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강론

부활 팔일 축제 수요일 ’21/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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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흥보 [peters1] 쪽지 캡슐

2021-04-06 ㅣ No.4616

부활 팔일 축제 수요일 ’21/04/07

 

요즘 그런 생각이 듭니다. ‘내가 언제 설렜던 적이 있었던가?’ ‘지금 이 나이에 무엇이 나를 설레게 할까?’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십자가상에서 돌아가심으로써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한 제자들은 뿔뿔이 흩어집니다. 그중 두 명은 엠마오로 가는 중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들이 분노와 하소연과 푸념을 쏟아부으며 걸어가고 있었는데, 난데없이 어떤 사람이 나타나 말을 걸어옵니다. “걸어가면서 무슨 말을 서로 주고받느냐?”(루카 24,17) 어이가 없고 기가 찬다고 느낀 제자들이 반문합니다. “예루살렘에 머물렀으면서 이 며칠 동안 그곳에서 일어난 일을 혼자만 모른다는 말입니까?”(18) 예수님께서는 천연덕스럽게 답하십니다. “무슨 일이냐?”(19) 제자들은 예수님의 생애와 수난과 그리고 자신들도 믿기지 않는 부활의 소식을 열이 나서 설명해댑니다. “그런데 우리 가운데 몇몇 여자가 우리를 깜짝 놀라게 하였습니다. 그들이 새벽에 무덤으로 갔다가, 그분의 시신을 찾지 못하고 돌아와서 하는 말이, 천사들의 발현까지 보았는데 그분께서 살아 계시다고 천사들이 일러 주더랍니다. 그래서 우리 동료 몇 사람이 무덤에 가서 보니 그 여자들이 말한 그대로였고, 그분은 보지 못하였습니다.”(22-24) 지금 들어도 이해하기 힘든 예수님의 부활 사건을 당시 제자들이 이해하고 믿기란 정말 힘들었으리라 충분히 짐작이 갑니다. 그런 제자들에게 예수님께서는 예언서와 성경의 기사들을 들어가며 주님의 생애와 역할과 부활에 관해 설명합니다.

 

제자들은 그 설명을 들으며 거의 목적지에 다다랐고, 예수님은 더 멀리 가시려고 하는 듯했습니다. 그러자 제자들이 예수님께 제안합니다. 아마도 나그네 환대법의 감정이 몸에 배기라도 한 듯합니다. “저희와 함께 묵으십시오. 저녁때가 되어 가고 날도 이미 저물었습니다.”(29) 그래서 예수님께서 그들과 함께 묵으시려고 집으로 들어가십니다. “그들과 함께 식탁에 앉으셨을 때, 예수님께서는 빵을 들고 찬미를 드리신 다음 그것을 떼어 그들에게 나누어 주셨다.”(30) 그러자 제자들의 눈이 열려 예수님을 알아”(31) 봅니다. 왜 공생활 삼 년 동안 예수님과 함께 먹고, 함께 자며, 함께 활동했던 제자들이 예수님을 알아보지 못했을까? 그들이 눈이 멀지 않았다면, 예수님의 모습이 변했다고밖에 말할 수 없습니다. 그 대신 그들은 예수님께서 빵을 나누는 모습에서 예수님을 알아봅니다. 그들의 마음속에 담겨 있는 예수님의 이미지가 재현되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감사와 기쁨의 정을 드러내기도 전에 예수님은 떠나십니다. “그러나 그분께서는 그들에게서 사라지셨다.”(31) 제자들은 예수님을 상기하며 되새깁니다. “길에서 우리에게 말씀하실 때나 성경을 풀이해 주실 때 속에서 우리 마음이 타오르지 않았던가!”(32) 그들은 그길로 예루살렘으로 돌아가, 동료 제자들에게 예수님 부활 체험을 주고받습니다. “‘정녕 주님께서 되살아나시어 시몬에게 나타나셨다.’ 하고 말하고 있었다. 그들도 길에서 겪은 일과 빵을 떼실 때에 그분을 알아보게 된 일을 이야기해 주었다.”(34-35)

 

예수님께서는 매일 매 순간 우리와 함께하시겠다고 하셨고, 또 실제로 우리와 함께하십니다. 때로는 친구의 모습으로, 때로는 잔소리하는 부모와 가족의 모습으로, 때로는 전혀 예기치 못하고 반갑지 않은 사람과 상황에서 접하게도 됩니다. 그리고 때에 따라서는 예수님(의 사자)을 만나고 나서도 이해관계 차이로 기뻐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부활절을 시작하면서, 제자들처럼 우리도 평소에 잘 모르고 그냥 넘어갔지만, 우리 마음속 깊이 부활의 기쁜 소식이 다시 한번 울려 퍼지기를 기대합니다. “우리 마음이 타오르지 않았던가!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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