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강론

연중 제13주간 목요일 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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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흥보 [peters1] 쪽지 캡슐

2020-07-01 ㅣ No.4304

연중 제13주간 목요일 7/2

 

옛날 사람들은 사람이 죽게 되는 이유가 무엇인가?’ 하며 궁금해 했습니다. 그러다가 아마도 그가 지은 죄 때문에 하느님께서 생명을 거둬가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는 비단 이스라엘 사람들 뿐만 아니라 다른 민족들에게서도 발견되는 공통적인 사유 중의 하나입니다. 우리 나라 사람들도 가끔 예기치 못한 사고나 풀기 어려운 인생의 난관을 겪을 때,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길래 이런 일을 당하게 되는가!”하며 한탄하는 이면에는 이와 유사한 사고를 엿볼 수 있습니다.

 

예수님은 오늘 복음에서 유다 당대 사람들의 의식을 바탕에 두고 중풍 병자를 고쳐주십니다. “얘야, 용기를 내어라. 너는 죄를 용서받았다.”(마태 9,2) 지금 생각해 보면, 죄를 지은 것과 중풍을 앓게 되는 것과 무슨 직접적인 연관관계가 있는가 하고 의아해 할 수도 있는 문제입니다. 하지만 당대의 사람들이 죄악으로 인하여 병고를 겪는 것이라고 의식하고 있었기에 예수님께서는 그들의 의식을 바탕으로 치유하신 것입니다. 그러니까 죄를 용서받으면 그가 투병하고 있는 중풍이 나을 것이라는 인식에 근거한 치유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엉뚱하게도 율벅학자들은 중풍 걸린 사람이 중풍에서 치유되었다는 사실에는 전현 안중에 없습니다. 그들에게는 중풍에 걸려 고생하는 사람은 그저 자신의 죄를 인해 마땅한 벌을 받고 있는 것이기에 전혀 안타깝거나 불쌍해 보이기 조차 하지 않은 것입니다. 아마도 중풍을 겪고 있는 사람의 부모나 가족이나 친지라면 참으로 기뻐하고 감사하겠지만, 율법학자들에게는 중풍병자가 그저 하나의 객관적 대상이요, 타인, 즉 다른 사람일 뿐입니다. 그래서 그들은 중풍을 앓고 있는 사람에 대한 관심이나 애정보다는 그저 율법이 지켜지지 않고 모독되는 듯한 감정을 느꼈을 뿐입니다. “이자가 하느님을 모독하는군.”(3)

 

예수님께서는 이런 율법학자들을 바라보시며 반문하십니다. “너희는 어찌하여 마음속에 악한 생각을 품느냐? ‘너는 죄를 용서받았다.’ 하고 말하는 것과 일어나 걸어가라.’ 하고 말하는 것 가운데에서 어느 쪽이 더 쉬우냐?”(4-5) 예수님의 이 말씀을 들으면서 율법학자들과 예수님의 관심과 행동이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을 발견합니다. 율법학자들은 율법을 지켜서 사람이 구원되기 위한 길을 인도해 주는 사람이면서도 사람의 치유와 구원보다는 율법 자체에만 더 치중하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이에 반하여 예수님은 율법을 지키는가의 여부보다 사람의 치유와 구원에 더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그러시면서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십니다. “이제 사람의 아들이 땅에서 죄를 용서하는 권한을 가지고 있음을 너희가 알게 해 주겠다.”(6) 사람들이 생각하고 있듯이 죄를 용서하는 권한은 하느님께만 있는 것이 아니라, 지금 율법학자들 앞에 있는 예수님이 바로 하느님의 현신이자, 하느님의 권한을 가지고 인간을 구원하러 오신 그리스도이시라는 것입니다. 아울러 죄의 용서를 통해 인간의 죄악으로 인해 생긴 질병을 고쳐주신다는 것이며, 예수님께서 인간의 의학치료로는 고칠 수 없는 인간의 질병을 고쳐주실 수 있는 능력자이심을 드러내십니다. 성경은 이 사건을 통해 이 일을 보고 군중은 두려워하며, 사람들에게 그러한 권한을 주신 하느님을 찬양하였다.”(8)라고 전합니다.

 

오늘 중풍병자를 고쳐주신 예수님의 기적 이야기를 바라보며, 우리가 간직하고 있는 사유와 행동, 처세술과 예의와 상식 등으로 대표되는 문화를 사람을 살리고 구하는데 쓰고 있는지 아니면 조직체계와 이해관계를 위해 쓰고 있는지 점검해 봅시다. 그리고 또 나와 인류를 평안하고 행복하게 살게하기 위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고심하고, 우리 사유와 삶의 범위를 넘어서는 주님께 간구하고 실현합시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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