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곡성당 자유게시판

도박의 끝(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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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진석 [ryu4337] 쪽지 캡슐

2009-12-20 ㅣ No.10380

1994.11월 새벽2시
D증권사 역삼지점의 후미진 밀실에서는 열띤 포커레이스가 벌어지고 있었다.
장종료직후 시작되어 11시간 넘게 판이 벌어졌지만 꼬이는 패에
돈만 나갈뿐 들어오는것은 스트레스와 담배연기로 인한 두통뿐이었다.
당시 증권사에서는 장종료후 하이로우 포커게임이 유행처럼 번져
15시가 지나가기 무섭게 자동으로 테이블에 담요가 펴지고 바둑돌이
준비되곤했다.
하이로우게임은 기존의 포커게임에서 파생한것으로 통상 족보로 겨루는
하이와 숫자 낮은순으로 먹는 로우가 공존해 나눠먹지만 어느때는 양쪽을
이길가능성이 높은 경우는 스윙을 해서 독식을 하는것이다.
담배연기 자욱한 가운데 오늘의 위너인 이차장이 앞섬이 풀어진 와이셔츠에
담배한개비를 삐딱하게 꼬나문채 숙달된 손놀림으로 카드를 돌렸다.
"좋은패 들어오시길..!!!"
몇번의 큰판에 걸려 의욕을 상실한 후로 원타임 찬스만을 기다리던 나는
아무생각없이 바닥의 카드 3장을 손으로 들어올려펴보니 에이스 3장이었다.
"니들은 이제 죽었다.크게 물기만해라잉!!!"
스페이드 에이스 한장을 바닥에 깔으니 두번째 클로버무늬의 2자 카드가
옆에 떨어졌다.
곧이어 3자,4자가 바닥에 떨어지며 마음속에서부터 피어오르는 회심의 미소를
억지로 누르며 표정관리에 주력했다.
주위를 살펴보니 로우경쟁상대는 소심한 박부장님 한분뿐이고 하이는 바닥에
큐완피를 깔고있는 이차장과 하트플러시 메이드인듯한 감대리가 경쟁하고 있었다.
"소심한 로우부터 다이시켜야지!!!"
여우같은 이차장이 베팅을 하자마자 내가 레이스를 돌렸고 옆의 플러시인 김대리가
레이스를 부르짖자 박부장님은 자신없는듯 콜로 들어왔고 한번 더 레이스를 돌리자
그는 고민을 잠깐 하더니 이내 패를 덮어버렸다.
"후후!최손한 반은 확보했고..."
히든으로 받은 카드는 4로 내가 바라던 에이스 풀하우스가  완성되는 순간 속으로
만세를 불렀지만 여전히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는데 애를 썼다.
큐완피의 이차장이 베팅을 하자 산뜻하게 레이스에 불을 당겼고 사태의 심각성을 찾지못한
플러시패의 김대리가 역시 레이스를 펼치자 이차장은 과감히 맞불을 놓았다.
"큐가 안보이는 걸보니 큐 풀하우스인 모양인군!!!
여우같은 놈!!그래봤자 넌 죽었다."
3턴째 레이스에서 김대리는 심상치않음을 느꼈는지 따라가는데 주력했고 이차장과
나는 한치도 양보없는 불꽃레이스를 펼쳤다.
4턴째 레이스에서 인사불성으로 쳐대는 이차장의 베팅에 일말의 불안감은 없지는
않았지만 설마하는 생각으로 마구 되받아쳤는데 그 설마가 결국 사람을 잡고 말았다.
"류대리 수고했어"
기분나쁜 조소를 보이며 이차장은 느물거렸고 그의 손에는 마귀할멈같은 여왕의
모습이 그려진  카드가 2장 들려져있었다.
고개를 푹숙이며 탄식과 함께 카드를 조용히 내려놓았지만 속에서는 가위로
 카드를 모두 자르고 싶을정도로 부르르르 화기가 끌어올랐다.
"이런 머같은 경우가 있나!!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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