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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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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숙 [emerald] 쪽지 캡슐

2001-06-24 ㅣ No.1730

죽음조차 열차 위를 지나는 바람인 것을 좀더 용기없이 허물어져 버린 이 밤을, 비는 적시고 있다 까만 기억 속의 밤 잃어버린 그 흔적은 되쌓을 수 없고 그것을 알지라도 헤매이지 않으면 미칠 것 같은 두려움이 나를 빗속에 씻고 있다 비가 내린다. 우리가 살아 있듯이 비가 내린다 그 밤은 내가 아니다 되돌아볼 수도 없는 자신의 영혼 그 눈물의 침묵 속에서 그러나 내리는 건 굳게 닫혀진 인간의 절벽들 스스로의 초라함만 던지고 있다 빗속에서 영혼의 소리가 살아난다 - 허무 속에서 자신을 사랑하여라 절망하면서 더욱 자신을 지켜야 한다 도저히 숨을 수 없는 삶을 확인하고 비에도 씻겨지지 않는 이마의 표식에 도전하며 가끔은 밤이 낯설듯 살아 있음이 생소할지라도 우리는 살아야 한다 나에게는 용서할 아무것도 없기에. ** 비가 내리는 주일 저녁입니다. 서정윤님의 홀로서기2에 있는 '어떤비'전문입니다. 다시 읽으니 느낌이 새롭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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