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강론

삼위일체대축일(나해) 마태 28,16-20; 15/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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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흥보 [peters1] 쪽지 캡슐

2015-05-30 ㅣ No.2872

(십자성호를 그으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삼위일체대축일(나해) 마태 28,16-20; 15/05/31


 


 


 


사랑은 내리사랑이라고도 합니다. 부모님의 사랑이 자기 자신을 차선으로 하고 자식을 최우선으로 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자식들이 부모의 사랑을 알아차리고 감사하는 마음의 정이 들라치면, 이른바 ‘남자와 자식은 철들면 죽는다.’고 하는 말까지 있습니다.


 


오늘은 삼위일체 대축일입니다. 미사 시작 때, 사제는 “사랑을 베푸시는 성부와 은총을 내리시는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와 일치를 이루시는 성령께서 여러분과 함께.”라고 인사합니다. 아버지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만드시고 우리를 끝없이 사랑하시고, 하느님의 외아들 성자 우리 주 예수님께서는 어떻게든 우리를 도와주시고 구하시려는 은총을 베푸시며, 성령께서는 우리를 그토록 사랑해주시고 구원해 주시려는 성부와 성자께 이끌어 주시고 마침내 연결시켜주십니다.


이토록 성부와 성자와 성령께서 우리가 처한 시간과 기회와 상황과 처지에 맞춰, 서로 다른 방법으로 적절히 사랑을 베풀어 주시기에, 우리가 오늘도 이렇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렇게 우리를 돌봐주시려고 서로 돌아가며 노심초사 애쓰시기에, 그 사랑이 우리에게 내리 사랑으로 흘러 넘칩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우리를 향해 흘러 넘치는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삼위일체 주 하느님의 사랑을 느끼게 되고, 그 보답으로 주 하느님께 사랑을 돌려드리며 감사를 드립니다. 주 하느님께서 우리를 바라보시고 다가오시는 그 사랑의 보답으로, 우리는 주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맡겨주신 우리 이웃을 바라봅니다.


성부와 성자와 성령께서 우리에게 향하는 그 사랑은 결과적으로 우리가 주 하느님께 사랑을 돌려드리며 감사를 드리게 하는 선교가 됩니다. 그래서 그런지 주님께서도 부활하신 주님을 믿고 따르는 우리에게 사랑을 나누도록, 즉, 선교하도록 명하십니다. “나는 하늘과 땅의 모든 권한을 받았다. 그러므로 너희는 가서 모든 민족들을 제자로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주고, 내가 너희에게 명령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여라. 보라, 내가 세상 끝 날까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겠다.”(마태 28,18-20)


 


사랑은 그 사랑을 받는 이들에게 기쁨을 선사해주고 감사의 정을 불러일으키는 선교가 됩니다. 이웃을 사랑하면, 그 사랑은 자신과 이웃에게 생기를 북돋아 주고 기쁨을 샘솟게 하며, 서로를 묶어 하나되게 해줍니다. 그러나 이웃을 모른 체하고 자신만을 사랑하면, 그 사랑은 서로를 구분하고 갈라놓으며, 서로에게 단절과 아픈 추억을 안겨줍니다. 저 하나 좋을라고 한 일이 결과적으로 저나 다른 저들인 나머지 모두에게 해가 됩니다. 마치 죄악처럼.


그러기에 사랑은 내리 사랑이 되고 은총이 되는가 봅니다. 주님께서는 우리가 주님과 형제들을 사랑하는 그 순간에 우리를 주 하느님의 자녀로 받아주십니다. 오늘 사도 바오로는 로마 교회 신자들에게 말합니다. “하느님의 영의 인도를 받는 이들은 모두 하느님의 자녀입니다. 여러분은 사람을 다시 두려움에 빠뜨리는 종살이의 영을 받은 것이 아니라, 여러분을 자녀로 삼도록 해 주시는 영을 받았습니다. 이 성령의 힘으로 우리가 ‘아빠! 아버지!’ 하고 외치는 것입니다.”(로마 8,14-15)


우리가 주님과 형제들을 사랑하는 순간, 주님은 우리와 함께하시며, 주 하느님의 사랑은 우리를 통해 드러나고 완성되어 갑니다. “내 계명을 받아 지키는 이야말로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다. 나를 사랑하는 사람은 내 아버지께 사랑을 받을 것이다. 그리고 나도 그를 사랑하고 그에게 나 자신을 드러내 보일 것이다.”(요한 14,21)


우리가 주님과 형제들을 사랑하는 순간, 주님은 우리를 주님 사랑 안에 머물게 하고, 삼위일체 주 하느님의 사랑 안에 하나되게 합니다. “누구든지 나를 사랑하면 내 말을 지킬 것이다. 그러면 내 아버지께서 그를 사랑하시고, 우리가 그에게 가서 그와 함께 살 것이다.”(요한 14,23)


우리는 주님의 말씀을 지킴으로써 하나되고 주님 사랑 안에 머물러 평안하게 됩니다. “고생하며 무거운 짐을 진 너희는 모두 나에게 오너라. 내가 너희에게 안식을 주겠다.”(마태 11,28) 물론 주님의 말씀을 지키고 교회의 계명을 지키는 사랑은 수고와 노고를 동반합니다.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내 멍에를 메고 나에게 배워라. 그러면 너희가 안식을 얻을 것이다. 정녕 내 멍에는 편하고 내 짐은 가볍다.”(마태 11,29-30). 마치 산 정상에서 느끼는 기쁨이 한 걸음 한 걸음 땀 흘려 오르는 수고를 동반한 후에 얻어지는 것처럼. “다만 그리스도와 함께 영광을 누리려면 그분과 함께 고난을 받아야 합니다.”(로마 8,17)


 


교황님께서는 오월 마지막 주일인 오늘 청소년 주일 담화에서, “기도와 성사 안에서 주 하느님께서 두 팔을 벌리고 우리를 기다리고 계시다는 것을 깊이 깨닫고, 주 하느님께 한 걸음 내딛도록”, “성경을 자주 읽으면서 주 하느님의 자비로운 사랑을 만나도록”을 권유하십니다.  그리고 “형제자매로 사랑하는 삶 안에서 주님을 만나도록” 권하십니다. “하느님께서는 형제자매의 얼굴을 통해 주 하느님의 모습을 드러내십니다.” 특별히 “가난한 이들과 함께 가난해 짐으로써 주 하느님을 깊이 깨닫게 되도록” 청하십니다. 주 하느님의 사랑을 받아 “깨끗해진 마음은 우리가 모든 것을 내려놓는 마음으로 자신을 굽히고 자신의 삶을 가장 어려운 처지에 있는 이들과 나눌 줄 알게 되며” 그렇게 함으로써 “주 하느님과 자기 자신을 더 잘 알게 될 것”이라고 역설하십니다.


교우 여러분이 성부와 성자와 성령이신 삼위일체 주 하느님께서 각각, 그리고 교대로, 시대와 상황과 처지에 따라 번갈아 돌봐주시고 지켜주시며 이끌어주시는 사랑 안에서, 평안하시고 행복하게 사시길 빕니다. 그리하여 주 하느님께서 함께 하시며 펼쳐주시는, 그 평안하고 행복한 여러분의 삶이, 자연스럽게 형제자매들에게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신”(요한 14,6) 주님의 모습을 드러내는 선교가 되기를 빕니다.


 


지금도 계시고 전에도 계셨으며 앞으로 오실 하느님, 성부 성자 성령은 영광 받으소서.”(묵시 1,8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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