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곡성당 자유게시판

천사들의 발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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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희 [sin6476] 쪽지 캡슐

2010-03-05 ㅣ No.10484

18년전, 사제가 되어 겨우 1년의 보좌 생활을 지낸 나는 박달재 근처에 있는

(공소에서 막본당으로 승격된) 백운 본당 초대 본당신부로 발령을 받았다.

그런데 거기에는 선교사가 쓰던 단칸방과 쌀겨를 깔고  그 위에 열선을 깔아 난방을

한 스레트 집 한채가 전부였다. 단칸방은 내가 쓰고, 다른 방은 식보사를 자청하신

나의 어머니와 아버지가 사용하셨다.

 한겨울 2월에 부임을 했으니 얼마나 추우셨을까? 헌데 아무 말씀 안하시고

밤이면 그곳으로 가시고 낮이면 주방에 오셔서 언 몸을 녹이셨던 그 모습이 너무나

측은 했고,늘 죄송스러웠다.

그러던 어느 날 성모회장이 나를 찾아와 허락을 해주면 성모회원들이

품팔이를 해서 그 돈으로 성당을 운영했으면 한다고 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그래도 내가 아버지인데... 딸들이 몸으로 뛰어 아버지를

보필하려한다는 생각에 가슴이 미어졌다.

안된다고 말하고 잠시 기다려 보라고 했다. 보좌생활을 했던 신부님(원주 학성동)과

친정 본당(제천 남천동)을 찾아가 호소를 해서 매달 얼마씩의 도움을 받았다.

그러던 중 고인이 되신 이영섭 신부님께서 서울에 시골본당을 돕는 단체가 있는데

그 곳에 함께 갈 수 있도록 주선해 주시겠다고 하셨다. 우술라회장님이 허락을 하셨고,

전교회 회원과의 만남이 시작되었다.

본당 사정을 이야기 했더니 매달 후원금을 챙겨주셨고 교우들도 한푼 두푼 기금을

 봉헌해주셨다.

사제관을 지을 희망이 생겨났다. 쑥떡, 고추, 감자 등도 팔았는데 그것을

사주심으로서 도움을  주셨다.

그래서 부임한지 2년만에 사제관을 짖고 부모님도 모실 수 있었다.

그 고마운 손길을 18년이 지난  오늘도 좋은 추억으로 남아있다.

어머니도 매월 첫 금요일이 되면 그 때를 생각하시며 도움을 주신 분들을 위해

기도하신다.

 백운을 떠난 후 정선, 태백에서 사목활동을 했기에 너무 멀어 전교회에 나가지는

못했지만 늘 기억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지금의 청일성당으로 오게 되었는데, 역시 공소가 본당으로 승격된 곳이다.

그런데 이 성당은 18년 전과는 정반대의 현실이었다.

교우들이 사제관을 지어놓고 신부님을 청했으나 성당은 50년전에 지었기에

너무 좁았다. 그런데 물색하던 중 아파트 부지로 편입된 조립식 큰 성당이

있음을 알았고 그것을 써도 좋다는 교구의 허락도 받았다.

널찍한 새 성당이 생긴 기쁨도 잠시뿐 본당으로 승격된지 6개월이 채 되지 않은

본당이 이 일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그래서 또 우술라 회장님께 전화를 드렸고 ,

현 회장님이신 장카타리나 회장님이 허락해서 우리의 만남은 이어졌다.

역시 전교회 회원은 18년전이나 지금이나 한결 같다.

본당의 사정을 이야기하자 그 옛날처럼 한푼 두푼 모아주셨고, 성전건립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준비해 간 물건들을 다 팔아 주셨다.본당설정 1년만에 새 성당이

 세워지고, 청일 지역을 내려다 보시며

축복하시는 <예수 성심상>도 모시게 되었다.

전교회 회원들이 마련해 주신 것이다.

어느 한 교우는 전교회 회원들을  <천사의 발걸음을 가지신 분들> 이라고 표현했다.

시골 성당에서 어렵게 사목하는 사제들과 신자들 그리고 지역 주민들에게까지

용기를 주는 천사들의 발걸음이 있음을 기억하면서, 매월 첫금요일 정동 가는 나의

발걸음도 그들과 한 마음이다.

 

※ 이글은 예수성심 위로의 전교회 회보에 박흥준 신부님(원주교구 청일성당)께서

  쓰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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