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성당 게시판

자라고 있는것은 늙지 않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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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숙희 [PERLE] 쪽지 캡슐

2000-07-09 ㅣ No.3557

자라고 있는 것은 늙지 않는 법

 

 

 

                        - 빵장수 야곱  중에서...   

 

 

아이들이 방과 후에 빵집으로 모였다. 그들은 밀가루 부대위에

옹기종기 모여앉았다.

 

아이들의 얼굴을 온화하게 바라보고 있던 야곱은 동심에 젖어들었다.

 

사랑스런 따스한 기운을 느끼며 그는 어떤 귀절을 생각해냈다.

"바로 눈 앞에 있는 것을 제대로 보려면 좀 떨어져야 한다."

 

어떤 소년이 용기를 내어 야곱에게 물었다.

"아저씨는 왜 ’내가 겨우 이해하는 것을 아이들은 본다’고

말씀하세요?"

 

야곱은 대답하기 전에 잠시 숨을 돌렸다.

침묵이 흐르자 소년은 얼굴을 들어 야곱을 바라보았다.

 

야곱은 옛날 얘기를 하듯 말하기 시작했다.

 

"어떤 아이가 있다고 하자. 언덕 위에 앉아서 순진한 눈으로

세상의 아름다움을 바라보고 있는 아이 말이다.

 

그 아이는 배우기 시작했단다. 그래서 배움의 작은 돌을

차곡차곡 쌓아 나갔지.

 

세월이 흐르면서 그 아이의 배움의 돌은 벽을 만들었단다.

자기 앞에 차곡차곡 쌓아서 말이야.

 

자, 이제 아이는 앞을 내다보려해도 자기가 배운것만 보이고

더 멀리는 보이지 않게 된 거야.

 

한때 순진한 소년이었던 그 사람은 이제

지식은 얻었지만 서글픈 어른이 되었지.

 

그래서 그는 자기 앞의 벽을 허물기로 결심했지.

벽을 허무는데도 시간이 꽤나 걸렸어. 하지만 그 벽을

완전히 없애버렸을때 그는 노인이 되어버렸단다.

 

이제 그는 노인이 되어 언덕위에 앉아 그의 경험의 창을 통해

세상의 아름다움을 바라보게 되었단다.

 

하지만 그는 자기에게 일어났던 일이나 눈에 보이는 것을

이해는 하지만 보고 있는 것은 아니란다. 그는 더 이상, 언젠가

맑은 새 아침에 어린아이로서 바라보던 것 같이는 볼 수 없게

된 거란다."

 

"네......하지만"

궁금하다는 듯이 소녀가 끼어들었다.

"그 노인은 자기가 보았던 것을 기억할 수는 있잖아요."

 

야곱은 소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그래,네 말이 맞다. 경험이 성숙해지면 기억이 된단다.

그러나 기억되는 경험은 대단치 않은 진리란다."

 

"야곱 아저씨는 늙어가는 것이 두렵지 않으세요?"

어린 소녀가 배시시 웃으며 물었다.

 

"늘 자라고 있는 것은 결코 늙지 않는 법이란다."

야곱이 대답했다.

 

 

                                       - FI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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