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곡성당 자유게시판

아빠,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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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도균 [gongjakdk] 쪽지 캡슐

2007-08-03 ㅣ No.7992

 
 
 
 
 
               평범한 진리속에서 찾은 행복
 
          저는 사춘기 이후에 단 한번도 아빠의 손을 잡은 적도 없고 아빠에게
          "사랑해요" 란 그 흔한 세 글자를 입 밖에 내 본적이 없었습니다.
          그냥 이유 없이 아빠가 너무 싫었고 미웠으니까요.
          그런데 그런 아빠에 대한 미움을 걷어내고 아빠를 다시금 사랑할 수
          있게 해 준 일이 있었습니다.
          평소 그렇게 건강하시던 아빠가 대장암3기 판정을 받은 것입니다.
 
          처음 며칠 동안은 울기만 했습니다.
          아빠를 미워했던 제가 미워서 울었고,  그 다음은 다시는 아빠를 볼 수
          없을 것 같은 불안감에 눈물이 멈추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수술 날자를 잡고 수술날 당일  전 아빠 손을 12년만에 처음
          잡아 보았습니다.
          역시 아빠 손은 너무너무 따뜻했습니다.
 
          아빠는 엄마를 보며 한없이 눈물을 흘리셨고 저를보며 힘겹게 웃으셨습니다.
          '아빠,  무서워?  무섭지?.  하나도 안 아풀거야.
          금방 끝날거야',  라고 말하면서 전 너무 무섭고 가슴이 아팠습니다.
          아빠는 저를보며 "우리 딸이 아빠를 많이 걱정하고 있었구나.
          걱정시켜서 미안한 걸" 하셨습니다.
 
          저는 아빠를 잡은 손을 더 꼭 잡아드렸습니다.
          "아빠, 사랑해.  아빠, 정말 사랑해요."
          전 태어나서 한번도 하지 않았던 "사랑해" 란 말을 저도 모르게 해버렸습니다.
          참으로 쑥스러웠습니다.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르는게 느껴질 정도였으니까요.
          아빤 그 말 한마디에 너무도 행복한 웃음을 지으셨습니다.
          아픈 사람이라는 걸 잊은 것처럼 참 편하고 행복해 보였습니다.
          다행이 수술은 잘 끝났고 지금은 열심히 항암치료 중입니다.
 
          그 일이 있고 전 하루에 한 시간은 꼭 아빠와 마주앉아 오늘 일과를 애기하고
          자기 전엔 "아빠 사랑해" 라고 말하는 좋은 습관까지 생겼습니다.
          아빤 당신이 아픈게 행운이라고 말씀하셨어요.
          "지금이 너무 행복하다고,  이렇게 행복할 줄 알았다면 좀더 빨리 아풀걸..."
          그말이 제 가슴을 더 아프게 만들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과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소중하고
          행복을 주는 사람인지 너무 익숙해서 알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모두들 용기를 내서 자신과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에게
          "사랑해" 라고 말해보는 건 어떨까요?.
          아마 모두 행복해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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