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강론

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 축일(나해) 루카 2,22-40; ’20/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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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흥보 [peters1] 쪽지 캡슐

2020-12-25 ㅣ No.4486

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 축일(나해) 루카 2,22-40; ’20/12/27

 

 

 

 

 

요즘 젊은이들의 풍속도를 얼핏 보자면, 올 해가 가기 전에 한 살이라도 덜 먹었을 때 결혼하고 싶어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사회 경제적으로 너무 여건이 안 좋고, 결혼을 준비하는 데 여러가지 조건들을 충족하기가 쉽지 않다고들 합니다. 특별히 코로나19 감염의 두려움과 방역수칙상 혼인식에 50여명밖에 들어올 수 없어서 결혼을 미루는 이들도 있습니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우리 세대나 다른 어느 세대가 결혼할 때, 걱정 없이 편하고 적절한 시기란 없었던 것도 같습니다. 그 때 그 순간이 서로에게 은총의 순간이라고 받아들이고 사는 것 이상의 시기와 여건은 없는 듯합니다.

 

가톨릭 교회 교리서에서, “혼인 서약은, 이로써 한 남자와 한 여자가 서로 그 본연의 성질상 부부의 선익과 자녀의 출산 및 교육을 지향하는 평생 공동 운명체를 이루는 것인바, 주 그리스도에 의하여 영세자들 사이에서는 성사의 품위로 올려졌다.”(1601) 라고 밝힙니다.

 

요즘 우리나라의 출산율이 0.92%라고들 합니다. 어떤 가정에서는 자녀 출산을 간절히 기다리고 애타합니다. 심지어는 주 하느님께 왜 우리에게는 자녀를 허락해주시지 않는지 원망조차 하면서, 어떻게든 자녀를 가지고 싶어 애타합니다. 왜 자녀를 가지고 싶어할까? 그냥 둘이 서로 사랑하면서 살면 그만이지, 뭐하러 자녀를 낳아 고생하면서 기르려고 하는가? 옆에서 볼 때는 결혼이라는 것도, 자녀의 출산이라는 것도 다 고생이고, 다 굳이 해야 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남, 여 당사자들에게는 그야말로 눈에 콩깍지라도 덮인 듯 무엇인가에 씌어 결혼하게 되고, 부부생활을 하다 보면 자녀를 출산하게 됩니다. 어쩌면 부부생활과 자녀출산으로 이어지는 가정생활은 그렇기에 본성적이기도 합니다.

 

아마도 성경은 그러기에 주 하느님의 말씀을 빌어 이렇게 설명합니다. “주 하느님께서 말씀하셨다. ‘사람이 혼자 있는 것이 좋지 않으니, 그에게 알맞은 협력자를 만들어 주겠다.’”(창세 2,18) 그렇게 단순히 하느님께서 만들어 주셨기 때문만이 아니라, 사람은 자신이 잠든 사이에 자신의 갈빗대 하나를 빼내어 만들어진 여자를 발견하고는, 기뻐 맞이하며 부르짖습니다. “이야말로 내 뼈에서 나온 뼈요 내 살에서 나온 살이로구나! 남자에게서 나왔으니 여자라 불리리라.”(23) 이렇게 맺어진 부부를 가리켜, “그러므로 남자는 아버지와 어머니를 떠나 아내와 결합하여, 둘이 한 몸이 된다.”(24) 라고 남녀 결합 사안의 결말을 집니다. 그리고 또 자녀 출산에 대해 이렇게 표기합니다. “자식을 많이 낳고 번성하여 땅을 가득 채우고 지배하여라. 그리고 바다의 물고기와 하늘의 새와 땅을 기어 다니는 온갖 생물을 다스려라.”(창세 1,28)

 

그래서 주 예수님께서도 위의 창세기 구절을 인용하시며, “따라서 그들은 이제 둘이 아니라 한 몸이다. 그러므로 하느님께서 맺어 주신 것을 사람이 갈라놓아서는 안 된다.”(마태 19,6) 라고 말씀하신 바 있습니다.

 

이렇게 사람의 본성으로 이루어진 일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기쁘게 받아들이며, 자신의 배우자를 자신에게 주어진 인생의 짝이요 선물로 받아들이고 사는 이들은 본성을 채우고 따르는 것이기에 행복하고 편안합니다.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본성을 반하기에 그런지 어딘지 모르게 불안하고 외로워 보이고, 있어야 할 것이 없고 채워지지 않은 미완성으로 보이기에 불행해 보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지금 아가 예수님의 탄생을 기념하고 축하하며 기뻐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시기에 한 번 생각해 봅니다. ‘과연 예수 아기의 탄생은 기쁜 소식이었을까?’

 

처녀가 아기를 가진다는 사건이 마리아나 그 일가친척들에게 기쁜소식이었을까? 성경은 이에 대해 전혀 언급하고 있지 않지만, 마리아의 부모와 일가친척들은 감추고 싶고, 혹여 치워버리고 싶을 정도로 수치스럽고 불행한 사건은 아니었을까?

 

마리아의 잉태사실이 그 배우자인 요셉에게는 기쁜소식이었을까? “마리아의 남편 요셉은 의로운 사람이었고 또 마리아의 일을 세상에 드러내고 싶지 않았으므로, 남모르게 마리아와 파혼하기로 작정하였다.”(마태 1,19) 천사가 요셉의 꿈에 나타나서 아기 탄생의 신비를 알려주고 축복해 주었으니 망정이지, 어쩌면 예수 아기는 태어나지 못했거나 미혼모요 사생아로 태어날 뻔했습니다.

 

예수 아기의 탄생 당시의 종교인들에게는 기쁜소식이었을까? 그들은 유다 오천년의 역사 속에서 구세주가 오시기를 기다리고 목매었다고들 하지만, 정작 동방에서 점성가들이 찾아와 예수 아기의 탄생을 알리며 그 존재를 찾을 때까지 짐작도 못할 정도로 기대하는 탄생이 아니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헤로데 임금 때에 유다 베들레헴에서 태어나셨다. 그러자 동방에서 박사들이 예루살렘에 와서, ‘유다인들의 임금으로 태어나신 분이 어디 계십니까? 우리는 동방에서 그분의 별을 보고 그분께 경배하러 왔습니다.’ 하고 말하였다. 이 말을 듣고 헤로데 임금을 비롯하여 온 예루살렘이 깜짝 놀랐다.”(마태 2,1-3)

 

예수 아기의 탄생 당시의 정치가들에게는 기쁜소식이었을까? 예수 아기의 탄생 소식을 전해들은 헤로데 왕은 이제 막 태어난 아기가 자신의 정치생명을 위협이라도 한다고 느꼈는지 제거하고자 합니다. “그 때에 헤로데는 박사들에게 속은 것을 알고 크게 화를 내었다. 그리고 사람들을 보내어, 박사들에게서 정확히 알아낸 시간을 기준으로, 베들레헴과 그 온 일대에 사는 두 살 이하의 사내아이들을 모조리 죽여 버렸다.”(마태 2,16)

 

이렇게 예수 아기의 탄생을 둘러싼 주변의 시선과 상황은 호의적이고 기쁜소식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위협적이었고 불안한고 위협적인 탄생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정작 당사자인 마리아와 요셉은 기뻐했습니다. 그것은 비단 마리아와 요셉의 애정의 친밀도가 깊어서 일 수도 있지만, 마리아와 요셉이 예수 아기의 탄생을 기쁜 소식으로 받아들였다는 것입니다. 물론 그것이 천사가 알려준 바를 이해하고, 또 그대로 이루어지기를 바란 결과이어서 그렇기도 합니다.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루카 1,38) 누가 천사의 아룀을 알아차리고 믿어주었을까? 그것은 그 당사자들인 마리아와 요셉뿐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믿고 받아들이는 젊은 남녀를 축복해준 이는, 천사의 또 다른 말처럼 아이를 못낳는 여자라고 불리던 그가 임신한 지 여섯 달이 된”(루카 1,36) “나이가 많은”(루카 1,18) 마리아의 사촌 언니 엘리사벳입니다. “당신은 여인들 가운데에서 가장 복되시며 당신 태중의 아기도 복되십니다.”(루카 1,42)

 

그런가 하면, 사회에서 각광받지 못하고 오히려 버림받은 것만 같은 어려운 처지의 목동들이나 아무런 이해관계가 없으면서도 멀리 동방에서 예수 아기의 탄생을 가리키는 별을 보고 찾아온 박사들에게 오히려 예수 아기의 탄생이 기쁜 소식이었습니다.

 

여러분, 우리의 탄생은 우리 부모와 일가친척 그리고 세상의 기쁜 소식이었습니까? 어떤 아버지는 자녀가 태어나자, ‘아내와 자식을 굶기지 않고 먹여 살리려면 더 열심히 일해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번쩍 들더라는 말을 건네기도 합니다.

우리의 탄생은 안전하고 적절한 시기와 환경 속에서 태어났습니까?

우리 모두는 축복과 사랑 속에서 태어났습니까?

여러분의 자녀들은 어떻습니까?

여러분 가정과 일가친지들의 가정에서 태어난 아기는 어떻습니까?

여러분 가정과 일가친지들의 미혼 자녀들에게서 태어날 아기는 어떻습니까?

 

오늘 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 축일을 맞이하여, 우리 자신의 가정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우리는 우리 가정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겪으며, 그 일 안에 숨겨져 있는 주 하느님의 뜻을 찾고, 마치 천사가 일러주듯 성령의 인도로 그 뜻을 이해하며 받아들이는 축복받은 가정인가?

 

엘리사벳이 처녀의 몸으로 잉태한 마리아에게 해준 말이 귀에 쟁쟁하게 들려옵니다. “행복하십니다, 주님께서 하신 말씀이 이루어지리라고 믿으신 분!”(루카 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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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 축일 꽃꽂이

http://bbs.catholic.or.kr/home/bbs_view.asp?num=1&id=181523&menu=frpeterspds2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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