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곡성당 자유게시판

도박의 끝(2)

인쇄

류진석 [ryu4337] 쪽지 캡슐

2009-12-22 ㅣ No.10385

아침부터 일진이 좋지않아서인지 오늘 패는 계속 말리고 있다.
하는 수없이 중간중간 뻥카를 치지만 여우같은 이차장이 귀신같이 눈치채고
잘도 챙겨먹는다.
"저 자식을 한번 엿 멕여야하는데...."
출근하려고 집을 나서는데 와이프가 악타구니를 써며 토악질을 했던 것이 맘에
걸렸는지 카드가 집중이 안되면서 패까지 안보여 돈만 계속 빨려나갔다.
하긴 한달내내 새벽에 출근하여 새벽에 집에 들어오니 누가 좋아하겠는가?
그것도 직원들과 밤새도록 포커를 치는 바람에 그리됐으니 입이 열개라도 할말은 없다.
수차례 그만 둬야겠다는 생각은 가져봤지만  막상 출근하면 15시가 기다려지면서
장종료즉시 테이블에 담요를 깔고 바둑알을 준비하는 나의 모습에 아연실색하곤했다.
"와이프가 포커빚때문에 월급이 하나도 없는것 알면 기절할텐데..."
레이스하는 도중에도 와이프의 마지막말이 자꾸 걸린다.
"계속 그런식으로 하면 두고보지만 않겠어요!!"
"두고보지않으면..."
"신고할거예요!!!"


오늘도 어김없이 새벽2시까지 포커판은 펼쳐졌지만 한끗차이로 말리고 말려
준비한 20만원의 판돈이 바닥을 보이기 시작했다.
"제기럴!오늘도 올인이구만!!
아침부터 마누라쟁이가 쨍알대니 일이 될리가 있나???"
담배한개비를 꺼내 깨물듯이 물고 라이터불을 그은다음 천장을 향해 연기를
내뿜은후 옆을 바라보니 영악한 이차장이 빠른손놀림으로 카드를 돌리고 있었다.
"니미럴!어차피 올인이니 시원하게 뻥카나 치고 죽자!!!"
바닥에 J,Q,K와 에이스를 깔고 마구 판을 키웠더니 하이는 모두 다이하고 로패인
이차장과 김대리가 경쟁을 하고 있었다.
히든에 겨우 K하나를 건졌지만 다른 멤버의 바닥패에 10이 보이지않고
돈도 바닥을 드러내 이차장의 레이스를 마구 받아치자 겁먹은 김대리가
마침내 카드를 덮었다.
오갈때없는 김대리가 투피들고 하이로 올것이 두려웠던 나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지만 독사인 이차장이 눈치챌까봐 어두운 인상을 더욱 험악하게 가져갔다. 
"킥킥!킹완피로 반은 먹게 생겼다!!뻥카도 효과있네!!"
이차장이 잠시 패를 놓고 고민을 하더니 고개를 들어 나의 얼굴을 잠시 쳐다본후
결심이선듯 천천히 입을 열었다.
"스윙!!"
"뭐..뭔데..스 스윙입니까???"
"세븐탑에 에이스 원피야!!!이기면 먹어!!!"
"독사네!!독사야!!원피로 스윙을 하다니.."
나의 올인선언으로 포커판은 종료됐고 이차장과 김대리등 위너들은 딴돈을 세며
득의양양하게 목에 힘을 주면서 히히덕 거렸다.
"지기럴!이게 무슨 꼴이야!!!"
직장인들이라 판돈이 작고 잃은돈의 50%를 리턴해줘서 부담은 크지않았지만 
가랑비에 옷젖듯이  한달내내 누적이되어 일은 걷잡을수없이 커졌다.
월급이 하나도 없이 사라지는것이 곤혹스러워 두손으로 얼굴을 감싸듯 쓰다듬고
있는중에 이차장이 눈에 쌍심지를 키면서 돈을 내던지듯 테이블위에 내려놓았다.
"어허!이렇게 계산이 틀리면 곤란해!!!
정확하게 자기가 잃은걸 얘기해야지!!!누가 속인거야!!!"
"난 정확히 20만원 다잃었어!!지갑에 하나도 없쟎아요!!"
"그런데 딴돈이 왜부족해!!!어디 꼬불쳐 놓은것 아냐?!!!"
잃은 것도 속상해죽겠는데 50% 리턴받는것이 불쌍한 앵벌이에게 넣어주는 영치금
같아서 마음이 더더욱 찝찝했다.
10만원을 호주머니에 꾸겨진채 쑤셔넣으며 심하게 일그러진 인상으로 이차장의
뒤통수를 쏘아보며 물었다. 
"어떻게 그판에서 스윙을 할수가 있어요??" 
"육감이야!!타짜는 패갖고 포커치는것이 아니라 육감으로 쳐!!!"
"?????"


93 1

추천 반대(0)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