽부분은 소나무와 참나무를 식재해 자연에 가까운 모습으로 조성했다. 강폭이 넓은 지역은 콘크리트를 제거한 뒤 나무와 초본을 식재했고 폭이 좁은 지역은 직강화 이전인 150m의 강폭으로 복원하면서 유량도 늘었다. 수력발전소에 공급하던 수량이 줄어들게 되어 발전소에 손해 배상을 하면서까지 복원을 강행했다.

또한 생물의 서식처를 회복시키기 위해 자연에서 볼 수 있는 웅덩이와 소, 여울, 다양한 수심을 조성했다. 강폭을 넓힌 자리에는 자연 하천과 같은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모래와 자갈을 깔았고 식재는 하지 않았다. 다만 자연의 힘에 맡겨서 자생적으로 자라는 식물을 모니터링하고 관리하는 개념을 도입했다. 시간이 지나자 야생백조는 물론 사라졌던 꼬마물떼새, 물고기, 곤충들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이자강이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하천복원이 가능했던 것은 최소한의 인공요소를 가미해 하천이 스스로 내재된 복원력에 의해 본래의 모습을 찾을 때까지 기다려주었기 때문이다.
서울 청계천은 자연형 하천 복원에 실패해 자정능력이 떨어져 일주일에 한 번씩 청소를 해야한다. ⓒ서울환경운동연합
서울 청계천은 자연형 하천 복원에 실패해 자정능력이 떨어져 일주일에 한 번씩 청소를 해야한다. ⓒ서울환경운동연합
본래 하천지형 복원이 선행돼야 하천생태계 살아난다.
본래 우리 하천은 외국 하천과 달리 식물이 많지 않고 모래와 자갈밭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형태다. 홍수 시에는 물이 넘쳐나지만 갈수기에는 하천바닥까지 말라버리는 건천 또한 우리 하천의 특징이기도 하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과거 하천은 항상 풍성한 물이 흘렀다고 착각한다. 단순히 수영하고 물고기를 잡았던 옛 추억으로 물이 있었다고 생각할 뿐 실제 하천은 바닥이 보일 정도로 마르기도 하고 넘치기도 했다.

하천복원이 성행하고 있는 이 시점에서 과거 하천모습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단지 생태적인 측면만 고려해 항상 물을 풍족히 공급하고 하천변에 식생을 과도하게 도입한다면 하천 본래의 특징 있는 모습은 사라지고 어디나 똑같은 인공하천을 보게 될 것이다.

또 하나 고려해야 하는 것은 하천 생태계의 서식처를 단지 물이 흐르는 하도에만 국한시킬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하도와 더불어 저수부와 고수부 그리고 제방 넘어 존재하는 모든 홍수터를 하천의 범위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의 안홍규 선임연구원은 “도심구간을 제외하고는 본래 하천의 옛 물길과 범람 시 자유자재로 굽이쳤던 홍수터까지 복원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한다.

물론 이러한 공간적 복원에 있어서 홍수터가 이미 주택지로 변모했거나 홍수터가 사유지어서 토지매입에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는 등 많은 제약 조건들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국가의 적극적인 지원 없이는 옛 물길 복원이 쉽지 않다. 그러나 안 연구원은 “이러한 제약조건을 극복하는 것이 결국 하천 본래의 모습을 되찾는 과정”이며 “하천생태계가 원활한 시스템 속에서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는 길”이라고 설명했다.

자연형 하천복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하천의 생태적 기능’을 재생시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하천생태계의 단계적 교란과정(기존 생태에 영향을 주는 물리적, 화학적, 생물적 요인)을 이해하고 이를 복구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또한 하천생태계는 하천지형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먼저 하천 형성과정과 특징을 이해하고 그에 맞는 하천지형 복구가 선행돼야 한다. 다시 말해 자연하천에 가까운 하천지형의 복구가 이루어지면 후속적으로 생태적 현상이 발생하게 되어 하천생태계가 순차적으로 재생된다는 말이다.
독일 이자강. 최소한의 인공요소를 가미해 하천이 스스로 내재된 복원력을 되찾았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이삼희책임연구원
독일 이자강. 최소한의 인공요소를 가미해 하천이 스스로 내재된 복원력을 되찾았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이삼희책임연구원
다음은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의 하천해안연구실 이삼희 책임연구원이 제시하는 하천생태 기능의 재생을 위한 하천생태계의 교란과정과 바람직한 하천복원 방법에 대한 일문일답이다.

현재 우리나라 하천복원과 관리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_ 자연 하천의 모습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데서부터 시작한다. 사람들은 하천에 나무가 자라고 풀이 무성해져서 고등 동식물들이 서식하게 되면 하천 생태계가 살아났다고 기뻐하며 보존하고자 한다. 그러나 본래 하천의 모습은 식물이 풍성한 것이 아니라 모래나 자갈이 주를 이루고 있다. 예를 들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하는 경상남도 예천 봉화마을에 흐르는 내성천처럼 부분적으로 모래가 섬을 이루고 있지만 동식물은 다양하지 않은 모습이다. 하천은 육지와 달리 한 지역의 생물 종이 다양하지 않고 다양할 이유가 없다. 왜냐하면 하천 바닥의 종류가 확연하게 구분되어 있고 그 바닥 여건에서 살 수 있는 동식물도 확실하게 구분되어 있기 때문이다.

물고기들은 수질에 따라 사는 곳이 다르기도 하지만 서식처를 좌우하는 더 큰 요소는 산란처가 형성되는 하천 바닥이다. 우리나라 하천은 바위, 자갈, 모래가 섞여 있는 곳과 모래, 개펄이 섞여 있는 곳이 반복적으로 분포되어 있다. 1급수에 산다고 알려진 쉬리의 산란처는 돌과 돌 사이다. 이들은 돌이 움직이면 안 되기 때문에 산란처를 만들기 쉬운 곳 즉 돌이 안정되어 있는 상류 쪽에 산다. 홍수로 인해 물이 깨끗한 하류로 쉬리가 떠내려 온다 하더라도 다시 상류로 올라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모래를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는 중류에는 그에 맞는 종들이 산다. 예를 들면 온도에 민감한 치어들은 웅덩이가 아니라 모래가 있는 곳에서 산다. 수온은 낮과 밤의 온도차가 심하지만 모래는 비교적 온도차이가 적기 때문이다. 치어들은 모래를 파고들어가 피난처로 사용한다. 그리고 하류에 사는 참게와 황복은 자기의 경계를 넘지 않고 산다. 경계를 무시하는 종들이 있긴 하지만 대부분 이처럼 특정 장소에 특정 종이 사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천의 종 다양성은 어떻게 확보되는가.
_ 보통 하천을 연속된 것으로 보고 한 지점에서도 다양성이 존재한다고 알고 있지만 잘못된 상식이다. 바닥 환경에 맞게 사는 동식물들이 하천 내에서 그룹을 이루어 살지만 그룹끼리는 단절된 상태다. 하천 전체를 본다면 그런 그룹들이 입체적으로 연결되어 다양성이 확보되는 것이다. 물론 하류로 가면 한 지역 내에서도 다양성은 존재하지만 중상류 특정 공간에서는 특정 서식지가 형성되면서 그에 맞는 종이 나타나는 것이다. 그 지점의 고유종이 산다면 그 하천은 살아 있다고 할 수 있다. 세계 학자들도 여기에 포커스를 맞추고 하천복원을 하고 있다. 이런 것들을 갖추어 주는 것이 우리가 추구해야 할 방향이며 그렇게 하기 위해선 그 지역의 특성을 파악하는 것이 핵심이다.

그렇다면 하천에 식생이 풍부하게 된 것은 어떻게 봐야 하나.
_ 하천에 풀이 무성하게 자란다는 것은 오염원이 들어왔다는 이야기도 되며 하천을 움직이게 하는 자연 교란요소가 없어졌다는 이야기도 된다. 하천에 오염원이 들어오면 비료 역할을 한다. 빈 영양 상태에풍부한 영양물질이 유입되어 풀이 자라는 여건이 조성 되는 것이다. 그 영양물질이 모두 소멸되면 하천은 제 모습을 유지하지만 정체되거나 쌓이면 식물이 너무 무성해져서 육상생태계에서 볼 수 있는 고등 동식물들의 유입을 허락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먹이사슬의 모양은 정상 생태계의 형태인 피라미드가 아니라 항아리 형태가 된다. 1차 생산자의 역할을 오염원이 대신하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염원이 영양식물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먹이사슬에 의해 만들어진 생태계가 바람직한 모습이다.

자연교란인 홍수나 가뭄이 오면 오염원으로 만들어진 서식처들이 제거된다. 자연교란에 의해서 서식처는 소멸과 생장을 반복하며 변화하고 하천도 변한다. 그에 따라 하천 생태계도 적응을 한다. 그래서 서식처를 보전하고자 하는 장소에서는 서식처 자체뿐만 아니라 서식처가 재생할 수 있는 시스템의 보전도 중요하다.

현재 진행하고 있는 하천관리의 문제는 유량중심으로 계획하여 시행한다는 점이다. 수량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보를 만들고 물가를 고정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 나무와 풀을 심고 하천은 변하지 않도록 관리해야 된다. 하지만 건강한 하천이 되기 위해선 홍수와 같은 자연교란을 허용해 하천이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게 두어야 한다. 동시에 홍수로 인한 제방 붕괴와 인명피해를 줄이기 위해 밸런스가 중요하다.

모래, 자갈이 있는 옛날 하도의 모습이 가지는 장점은 무엇인가.
_ 돌은 돌이 가지고 있는 생물 막에 의한 정화 효과가 있으며 모래는 필터링 역할을 하는 정화기능을 가지고 있다. 평소에 정화를 하면서 쌓인 찌꺼기는 비가 많이 오거나 홍수가 나서 물이 거칠게 흐를 때 떨어져 나간다. 모래의 필터링 정화효과는 식물에 비해 6배에 달할 만큼 탁월하다. 결국 모래, 자갈이 있는 옛날 하천 하도가 자정능력이 뛰어나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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