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괴로워도
삶의 회의를 느낀 참새 한 마리가 살았습니다.
매일같이 먹이를 찾아 다녀야 하는 삶이 괴로웠습니다.
언젠가는 주차장 셔터에 끼어서 죽을뻔한 일도 겪었습니다.
한 톨이라도 더 먹으려고 서로 싸우는 일이 지겨웠습니다.
남들은 휴일이면 동학사로 벚꽃놀이도 다녀오고
여유롭게 사는데 그러지 못한 자신이 싫었습니다.
점심때는 수돗가에서 배를 채우곤 했지요.
어느 날 스승 참새를 찾아가 말했습니다.
저는 이 세상 살기가 싫어졌습니다.
너무나 치열하고 비참해요.
어제는 하찮은 거미줄에 걸려 죽다 살아났답니다.
스승 참새가 물었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하겠다는 것이냐?
걍 코 박고 죽어 버리던지....
깊은 산속에 들어가 불쌍한 우리 참새들을 위해....
기도나 하면서 살고 싶습니다
따라오너라
스승 참새는 그를 데리고 연못 근처로 날아갔습니다.
연못은 위에서 흘러들어 온 흙탕물 때문에 검 붉었는데
거기에 뿌리를 내린 연에서는 놀랍게도
꽃봉오리가 화사하게 올라오고 있었습니다.
스승 참새는 그에게 말했습니다
보아라
연꽃은 저 더러운 흙탕물에서 피지만 더러움에 물들지 않고...
오히려 더러운 자기 터를 아름다운 꽃밭으로 만든다.
연뿌리의 속 알맹이는 얼마나 희더냐
살아 있는 것 자체로도 충분한 가치와 행복할 권리가 있다.
이 세상을 떠나 도피하지 말고 주어진 그곳에서 살면서
네 터를 네 꽃밭으로 만들도록 하는 것이 보람 있는 삶이 아니겠느냐
- 좋은 글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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