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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RE:104]공감하면서 답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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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03-23 ㅣ No.105

 

+ 찬미 예수님1

 

  104번 글을 쓰신 주일학교 선생님의 마음에 공감하면서 조심스럽게 답을 씁니다.

질문을 읽으면서 제가 97년에 미사보에 대하여 정리하던 시절이 생각나더군요. 새로 발간되고 있는 한국가톨릭 대사전의 몇 항목을 집필하라는 원고청탁을 받고, 제가 맡은 항목을 보니 그 중에 하나가 미사보였습니다. (참, 저는 서울대교구 전산정보실장 최성우 세자요한 신부입니다)

 

미사보에 관한 여러 자료들을 정리하고, 번역하면서, 지금 이 땅에 살고 있는 신자들에게  미사보는 어떠한 의미를 담고 있을까? 하는 문제에 대하여 곰곰히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추기경님과 주교님들께도 문의를 드렸습니다. 시대의 발전과 남녀 평등 사상이 보편화되어가면서도, 보수적인 사회분위기가 나름대로 자리잡고 있는 한국 사회안에서, 그리고 우리 교회안에서 미사보는 어떠한 의미를 가지는 것일까?

 

선생님도 언급하고 있지만, 미사보는 신앙인으로서의 소박한 생활과 정숙한 몸가짐의 한 표현으로서 교회의 좋은 전통입니다. 이 전통은 지켜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영성체를 할 때 미사보를 쓰지 않으면 안된다든가, 미사보가 없으면 미사와 기타 전례, 성사에 참례할 수 없다는 고정관념에서는 탈피해야겠지요.

 

초대 교부들의 말씀처럼 "그리스도의 신부로서 복장을 소박하게 하고, 보석이나 화려한 장식등 몸치장에 재물을 소비하지 말고, 그대신에 가난한 이웃들에게 자선과 사랑을 실천"하는 것... 그래서 소박한 생활과 정숙한 몸가짐의 한 표현으로서 미사보는 아름다운 교회의 전통으로 남았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하나의 표현"이라고 쓴 이유는 -당연한 이야기지만- 미사보가 완덕의 삶을 표현해주는 상징의 전부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리스도를 따르는 사람으로서 남자이든 여자이든 사랑의 의무에서 관면을 받은 사람은 없기 때문에 모두가 복음삼덕의 삶을 살기위하여 노력 해야겠지요. 아마 미사보에 대해 거부감을 가지는 이유는 늘 역사적으로,사회적으로 여성들에게만 피해가 주었졌었던 체험에서 근거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공감하는 바입니다.

 

하지만 주일학교 교사의 입장에서 미사보가 상징하는 의미를 학생들이 공감하도록 설명해주고, 중요한 것은 상징을 삶안에 육화시키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려주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주일학교 선생님의 입장에서 약한 사람들을 위해 기도하라던 사도 바오로의 말씀을 묵상하는 것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사도 바오로는 신앙이 강한 사람은 신앙이 약한 사람들을 위하여 그 당시 유다교에서 금하던 것(부정한 음식이라든지.. 기타 그 시대의 관습들)을 어기지 말도록 이야기 하셨습니다. 신앙이 강한 사람들에게는 이미 부정한 음식이든, 아니든 아무 상관이 없지만, 아직 그 경지에 이르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그러한 모습 자체가 충격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신앙이 약한 사람들앞에서는 그러지 말도록 금했습니다. 아직도 유다교적인 의식이 강하게 박혀있고, 그리스도교적인 전통에 익숙하지 못했던 신자들에게, 소위 신앙이 강하다고 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속으로 '신앙인이 저래도 되는 거야'라는 생각을 갖게 함으로서 공동체에 분열이 생겼습니다. 주일학교 교사는 이미 미사보 문제에 관하여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보수적인 가정에서 자랐기 때문에 미사보를 써야한다고 생각하는 학생도 있을 것 입니다. 그 의견도 존중받아야 하리라 생각합니다. 그가 서서히 어른이 되어가면서 하나씩 스스로 선택하고, 생각하게 되겠지요. 학생과 선생님이라는 위치를 이렇게 단순비교해서는 안되겠지만, 선생님은 그래도 강자라고 표현할 수 있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학생들이나 기타 공동체의 유익을 생각하시고, 이 문제에 대한 선생님의 행동을 결정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아래의 내용은 한국가톨릭 대사전 5권에 실려진 미사보에 관한 저의 원고입니다. 이야기가 길어졌지만, 꼭 읽어보세요.

 

미사보 [라]velum  [영]veil

성당에서 미사 등의 공식 전례때 여자들이 머리에 쓰는 머리수건으로서 흰빛과 검은

빛의 두가지가 있다.  대부분의 미사나 축일에는 흰 미사수건을 쓰고, 장례미사에는 검은

미사수건을 사용한다.  

 

여성이 머리를 가리는 습관은 구약시대에도 있었는데, 여성들은 자기가 결혼하고자 하는 남자를 만나러 갈 때 숄(shawl)같이 생긴 커다란 베일로 얼굴을 가렸다. 이때 베일은 그 여성이 미혼임을 상징하였다. 예를 들어 리브가가 이사악을 처음 만날 때 베일로 얼굴을 가렸다(창세 24,65). 여성뿐 아니라 남자들도 하느님 앞에 나갈 때는 얼굴을 가렸는데, 모세와 엘리야는 야훼의 현존앞에서 그들의 얼굴을 가렸다(출애3,6;1열왕19,13). 시나이산에서 야훼를 만나 뵌 후로 모세의 얼굴이 하얗게 빛났으므로 얼굴을 수건으로 가려야 했다(출애 34,33-35).오늘날도 유다인들은 기도할 때 탈리트(Tallith)라는 견포(絹布)를 걸치든지, 탈리트가 없을때는 두개골을 덥는 납짝한 모자를 사용한다. 벗은 머리로 기도한다는 것은 은혜롭지 못한일로 여기기 때문이다.

 

신약시대에 여성의 베일은 외출하기 위해 걸쳤던 부드러운 천으로 된 큰 외투(himation, palla)의 한 부분이었으며, 특별히 전례 기간동안에는 머리를 가리는 역할을 하였다. 이러한 베일은 로마 제국의 다른 곳에서는 남자와 여자 모두에게 실제적으로 필요한 물품이었으며, 로마의 기혼여성들은 자신들을 미혼 여성과 구별하는 표시로 베일을 사용하였다. 그런데 1세기경에 유대인들과 그리스도교 여성들은 뚜렷한 이유없이 의복과 분리된 베일을 착용하기 시작하였고, 베일을 쓰지 않고 공적으로도 다니는 것도 가능하였다. 한편 다르소와 시리아에서 여성들의 얼굴 부분을 덮는 베일은 그들의 관습에서 비롯된 것이다.

 

  초기 그리스도교에서 여성신자들이 교회의 공식 예절에서 머리를 가리는 관습이 시작된 것은 사도  바오로가 고린토인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를 공적으로 언급(1고린 11,3-6)하면서 시작된 것으로 여겨진다. 유대인들과 유대계 그리스도인들의 공적 모임에서는 여성들이 머리를 가리는 것이 관례였는데, 이러한 관습이 사도 바오로에 의해 이방계 그리스도인들에게도 요구된 것이다. 그는 여성의 머리는 남편을 상징하기에 교회의공식 예절에 참여할 때 여성들은 머리를 가리라고 했다. 그러나 이러한 바오로의 요구는 머리를 가리는 것이 당시의 그리스도교 풍속이라는 의미일 뿐, 절대적이고 본질적인 신앙의 의미를 담고 있다고 주장한 것은 아니다.(1고린 11,16)

 

  이러한 풍습은 이후 교회 전례와 역사에 도입되었으며 초기교부들은 베일의 착용에 대해 자주 언급하였다. 테르툴리아노(160-223)는 자신의 저서들에서 여성들의 단정한 몸가짐에 대하여 강조하였는데, 이는 2-3세기 교회 신자들의 엄격한 신앙생활을 반영한 것이다. 특히  테르툴리아노는 '동정녀의 베일'이라는 저서에서 여성들이 성당에서나 길거리에서나 베일을 쓰고 다닐 것을 요구하였다. 치프리아노(?-258) 역시 그의 저서 '동정녀들의 복장'에서 테르툴리아노와 비슷하게 여자들이 그리스도의 신부로서 복장을 소박하게 할 것을 권고한다.  또한, 보석이나 화려한 장식 등 몸치장에 재물을 소비하지 말고, 그 대신 가난한 이웃들에게 자선과 사랑을 실천하라고 가르쳤다. 이러한 교부들의 가르침은 수도 생활을 원하는 여성들이 늘어나면서 새롭게 발전하여, 3세기경부터는 그리스도와 맺은 영성적인 혼인을 상징하는 의미에서 주교들이 베일을 축성하여 동정녀들에게 나누어주고 착용하게 되었다. 이것이 현재 수도자들이 쓰는 베일이 되었다.

 

반면, 일반 신자들에게는 사도 바오로의 강력한 권고와 초기 교부들의 엄격한 가르침으로 인해 신앙인으로서의 소박한 생활과 정숙한 몸가짐의 한 표현으로 전례 때 미사보를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분에 따라 화려한 장식과 재질에 차이가 있기도 하였지만, 교회는 전통적으로 흰 색 미사보를 선호하였으며, 미망인인 경우에는 검은 색을 주로 사용하였다. 그것은 미사보를 쓴 그 사람이 세례성사를 통해 깨끗해졌다는 순결의 의미를 흰색이 담고 있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시대의 발전과 남녀 평등 사상이 보편화된 현대에 들어서는 미사보를 쓰지 않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물론, 여성들에게만 미사보를 쓰도록 강요하는 것은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미사보를 통해 드러나던 단정함과 겸손을 지니도록 노력하는 것은 필요하리라고 여겨진다. 그러나 영성체를 할 때 미사보를 쓰지 않으면 안된다든가, 미사보가 없으면 미사와 기타 전례, 성사에 참례할 수 없다는 것은 지나친 생각이다.

(참고 문헌은 생략하겠습니다. 최성우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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