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강론

연중 제33주일 프란치스코 교황 성하의 제3차 세계 가난한 이의 날 담화 요약

인쇄

심흥보 [peters1] 쪽지 캡슐

2019-11-16 ㅣ No.4047

연중 제33주일 프란치스코 교황 성하의 제3차 세계 가난한 이의 날 담화 요약

(다해) 루카 21,5-19; ’19/11/17

가련한 이들의 희망은 영원토록 헛되지 않으리라

 

 

 

 

1. “가련한 이들의 희망은 영원토록 헛되지 않으리라”(시편 9,19). 시편 저자는 가난한 이의 처지와 가난한 이를 억압하는 이의 교만을 이야기합니다(시편 10,1-10[9,22-31] 참조). 그는 불의를 극복하고 정의를 되살리고자 하느님의 심판을 간구합니다(10,14-15[9,35-39] 참조). 이 시편 말씀 안에 담긴 몇 가지 물음들이 수 세기를 거쳐 우리 시대에까지 울려 퍼지는 듯합니다. 하느님께서는 어찌 이러한 불평등을 용납하실 수 있는 것입니까? 가난한 이가 굴욕을 당할 때에 도움은커녕 어찌 그냥 내버려 두실 수 있으십니까? 특히 가난한 이의 고통 앞에서, 억압자들이 그 악행으로 단죄받기는커녕 더 풍족한 삶을 누리는 것을 어찌 내버려 두십니까?

 

이 시편이 저술된 때는 큰 경제적 발전이 이루어지던 시기였습니다. 그리고 흔히 그러하듯 이러한 경제 발전은 심각한 사회 불균형으로 이어지고, 부의 불평등한 분배는 수많은 빈곤층을 낳았습니다. 그래서 빈곤한 이들의 상황은 소수 특권층이 누리는 부에 비하여 더욱더 비극적이었습니다. 그 당시는, 교만하고 불경한 자들이 가난한 이들을 괴롭히며 그들의 얼마 안 되는 재산마저도 갈취하고 노예로 삼기까지 하던 시대였습니다. 오늘날에도 상황은 그리 다르지 않습니다. 경제 위기에도 굴하지 않고 많은 무리의 사람들이 부를 축적해 왔습니다. 최소한의 생활필수품도 없고 때로는 멸시와 착취에 시달리는 가난한 이들을 우리가 날마다 도시의 거리 곳곳에서 마주치고 있는 이때에, 이러한 부의 축적은 더욱더 부조리하게 보입니다.

 

2. 오늘날에도 살기 위해 고향을 떠날 수 밖에 없는 가정들, 부모와 생이별하게 된 고아들, 일자리를 찾는 젊은이들과 매매춘과 불법 마약 거래에 걸려든 이들, 노숙자와 소외된 이들 등 수많은 형태의 새로운 노예화가 있습니다. 가난한 이들 자신이 인간이 버린 쓰레기더미의 일부가 되어 버리고, 쓰레기 취급을 받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이 극심한 가난의 굴레는 벗어날 방도가 없으니, 가난한 이들은 막막할 따름입니다.

 

3. 이 시편의 배경은, 가난한 이들이 견뎌야 하는 불의와 고통과 좌절 때문에, 슬픔에 젖어 있습니다. 그런데도 가난한 이들은 주님을 알기때문에 주님을 신뢰합니다(시편 9,11 참조). 가난한 이들은 하느님께서 그들을 결코 저버리지 못하신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하느님의 현존 안에서 하느님의 도우심은 가난한 이들이 고통받는 현 상황을 뛰어넘어 해방의 길로 나아가게 해 줍니다. 해방의 길은 마음을 가장 굳세게 해 주고 바꾸어 주는 길입니다.

 

4. 하느님께서 가난한 이들을 위하여 활동하신다는 사실을 성경은 끊임없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수많은 장벽을 세우고 문을 닫아걸어 놓고서, 문밖에 남겨진 사람들의 희생으로 얻은 재산을 가지고 스스로 안전하다고 여기는 망상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프리모 마촐라리 신부는 이렇게 말합니다. “가난한 이들은 우리의 불의에 끊임없이 저항하고 있습니다. 가난한 이들은 화약통입니다. 이 화약통에 불이 붙으면 세상은 폭발할 것입니다.”

 

5. “너희가 내 형제들인 이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마태 25,40) 우리가 예수님의 이러한 동일시를 부정한다면 복음을 거짓되게 하는 것이며 하느님의 계시를 흐려지게 만드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시면서 가장 먼저, “행복하여라, 가난한 사람들!”(루카 6,20)로 시작되는 참행복을 말씀하셨습니다. 이 역설적 메시지는 하느님 나라가 가난한 이들의 것임을 뜻합니다.

 

6. 가난한 이들의 현실은 우리에게 그들 안에서 고통을 겪고 계신 주님의 몸을 멀리하지 말라고 요구합니다. 오히려, 우리는 그분의 몸을 어루만지고 진정한 복음화인 봉사에 직접 투신하라고 부름받는 것입니다. 가난한 이들의 사회적 지위 향상을 위한 노력은 복음 선포와 무관한 것이 아닙니다. 예수님에 대한 믿음에 생기를 주는 사랑은, 그분 제자들이 사회생활에 어떠한 영향도 주지 않고 폐쇄적 개인주의에 갇혀 있거나 영적 친교를 나누는 소모임 안에 숨어 있을 수 없게 합니다(교황 권고 복음의 기쁨’, 183항 참조).

 

7. “가장 작은 이들을 위한 선택, 사회가 저버린 이들을 위한 선택”(‘복음의 기쁨’, 195)은 그리스도의 제자들이 부름받은 우선적 선택입니다. 그리스도의 사랑은 그리스도의 제자들 안에서 구체적으로 드러납니다. 이들은 어려운 사람들을 가엾이 여기고 그리스도의 사랑을 그들과 기꺼이 나눔으로써 스스로 힘을 얻고 복음 선포에 힘을 실어 주기 때문입니다. 가난한 이들의 진정한 희망은, 우리가 그들에게 짧은 시간을 할애하고 만족해하는 모습을 볼 때가 아니라, 우리의 희생이 보답을 바라지 않는 거저 주는 사랑의 행위임을 느낄 때 생겨납니다.

 

8. 많은 자원 봉사자 여러분이 계속 헌신적으로 봉사해 줄 것을 당부합니다. 무엇보다도 먼저, 가난한 이들은 하느님과 하느님 사랑을 필요로 합니다. 하느님 사랑은 옆집의 성인들을 통하여, 곧 자신의 소박한 삶으로 그리스도 사랑의 힘을 명확히 보여 주는 사람들을 통하여 가시적으로 드러납니다. 가난한 이들에게는 그들을 일으켜 세워 주는 우리 사랑의 손길이 필요합니다.

 

9. 때때로, 아주 사소한 것이 희망을 되살릴 수 있습니다. 잠시 멈추어 미소 짓고 경청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한 번만이라도, 통계 숫자는 생각하지 말아 봅시다. 가난한 이들은 만나야 하는 사람들입니다. 세상의 눈으로 볼 때, 가난과 궁핍이 구원의 힘을 지닐 수 있다는 생각은 비논리적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이것이 바로 바오로 사도의 가르침입니다. “속된 기준으로 보아 지혜로운 이가 많지 않았고 유력한 이도 많지 않았으며 가문이 좋은 사람도 많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하느님께서는 지혜로운 자들을 부끄럽게 하시려고 이 세상의 어리석은 것을 선택하셨습니다. 그리고 하느님께서는 강한 것을 부끄럽게 하시려고 이 세상의 약한 것을 선택하셨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있는 것을 무력하게 만드시려고, 이 세상의 비천한 것과 천대받는 것 곧 없는 것을 선택하셨습니다. 그리하여 어떠한 인간도 하느님 앞에서 자랑하지 못하게 하셨습니다.”(1코린 1,26-29)

 

10. 주님께서는 당신을 찾고 당신께 간구하는 이들을 저버리지 않으십니다. 하느님께서는 가난한 이들이 겪는 재앙과 재난을 보시고 손수 처리하시며 그들에게 힘과 용기를 주십니다(시편 10,14[9,35] 참조). 가난한 이들의 희망은, 주님께서 그들의 목소리를 들으시고 그들에게 참된 정의를 찾아 주시며 그들의 마음을 굳세게 하시어 그들이 계속해서 사랑할 수 있게 하실 것이라는 확신 안에서 굳건해집니다(시편 10,17[9,38] 참조).

 

주 예수님의 제자들이 참된 복음 선포자가 되고자 한다면, 구체적인 희망의 씨앗을 뿌려야 합니다. 저는 모든 그리스도인 공동체, 그리고 가난한 이에게 희망과 위로를 전하기를 염원하는 모든 이에게 당부합니다. 이번 세계 가난한 이의 날을 맞이하여 더욱더 많은 사람들이 효율적으로 협력하여, 어느 누구도 친교와 연대에서 소외되었다고 느끼지 않게 도움을 주시기를 당부합니다. 여러분이 새로운 미래를 선포하는 예언자의 다음 말씀을 언제나 소중히 간직하기를 바랍니다. “나의 이름을 경외하는 너희에게는 의로움의 태양이 날개에 치유를 싣고 떠오르리라”(말라 3,20).

 

바티칸에서 프란치스코

 

-------------------------

연중 제33주일 세계 가난한 이의 날 꽃꽂이

http://bbs.catholic.or.kr/home/bbs_view.asp?num=3&id=176741&menu=frpeterspds2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17 0

추천 반대(0)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