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곡성당 자유게시판

똥칠이 선생님(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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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진석 [ryu4337] 쪽지 캡슐

2009-06-30 ㅣ No.10182

말썽많던 귀족반은 페쇄됐지만 이미 학기말이라 성적의 별변화는

없이 조용히 5학년 시절이 저무러갔다.

한바탕 전쟁을 치룬후인지 아니면 맥이 빠졌는지 똥칠이는 그저

조용히 가리키는데만 열중했고 영익이는 나와도 어울리지 않은채

수업이 끝나는 즉시 하교하곤했다.

먼발치에서 고개숙이며 언덕길을 내려가는 영익이를 볼때는

안타까움과 함께 먼지모를 복잡한 감정들이 뒤섞이며

나를 힘들게 했다.

 

겨울방학을 마치고 6학년 신학기에 대한 기대감에 젖어 급우들과

재잘거리고  있는데 반장이 내옆으로 다가섰다. 

"선생님께서 부르셔!!!"

"나를?"

이상한 생각에 고개를 갸웃거리며 교무실안으로 향했는데 똥칠이는

전혀 뜻밖에도  반가운 표정을 지으며 맞이할뿐만 아니라 자리까지

권했다.

"진석이가 공부를 열심히 했구나!!성적이 너무 좋아!

선생님이 준비한 코코아다!!마셔봐라!!"

첨 맛보는 코코아의 달콤한 물이 목젖을 타고 넘어가면서도 이상한

생각에 중간중간 코코아가 역류함을 느낄수 있었다.

"진석이가 성적이 좋은데..고만 1학기 중간고사에서 시험을

망치는 바람에 최종성적이 공동 9등이다!! 그런데..그런데.."

무슨 말씀을 하려는지 알아듣지못해 멍안히 눈동자만 껌뻑거리고 

있는데 똥칠이는 잠시 머뭇거리며 커피를 한모금 마시더니 이내

힘들게 입을 열었다.

"우등상은 각반에 9명밖에 줄수없어서...

너대신 정미가 이번에 우등상을 받게됐다."

네가 행동발달 상황이 정미보다 뒤져서 그리됐으니 네가 이해를

하거라!!!"

"1학기 중간고사에서 11등했을뿐 나머지는 6등,5등,6등을 했는데...

어떻게 종합 공동 9등이 됩니까?"

"1학기 중간고사만 점수차이가 컸고 나머지 시험은 차이가

별로 없어!!"

"그래도 이건 먼가 이상합니다!"

"머가 이상하다는 거야!!

선생님이 그리하면 그리 알것이지!!무슨 말이 이렇게 많아!!!"

눈에 쌍심지를 키고 호통치는 그의 고압적 표정에 나는 주눅들수

밖에 없었고 고개를 숚인채 인사를 한후 말없이 교무실밖으로

빠져나왔다.

"똥칠이 나쁜놈"

 

집에 돌아와 텔레비젼을 봐도 마징가제트 내용이 눈에 하나도

들어오지를 않았고 밥을 먹어도 돌을 씹는것같아 몇숟가락

뜨지못하고 내려놓았다.

속상한 맘에 뒤곁에 쪼구리고 앉아 어두어진 오솔길을 바라보지만

쉬이 가시지를 않았다.

"나도 영익이처럼 새총을 쏠까??

공동9등?기가막혀서..어떻게 총점이 동점이 나올수가 있어??

영익이가 왜그랬는지 이해가 되면서 나도 가만있을수 없다는 생각이

머리 끝까지 치밀어올랐다. 

"교장선생님께 이억울한 사연을 편지로 쓰자!!"

엽서를 사다가 줄줄히 사연을 잘 적었지만 막상 보내려니 너무도

겁이나 며칠간 책상위에 놓고 망설임만 되풀이했다.

그러던중 학교를 파하고 방안으로 들어가니 어머니가 방바닥에

엽서를 내려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진석아 이게 머냐?"

"아무것도 아냐!이걸 왜보고 그래요???"

"엄마도 너무 속상해서 눈물이 나지만 이러면 안된다!!"

"엄마는 아무것도 모르면서 그래요??"

"왜 모르겠니?그렇치만 이건 아냐!!

선생님과 아들 모두 상처받지만..특히 아들이 너무 힘들어!!"

어머니의 간절한 부탁이 이해가 안되고 서운했지만  참을수밖에

없었고 나는 이지긋한 귀족반의 굴레에서 하루속히 빠져나가기만을

기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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