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곡성당 자유게시판

신대방역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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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진석 [ryu4337] 쪽지 캡슐

2010-03-12 ㅣ No.10491

주식팀장회의를 마치고 본사직원들과 어울려 한잔 걸쳤더니
신대방역앞 6번 마을버스 정류장에 서있는데 알딸딸한 기분이
업되면서 입에서는 연신 트림이 터져나왔다.
"제기랄!!오늘은 밥만 먹으려 했는데..
술앞에서는 자제가 안되니..이것 알콜 중독아냐??"
밤10시가 가까워져서인지 추위가 더욱 크게 느껴져 몸이 크게 흔들리며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데 방금전부터 나를 힐끔 쳐다보던 한아주머니와
시선이 마주쳐 고개를 갸웃거리자 그녀가 조심스럽게 다가왔다.
"저..혹.. 혹시 진석오빠 아니세요??"
"누구??"
"저 모르겠어요??"
"아하!!윤미??"
20여년전 동료직원의 소개로 잠깐 사귀었다가 헤어진 친구로 나이답지않은
뽀얀피부에 은빛털이 수북한 밍크코트와 손가락사이로 보이는 값비싼
다이아 반지들이 그녀의 현재상황을 대변해주는듯했다.
"옛날 그대로네!!"
"오빠도 그대로인걸!!!"
"많이 늟었지!!그나저나 돈마니 벌었나봐???
귀부인티가 자르르 흐르는데..."
"원!!오빠두!!
IMF때 증권주를 싸게사서 팔았더니 100배가 남더라구
그걸로 강남에 아파트 4채사고..어쩌구 쩌쩌구.."
자랑하듯 신나게 말하는 그녀의 얼굴을 물끄러미 보면서 20여년전 헤어질때
울면서 나의 팔을 잡고 애원하던 그녀의 얼굴이 불현듯 떠으르며 나도모르게
한숨이 터져나왔다.
"내가 미친놈이여!!
그 죄를 달게 받는거지"
누가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그녀는 자기얘기를 자랑하듯이 쉬지않고 늘어놓았고
CS교육에서 배운데로 피곤함을 억지로 감춘채 고개를 끄덕거리며 맞장구를 쳐졌다.
"그나저나 여기는 어쩌일이야?!!!"
"동창모임이 있어서!! 이인간이 왜이리 안오지??"
"누구??"
"우리집 아저씨!!차가지고 오랬더니,,아직도 안오네!!
이인간 오기만 해봐라!!"
정신을 못차릴정도로 수다를 떨던 윤미는 잠바차림의 50대초반의 아저씨가
도착하자마자 마구 화를 내며 다구쳤고 남자는 우물쭈물 아무말도 못한채
얼굴이 붉혀지며 다리를 배배 꼬았다.
"내가미쳐!!당신이 제대로 하는게 머야??
돈을 벌어와 집안일을 제대로 해?!!!
몇시까지 오라고했으면 와야지!!지금 몇시야!!!"
더욱 목소리를 높여 남편을 다구치는 통에 지나가는 행인들이 걸음을 멈추며
힐끔힐끔 쳐다봤고 그녀를 말려야 한다는 생각에 기다리던 마을 버스가 왔어도
타지를 못했다.
"고마해라!!윤미야!!사람들이 보쟎아!!"
"오빠 미안해!!나갈께  나중에 한번봐!!"
"그래!!그래!!"
검은색 에쿠스가 빠르게 구로동쪽으로 달리며 시야에서 사라지는 순간 나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이 터져나오며 고개가 절로 가로저어졌다.
"술이 확깨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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