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강론

연중 제31주간 토요일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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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흥보 [peters1] 쪽지 캡슐

2020-10-30 ㅣ No.4436

연중 제31주간 토요일 11/07

 

때묻은 세상에서 상처를 입은 사람들은 때묻지 않고 순순한 사람을 만나기를 원합니다. 그런가 하면 고지식하고 착하기만 한 사람과 오랜 시간을 보낸 사람은 또 좀 융통성있고 여유가 있는 사람을 만나기를 원하기도 합니다.

 

어제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주인의 재산을 낭비하고 자신의 사익으로 채우는 집사에 대해 설명하시면서, 집사가 자신의 사욕을 채우다가 걸리고 맙니다. 그러자 집사는 회개하기는커녕, 주인에게 쫓겨날 때를 대비하여 더 큰 죄악으로 주인의 재물을 꾸어준 사람에게 반은 탕감해 주고 반은 나중에 자신에게 갚도록 하는 방법으로 머리를 씁니다. “주인이 내게서 집사 자리를 빼앗으려고 하니 어떻게 하지? 땅을 파자니 힘에 부치고 빌어먹자니 창피한 노릇이다. 옳지, 이렇게 하자. 내가 집사 자리에서 밀려나면 사람들이 나를 저희 집으로 맞아들이게 해야지.”(3-4) 그런데 이것을 알아챈 주인이 그를 내치지 않고 오히려 칭찬을 해줍니다. “주인은 그 불의한 집사를 칭찬하였다. 그가 영리하게 대처하였기 때문이다. 사실 이 세상의 자녀들이 저희끼리 거래하는 데에는 빛의 자녀들보다 영리하다.”(8) 이 비유를 바라보면서 왜 예수님께서 죄를 저지른 사람에게 벌을 내리지 않고 칭찬을 해주는가 하고 생각할 수 있는데, 어제의 이 구절은 오늘 복음의 해설 부분에서 그 이유를 설명해 주기 위하여 그렇게 마쳤다고 봅니다.

 

오늘 복음은 어제 복음의 의한한 내용에 대한 해석처럼 이어집니다. “아주 작은 일에 성실한 사람은 큰일에도 성실하고, 아주 작은 일에 불의한 사람은 큰일에도 불의하다. 그러니 너희가 불의한 재물을 다루는 데에 성실하지 못하면, 누가 너희에게 참된 것을 맡기겠느냐? 또 너희가 남의 것을 다루는 데에 성실하지 못하면, 누가 너희에게 너희의 몫을 내주겠느냐?”(루카 16,10-12) 그렇게 따지고 보면 이어지는 이 말씀을 통해 전체의 맥락은 제자들이 마치 세상 사람들이 자신들의 부정한 사업을 능란하게 이끌어 가듯, 하느님 나라를 섬기는 데에 능숙해지라고 권고하시는 내용입니다.

 

살다 보면, 비단 순수하고 착함만이 아니라 슬기롭고 지혜로워야 한다는 면을 새삼 돌아보게 해줍니다. 어쩌면 순수함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죄악에 물들지 않고 이용당하지 않으려면 지혜로워야 한다는 생각도 품게 됩니다. 자신의 사익만을 위해 머리를 쓴다면 그 끝이 좋지 않겠지만, 자신뿐만 아니라 공동체원들의 안녕과 편의를 그리고 더 나아가서 가난하고 어려운 이들을 돌보고 함께하기 위해서, 주님께서 우리에게 지혜를 내려주시기를 간구합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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