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강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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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누리의 임금이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왕 대축일(다해) 루카 23,35-43; '25/11/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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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누리의 임금이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왕 대축일 (다해) 루카 23,35-43; '25/11/23
우리는 이 11월 위령 성월에 우리 부모님과 조상님들 그리고 어릴 때부터 우리를 도와주고 우리 인생에 기여해주셨던 은인들과 선인들을 기억합니다. 동시에 우리 민족과 사회 그리고 인류사회를 위해 희생하셨던 열사들과 의사들을 비롯하여, 우리의 지상 생애와 신앙 생활을 위해 순교, 순국, 순직하신 모든 분들을 기억합니다. 또한 아무도 기억해 주지 않는 영혼들과 불쌍하고 억울하며 비참하게 돌아가신 영혼들도 함께 기억합니다. 예전에 한번 교구 신부님들과 독일 수도원 체험 피정 때, 나치 치하의 첫 번째 포로수용소였던 ‘다하우 포로 수용소’(Dachau Concentration Camp)를 방문하고, 수용소 한 귀퉁이에서 수용소에서 돌아가신 분들을 위해 일생 기도하며 희생을 바치고 있는 깔멜 수녀원에서 미사를 봉헌했습니다. 한때 슈테펜 자이베르트 독일 총리가 방문하여 세상의 이목을 다시 집중시켰던 다하우 수용소는 1933년 어린 시절, 성당에서 복사를 서던 아돌프 히틀러가 ‘그리스도 우리의 희망’이 아니라, “우리의 마지막 희망 히틀러!”라는 구호를 내걸고 권력을 잡은 직후 만든 정치범 수용소로 유대인과 동성애자, 집시, 전쟁포로, 장애인 등 20만 명이 수용된 곳입니다. 뮌헨에서 약 10여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다하우 강제 수용소 정문에는,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할 것이다.”(요한 8,32) 하는 성경구절을 개절하여 “노동이 너희를 자유롭게 할 것이다.”라는 문구를 통해 강제 노동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미군이 1945년 4월 29일 이 수용소를 장악하기 전까지, 군수품 공장 등지에서 강제 노동으로 닭장 같은 수용소에서 하루 한 끼를 먹으며, 기아나 질병으로 숨지거나 살해된 이는 천주교 신부 2,579명을 비롯하여 41,000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중 사제 38분과 수사 3분, 평신도 3분 총 44분이 지난 1999년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에 의해 복자품에 올랐습니다.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가족이 있기에 살려달라고 하는 사형자를 대신하여, 목숨을 내놓으신 막시 밀리언 콜베 신부님은 1982년 시성되셨습니다. 미군이 공격했을 당시 수용소에는 약 3만 명이 있었는데, 수용소 열차에서 2,000여구 이상의 처리하지 못한 시신들이 무더기로 발견되어, 이에 분노한 미군들이 항복한 독일 경비병들을 사살해 문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다하우 소용소는 폴란드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비해 적지만, 독일 강제 수용소의 모델이 되는 최초의 수용소였고, 또한 생체실험으로 악명이 높았던 곳입니다. 저체온에 대한 생존력 테스트를 위해 사람을 얼음물에 담궈 놓고 죽을 때까지 매시간 피를 뽑거나, 나체로 영하의 날씨에 서 있도록 하면서 신체반응을 테스트 했고, 항생제의 효력을 시험하기 위해 인공적으로 사람들을 박테리아에 감염시켜, 가스괴저를 일으키거나 파상풍에 걸리게 했으며, 압력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기 위해, 사람을 방에 넣고 진공상태를 만들어 실험했다고 합니다. 다하우 수용소에서 미사를 봉헌하면서 우리가 순교 성인들뿐만 아니라, 12월 28일 죄없는 아기 순교자들 축일처럼, 인간의 구원을 부르짖으며 인간을 위해 봉사한다던 인간에 의해, 무참하게 죽어간 영혼들을 기억하는 날도 제정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성과 과학 기술을 주장하며 인간의 진보를 기치로 내걸었던 근대인들은 결국 자신들의 뜻에 동참하거나 따르지 않았던 많은 이들을 죽음으로 내몰았고, 결국 그들이 외치던 인간 발전은 인간 세계에 지울 수 없는 커다란 상처를 남겨 놓고, 허망한 꿈으로 끝나버렸습니다. 교회는 가진 자들의 사회를 지탱하기 위한 교의를 전파하는 단체에 불과하고, 현세에서는 힘이 들어도 마지막 날에 죽어서 행복하게 될 것이라며, 가난한 이들의 불만을 잠재우려는 ‘종교는 아편’이라고 외치며, 종교와 도덕과 예술을 한낮 신념으로 강등시키고, 이성과 과학 기술을 근거로 한 경제와 정치 발전을 도모하던 근대주의자들은 제2차 세계 전쟁과 전쟁 중에 저지른 인간들의 무참한 폭력으로 인하여, ‘인간은 인간에게 늑대다.’라는 말을 남기게 했고, 인류의 진보를 외치던 근대화의 기치는 결국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더 나은 인간의 발전을 위하여, 다른 한쪽의 인간과 자연을 희생시키는 어리석음을 통해, 우리는 재앙을 겪고 있습니다. 인간의 의료 발전을 위한 생체 실험, 이념과 종교 이데올로기를 기치로 한 전쟁과 인종 핍박, 고문, 납치, 인신 매매, 학살, 무분별한 개발로 인한 환경재해, 온난화 영향으로 빈번하고 거대해진 자연재해, 생각하기조차 싫은 상황들이 오늘 우리가 사는 곳곳에서 벌어지며, 거꾸로 우리 삶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사람들은 사람들에 의해 사건 사고가 생겨나는 데도, 자신들을 되돌아볼 줄 모르고 그 대신 그 책임을 하느님께 묻습니다. “이런 일이 일어나도록 하느님께서는 뭘 하시는가?” “왜 선하신 하느님께서 이런 악을 용인하시는가?” 사람들은 하느님께서 그런 인간의 잔악한 행위 때문에, 인간에게 자유를 허락하신 사랑 때문에 아파하시고, 오히려 인간의 잔악한 행위로 피해를 당한 다른 인간과 함께 고통을 겪고 계시며 죽어가고 계시다는 사실을 외면합니다. 그런 물음을 던지며 우리가 또 한 가지 기억해야 할 것은 “나는 단지 그 때 그 자리에 없었다.” 라는 말 외에는 정작 우리에게는 할 말이 없다는 사실을, 주님 앞에 그리고 스스로를 향해 겸허히 고백해야 할 것입니다. 죽은 모든 이들을 기념하는 11월 위령 성월에 우리는 죽은 이들을 위해 기도하며, 우리의 죽음을 연상합니다. 우리는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인간 세상에 태어나 지상 생애를 살다가, 언젠가는 우리의 외적인 육을 떠나 영으로 새 세상으로 건너갑니다. 우리는 언제 어디서 어떻게 지상 생애를 마치고 새 세상으로 가게 되겠습니까? 우리가 죽을 때는 어떤 모습이겠습니까? 우리는 남겨진 가족과 인류 사회에 무엇을 어떻게 기여하며, 새 세상으로 떠나시렵니까? 내 유언장엔 누구에게 무엇을 어떻게 하라고 쓰셨습니까? 육적인 것뿐 아니라, 우리가 우리 생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꿈이 없다면......, 우리가 아무런 희망도 없이 죽어간다면......, 어디서 어떻게 헤매게 되겠습니까? 예수 그리스도, 우리 주님께서 펼쳐주시는 하느님 나라와 영원한 생명에 대한 희망도 없이 가버린다면, 너무나도 아쉽고 억울하고 어쩔 줄 모르는 채 생을 마감하게 되지 않겠습니까? 우리가 지상 생애를 마칠 시간과 장소를 우리 스스로 정할 수 없음을 염두에 두고, 언제일지 모르게 다가올 새 세상 행을 위해 미리 준비하기로 합시다. 내일 부활의 영광을 위해 오늘 우리의 죽음을 준비하는 마음으로, 십자가에 못박히신 주님을 따라, 형제들의 구원을 위해 희생하기로 합시다. 그리고 형제들의 구원을 위해 나를 희생하는 그 길이 바로 내 구원의 길임을 명심하기로 합시다. 그리스도왕 대축일을 맞는 오늘 우리 삶 속에 주 예수님을 주인으로 모시고, 우리의 꿈과 희망 그리고 우리 삶의 목표와 가치를 주님과 주님께서 시작하신 하느님 나라에 둡시다. 우리의 남은 생애를 바쳐, 하느님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이 땅에서도 이루어질 수 있도록 헌신하며, 우리의 마지막 생애를 불태우며, 육의 마침과 영의 시작을 준비합시다. 죽음으로 그치지 않고, 새로운 생애로 넘어가는 우리의 인생을 설계하기로 합시다. 물질을 넘어 영으로, 한계를 넘어 영원으로 향하는 우리의 생애를 미리 준비하기로 합시다. 육의 제한 속에 갇히지 않는 우리의 꿈과 희망을, 예수 그리스도 우리 주님의 품 안에서 영원히 펼쳐나갈 수 있도록, 오늘 여기서 새 세상을 향해 첫발을 내딛기로 합시다. 영원을 향한 우리의 꿈을 미리 앞당겨 살도록 하는 우리의 신앙을 통해, 시들지 않고, 꺽이지 않는 영원을 향한 우리의 꿈을 준비합시다. “너는 오늘 나와 함께 낙원에 있을 것이다.”(루카 23,43) ----------------------------------- 온 누리의 임금이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왕 대축일 꽃꽂이 https://bbs.catholic.or.kr/home/bbs_view.asp?num=1&id=206234&menu=frpeterspds2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