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강론

성모의 밤 어머니 요한 19,25-27; ’22/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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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흥보 [peters1] 쪽지 캡슐

2022-05-09 ㅣ No.5034

성모의 밤 어머니(요한 19,25-27) ’22/05/28 19시 미사

 

 

 

 

 

 

말씀 어머니(요한 19,25-27)

19 그때에 25예수님의 십자가 곁에는 그분의 어머니와 이모, 클로파스의 아내 마리아와 마리아 막달레나가 서 있었다.

26예수님께서는 당신의 어머니와 그 곁에 선 사랑하시는 제자를 보시고, 어머니에게 말씀하셨다. “여인이시여, 이 사람이 어머니의 아들입니다.

27이어서 그 제자에게 이분이 네 어머니시다.” 하고 말씀하셨다. 그때부터 그 제자가 그분을 자기 집에 모셨다.

 

저는 어머니가 아니지만, 제가 본 어머니의 모습은 부끄럽게도 이러합니다.

어머니의 눈에는 자기 자식이 제일 먼저 보입니다. 아무리 많은 아이가 있어도 자기 자식은 유별나게 돋보입니다. 아니 다른 아이들은 보이지 않고 자기 자식만 보인다는 표현이 더 적절합니다.

 

어머니의 마음속에는 늘 자식이 들어있습니다. 어디 가서 음식을 먹다가도, 자식에게 먹여주고 싶은 마음에 주위 눈치 안 보고 싸서 가져다주려고 합니다. 자신은 안 먹어도 자식이 먹는 모습만 봐도 배가 부르고, 자신은 펑퍼짐한 옷을 입어도 자식은 사시사철 때맞춰 새 옷을 맞춰주려고 합니다. 좋은 것은 하나라도 더 많이, 더 좋은 것을 마련해주지 못해 안달복달합니다.

 

비가 오기라도 하면, 맨 먼저, 혹시 자식이 비를 맞지나 않을까 걱정이 돼서, 학교 앞까지 우산을 가지고 달려가서 자기 다리가 아픈 줄도 모르고 자식이 나올 때까지 기다립니다.

 

자식이 혹시 아프기라도 하면, 그 아이를 얼싸안고 쩔쩔매며, 차라리 자신이 그 병고를 대신 짊어지는 한이 있더라도, 아이가 어서 빨리 일어나기를 바라며, 이 병원 저 병원 쫓아다니면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하려고 합니다. 심지어는 자기가 자식 대신 앓게 해 달라고 기도마저 합니다.

 

어머니는 자식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라면, 자기 몸이 망가지고 있는지도 모르는 체, 자식을 위해 어머니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다 하려고 합니다.

 

누가 혹시 어머니의 자식을 흉보기라도 하면, 자식에게 눈이 먼 어머니는 절대 인정하지 않습니다. 누가 혹시 자녀의 부정적인 단점을 조금이라도 지적하면, ‘아니에요! 잘 못 본 거예요!’라고 싸고돕니다. 그리고 그 사람이 생각하고 있는 것은 오해이고 곡해하고 있는 것이라며 강변합니다. 열 달 배 아파 낳은 자식이 어머니에게는 너무나도 소중하다 못해 무결점 옥동자일 뿐입니다. 아마도 그런 어머니가 계시기에 어머니의 자녀들인 우리가 오늘까지 살아 있을 수 있었습니다. 어머니가 그렇게 우리를 애지중지 키워주셨기에, 오늘 우리가 살아 있습니다. 어머니가 우리를 위해 어머니의 인생을 다 희생해주셨기에, 저희가 그나마 사람 구실을 하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여러분, 여기 어머니이신 여러분, 제가 드린 어머니에 대한 설명이 턱없이 부족하고 모자라겠지요.

 

여러분, 여러분이 어머님께 대한 이 보잘것없는 설명을 가득 채워주십시오. 여러분의 인생으로 여러분의 자녀들을 위해 사랑하고, 애써 온갖 수고를 마다하지 않으시고, 어머니로서 살아오신 인생의 궤적들을 채워주십시오.

 

아마도 예수님의 어머니 마리아도 이러셨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어머니이신 마리아도 그러기에 예수님을 애틋하게 사랑하셨고, 자식을 온전히 이해할 수는 없어도 그 자식을 위해서 어머니의 모든 것을 바치셨으리라고 믿어 의심하지 않습니다. 마르코 복음 3장을 보면, 어머니 마리아는 자식이 미쳤다는 소문을 듣고 친척들을 데리고 허겁지겁 자식에게 달려갑니다. “예수님의 친척들이 소문을 듣고 그분을 붙잡으러 나섰다. 그들은 예수님께서 미쳤다고 생각하였던 것이다.”(마르 3,21) 왜냐하면, “한편 예루살렘에서 내려온 율법 학자들이, ‘그는 베엘제불이 들렸다.’고도 하고, ‘그는 마귀 우두머리의 힘을 빌려 마귀들을 쫓아낸다.’고도 하였”(22)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멀쩡한 자식 예수님은 많은 사람 앞에서 자신의 건재함을 어머니께 보여줍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어머니 저는 아무 일 없어요.’라고 외치기라도 하듯이 말합니다. “누가 내 어머니고 내 형제들이냐?”(33) 그리고 당신 주위에 앉은 사람들을 둘러보시며 이르십니다. “이들이 내 어머니고 내 형제들이다. 하느님의 뜻을 실행하는 사람이 바로 내 형제요 누이요 어머니다.”(34-35) 어머니는 자식에 대한 속단과 오해와 불신에 대해, 아들에게서 원망을 듣기라도 한 것 같아 당혹해합니다. 그렇지만 자식이 멀쩡하다는 상황 앞에서 안심하고 기뻐하며,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으시고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십니다. 아니, 오히려 이 순간 이후 어머니 마리아는 늘 아들 예수를 따라다니십니다. 어머니 마리아는 사람들 앞에 절대 나서지 않으시지만, 제자 중의 수제자인 베드로보다 먼저, 아니 누구보다도 먼저 아들 예수님의 뜻을 정확히 알아듣고, 준비하고 이해하며 따르시는 확고한 지지자와 추종자가 되십니다.

 

어쩌면 주 하느님께서 세상을 만드실 때에, 아버지 하느님의 마음을 어머니에게 심어주셨나 봅니다. 주 하느님께서는, 우리들의 어머니들에게 아버지 하느님의 온정을 대신하여, 어머니들의 자식인 우리를 키우도록 하셨습니다. 우리들의 어머니들께서는 아버지 하느님의 마음을 가슴 속 깊이 담고서 우리를 키우십니다.

 

이러한 아버지 하느님의 뜻을 너무나도 잘 아시는 주 예수님께서는 돌아가시면서, 예수님의 어머니를 우리의 어머니로 맡겨주셨습니다. 주 예수님께서는 아버지 하느님의 뜻에 따라 우리를 구하시기 위해 자신의 생명을 내주시며 그 사명을 다하셨습니다. 그 사명을 다하시고 지상 생애를 마치시는 순간마저 어머니를 그냥 그렇게 남겨두고 가실 수가 없으셨나 봅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못내 가슴 속에 빚처럼 남아 있는 어머니를 우리에게 맡기셨습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십자가상에서 돌아가시면서 어머니 마리아께, “여인이시여, 이 사람이 어머니의 아들입니다.”(요한 19,26) 라고 말씀하십니다. 예수님께서는 사랑하는 제자에게 자신을 대신하여 성모님의 아들이 되어 어머니로 모시도록 맡기십니다. 예수님께서 그 사랑하시는 제자에게도 이분이 네 어머니시다.”(27) 라고 맡기십니다. 우리는 이 성경 구절을 통해 어머니 마리아를 주님의 제자단인 우리 교회의 어머니로 모시게 되었습니다.

 

우리 육신의 어머니는 아쉽게도 우리가 철이 들어 어머니께서 얼마나 우리를 사랑하시고 우리를 위해 희생하셨는지를 채 깨닫기도 전에 가십니다. 미처 효도를 다 바치지도 못했는데, 우리가 어머니의 은공을 기억하려는 순간, 아쉽게도 앞서가십니다. ‘언제 내가 네 효도를 바라기라도 했다는 말이냐?’라고 물으시기라도 하듯이, 우리 곁을 떠나 하늘로 가십니다. 어머니는 아버지 하느님의 뜻을 따르고 그 소명을 다한 것만으로 기뻐하시고, 어머니의 마지막을 기꺼이 맞이하시는가 봅니다. 주 하느님께서 그런 어머니들의 마음을 헤아리시고, 우리 어머니들에게 그 보답으로, 주님 품 안에서 성인들과 함께 영원한 천상 행복을 누리게 해주시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이제 마리아를 어머니로 모신 우리 차례입니다. 우리의 효도를 요구하지 않으시는 어머니들께서는 아버지 하느님의 뜻을 이루신 것 자체로 이 지상 생애에서 기뻐하셨습니다. 그 사랑을 받은 우리가 보답하는 길은, 우리도 주 하느님의 뜻대로 주 하느님의 마음을 가슴에 안고, 우리 주위에 어머니가 필요한 이들에게 어머니가 되어주는 길입니다. 여성성이거나 남성성이거나 관계없이, 피로 엮어진 관계인지 여부와 관계없이, 오늘 우리 곁에 어머니가 필요한 이들에게 어머니 성의 사랑을 나눕시다. 무엇이 사랑이고, 어떻게 사랑하는 것인지, 어머니들께서는 자신의 몸을 불태우시면서 우리에게 몸소 보여주셨습니다. 아버지 하느님께서 우리 어머니들에게 심어주셔서, 우리 육신의 어머니들이 우리에게 나눠주신 그 사랑으로, 우리도 형제자매들을 사랑합시다.

 

비단 우리 본당의 어린이들을 우리 모두의 자녀로 삼고 함께 돌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세상에 어머니가 없어 아무도 지켜 주지 않는 이들, 어머니가 없어 아무도 돌봐주지 않는 이들에게, 마리아를 어머니로 모신 주님의 제자들인 우리 교회가 어머니가 됩시다.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싶고, 누군가에게 이유 없이 지지받고 사랑받고 싶은 이들에게, 우리 교회 공동체가 어머니가 됩시다.

 

우리 천주교회는 스스로를 자모이신 성교회라고 부릅니다. 자비로우신 어머니의 마음과 가슴으로 자녀들을 품어 안도록 합시다. 자녀를 위해 희생함으로써 거룩한 모습 그대로를 드러내신 어머니 마리아의 품처럼, 우리 교회의 자녀들을, 부모 없는 자녀들을, 누군가가 필요한 이들의 어머니가 됩시다. 그렇게 품어 안음으로써 우리 교회의 선교 사명을 실현합시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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