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강론

한국 교회의 수호자, 원죄 없이 잉태되신 복되신 동정 마리아 대축일 12/8 토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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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흥보 [peters1] 쪽지 캡슐

2018-12-08 ㅣ No.3722

한국 교회의 수호자, 원죄 없이 잉태되신 복되신 동정 마리아 대축일 12/8 토요일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2018년 인권 주일 담화문 요약

 

형제자매 여러분, 한국 천주교회는 해마다 대림 2주일을 인권 주일로 지내고 있습니다. 메시아의 강생과 함께 도래한 종말의 시간을 살며 깨어 지내던 초세기 그리스도인들의 자세를 되새기며 인권 현실을 복음의 빛으로 비추어 보는 일은, 다가온 성탄을 준비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1. 지금 우리는 인권에 대해 그리스도인으로서 성찰하고 발언하기에 과거 어느 때보다 어려운 시절을 보내고 있는 게 아닌가 합니다. 그러나 자기도 상처입고 고통받는 이가 더 깊고 근원적으로 치유자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상처입은 치유자란 헨리 나웬 신부님의 표현이 잘 말해 주고 있습니다.

작년 한국천주교주교회의에서는 겹겹의 차별을 받고 있는 농어촌 이주 노동자에게 최우선의 관심과 주의를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2.  인권 감수성의 토대는 타자의 다름이 초래하는 불편함을 감당하고 소화하는 능력, 곧 상대의 다름을 가능한 한 깊이 이해하고 존중하는 태도일 것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동성애에 관한 질문을 받고 그가 선한 의지로 하느님을 찾는 이라면 내가 어떻게 그를 심판할 수 있겠습니까?”라고 대답하시거나, 몇 년 전 방한하셨을 때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들에게 진심 어린 애도를 표하시면서 인간의 고통 앞에서 중립은 없습니다.”라고 말씀하신 것 역시 복음적 인권 감수성의 빛나는 예라고 생각합니다.

 

3. 일상적으로 인권을 침해당하고 차별을 겪는 이들은 대부분 여러 부류의 소수자입니다. 이들의 고통은, 차별과 배제에 아무런 문제를 느끼지 못하며 오히려 이를 당연시하는 다수자와 기득권층의 무신경한 태도로 더욱 증폭됩니다. 첫 몇 세기 동안 그리스도교는 당대 그리스 로마 문화가 감당하고 참아주지 못하는 다름때문에 극심한 박해를 여러 번 겪었습니다.

 

4. 이방인에 대한 각별한 사랑과 관심은 이미 구약 성경에서도 차고 넘칩니다. 유다인들은 국외자, 타국인, 이방인이 된다는 것이 무엇인지 몸으로 겪어 배워야 했고, 결코 잊지 말아야 했습니다. 그래서 매년 과월절 축제에서 이집트를 탈출하던 그 밤의 상황을 재현하며 기억했던 것입니다.

 

5. “하느님의 가난한 이(아나윔)”야말로 복음을 가장 먼저, 그리고 깊이 이해하는 이였음은 고대 교부들뿐 아니라 현대 사도좌의 가르침도 거듭 강조했습니다.

교회의 이 첫 자리의 기억을 새로이 하며, 가난한 이를 돕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처지를 함께 나누는 가난한 교회로 자리 잡을 때, 비로소 하느님의 말씀과 세상의 고통을 따로따로가 아니라 동시에 알아듣고 이해하는 복음적 명오(明悟)가 열립니다.

6. 이 모든 사실에서 우리가 깨닫는 것은, 인권 감각은 고귀한 것이긴 하나 신앙과는 별개의 것이 아니란 사실입니다. 인권 감각은 신앙과 지극히 내밀하게 연동(連動)되어있습니다. 그래서 약자와 소수자를 착취하거나 무시하는 행위는 사람의 인간성과 인권을 해치는 일로만 그치지 않습니다. 그것은 실로 신성(神性)과 신권(神權)에 대한 공격이 됩니다. 사람은 하느님의 모상으로 창조되었고, 나아가 우리가 믿는 하느님은 사람을 사랑하신 나머지 사람이 되신 하느님이시기 때문입니다.

 

7. 형제자매 여러분, 이 땅에는 이미 많은 이주민이 선주민인 우리와 공생(共生)하고 있습니다. 이들 중에는 농어촌 지역의 노동자처럼 열악한 조건 아래 하루하루 고단한 생존을 이어가는 이들이  많습니다. 비록 인종과 언어와 문화와 신앙이 다르다 하더라도, 이들 역시 한 하느님에게서 난 우리 형제자매들임을 잊지 말아야 그리스도인이라 불릴 수 있을 것입니다. ‘다름으로 말미암아 드러나거나 드러나지 않는 차별과 불이익을 감내하며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우리가 먼저 착한 사마리아 사람처럼 이웃이 되어 줄 수 있도록, 올해도 베들레헴의 누추한 여관 짐승 밥통같이 가장 낮은 곳을 골라 강생하시는 구세주께 은총을 청합니다.

 

2018129일 대림 제2주일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배기현 콘스탄틴 주교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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