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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화, 아직도 참고 사세요?-----홍성남 마태오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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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공개 [67.182.215.*]

2015-01-29 ㅣ No.10835

(십자성호를 그으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옛날, 어느 수도원에서 고령의 수도자들이 같은 날 사망해서 하느님께 면접을 보러 가게 되었습니다.

수도생활을 잘해 '성인' 평판을 듣던 수도자들이라 하느님은 이들을 반갑게 맞이하며 한집에서 같이 살자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한 달 후, 하느님은 인사발령을 다시 내렸습니다. 한 사람은 화장실 근무, 한 사람은 천당

교도소 근무, 한 사람은 하느님 비서실장으로 말이지요. 화장실과 교도소로 근무지가 바뀐 수도자들은 거칠게

항의했습니다. "하느님, 너무하십니다. 우리가 비서실장으로 발령이 난 수사보다 기도도 더 많이 하고 희생도

더 많이 하는데 왜 그런 한직을 주시는 겁니까?"

 두 사람의 항의를 잠자코 듣고 있던 하느님이 말씀하셨습니다. "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넌 화를 너무 참아서

마음이 변비에 걸렸느니라. 그래서 늘 똥 마려운 얼굴을 하고 있으니 널 볼때마다 마음이 불안하다, 그래서

화장실로 발령을 낸 것이고. 또 넌 말로는 남을 용서한다고 하면서 눈은 호랑이처럼 부라리고 다니니 무서워서

어디 가까이나 가겠느냐? 넌 교도소가 적격이니라." "하지만 하느님, 그럼 재는 왜 비서실장을 시켜주신 거예요?

늘 버럭버럭 화를 내고 구시렁거리면서 다니잖아요." "재는 겉으로는 성질이 더러워 보여도 다 뱉어내고 마음

속에 쌓인 것이 없어서 뒤끝도 없느니라. 그래서 내 곁에 두려고 한다."

 '참을 인이 세개면 살인도 면한다,'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는 말들이 강조하는 것은 화를 내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어려서부터 화를 참아야 한다고 배우고 자랐습니다. 그러나 화는 풀어야 하는 것이지 참아야

하는 것이 아닙니다. 화를 풀지 않고 속에 쌓아두면, 본인 스스로는 절대로 화를 내지 않는다고 해도 무의식적으

로 화를 내고 다니게 됩니다. 눈은 호랑이처럼 뜨고, 내뱉는 말에는 가시가 돋고, 온몸에서 분노의 기운을 발산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가까이 하려 하지 않지요.

 화를 참으면 병도 잘 걸립니다. 분노는 '불'과 같은 에너지여서 억누르면 그 기운이 신체의 가장 취약한 부분을

공격합니다. 그래서 '신경증'이라는 이름이 붙은 병들이 생기고, 심지어 '암'을 일으키기도 하지요.

화를 참으면 사고를 치기도 쉽습니다. 참다 참다 눈이 뒤집혀서 상황 판단을 못하고 비이성적인 행동을 저지르게

되는 것입니다.

 병원에서 사목을 한적이 있지요. 그 병원에는 화상 병동이 있었는데, 연옥(?)을 연상케 하는 곳이었습니다.

사람의 살 탄 냄새는 아주 고약했지요. 부부싸움을 하고 난 후 가스를 튼 채 불을 질러서 부부 모두 전신 화상을

입고 오는경우도 있었습니다. 이런 일들의 공통점은, 불을 지른 사람들이 평소에는 샌님처럼 조용하게 지낸다는

것입니다. 화를 누르고 누르다가 한순간에 그만 폭발하고 만 것이지요.

 화는 마음속에 생긴 배설물입니다. 그래서 잘 풀어야 합니다. 우리가 하루에도 몇 번씩 화장실을 들락거리며

배설하듯이, 마음속에 생긴 불쾌한 감정도 바로바로 배설해야 합니다. 옛날 며느리들이 다듬이질을 하며 화를

풀었듯이 물건을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저는 방에 샌드백을 달아놓고 화가 날때마다 두들겨 팹니다.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화가 치밀어서 스스로 깜짝 놀라기도 하고, 이러다가 미치는 것 아닌가 불안하게 하기도

하지만 샌드백을 치다보면 화가 줄어드는 것이 느껴집니다. 참으로 신기한 점은 어떤 날은 늘 매달려 있는 샌드백

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화가 완전히 풀린 것이지요. 그러다가 다시 화가 나면 보이고, 또 팹니다. 샌드백은

제 영성생활의 필수품입니다.

 '고래고래 소리 지르기'도 효과적입니다. 심리학을 공부하기 전에는 밤길을 걷다가 버럭버럭 소리를 지르고 욕을

하며 가는 취객을 보면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자기 감정에 솔직한 사람이 건강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술 한 잔 걸친 밤, 사람이 없는 도로변을 걸으며 고래고래 소리를 쳐보았지요. 마음속 깊숙이 숨어

있던 찌꺼기 감정들까지 올라오는대로 모두 토해냈더니 정말 속이 후련하더군요. 물론 이때는 모자를 깊숙이 눌러

써서 얼굴을 가려야 합니다.

 고래고래 소리 지르지 않고, 구시렁거리기만 하는 것으로 화가 풀리기도 합니다. 지금은 고인이 된 사회심리학자

'모리 슈워츠박사'도 구시렁구시렁거리면서 걷는 것으로 마음의 편안함을 얻었습니다. 자동차 안도 현대인에게는

화를 풀기 좋은 장소입니다.

 하느님이 성내지 말라고 하신 말씀은 상대방에게 직접 화를 내지 말라는 뜻이지, 혼자 화를 풀지 말라고 하신

뜻은 아닙니다. 주님도 때론 성질을 내셨던 분입니다. 자신의 감정을 참지 않으셨지요. 화는 만병의 근원입니다. 참으면

몹쓸 병이 됩니다.


 이제부턴 화 풀고 삽시다. 그러면 건강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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