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론

루터는 참된 성모신심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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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윤석 [drhur] 쪽지 캡슐

2004-12-08 ㅣ No.115

 

루터는 참된 성모 신심가였다 


어떤 레지오 마리애 단원이 질문하였다. 

혹시 천주교가 개신교의 말처럼 마리아를 숭배하는 교인가? 아니라면 어떻게 대답해 주어야 하는가? 어떻게 성모님이 동정녀로 성자를 낳았는가? 왜 성모님이 천주의 모친이신가?

나는 이런 질문을 받고 정말 우리 천주교회가 믿고 또 레지오 마리애의 기도문에 있는 성모님 호칭들에 대한 개신교의 오해와 더불어 파생된 신자들과 레지오 마리애 단원들의 불안을 해결해 드려야 한다는 마음이 생겼다. 그래서 앞으로 개신교의 아버지 루터의 성모 신심과 성모님에 대한 그의 저서를 토대로 설명하는 특별한 내용을 연재하고자 한다.

      

'천주교는 마리아 숭배교'라는 오해에 묻힌 루터의 성모님 이해와 신심

개신교의 아버지 루터를 단지 로마 가톨릭 교회 권위에 반항한 자 혹은 가톨릭의 모든 체제와 교리와 사상에 대해 반대한 혁명가로만 보는 극단적인 시각을 가졌다면 루터와 마리아의 관계는 부정적인 것일 수밖에 없다. 이런 감정적인 태도 안에서 17, 18세기를 거치는 동안 마리아 공경은 근거도 없이 상실되어 갔다. 이 상실의 근원은 바로 루터에게 있다는 막연한 추측이 천주교를 ‘마리아 숭배교’라고 일컫게 된 웃을 수 없는 결과를 만들어냈다.

루터 자신은 성모 마리아 신심을 깊이 간직했던 아우구스티노회의 수사신부였으며, 묵주기도를 열심히 했었다(사와다아키오, 「루터와 마리아」, 가톨릭출판사, 13쪽)

현재 독일과 프랑스의 개신교를 중심으로 성모 마리아에 대한 호의적(?)인 새로운 접근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으며, 한국 개신교에서도 성모마리아에 대한 올바른 시각을 갖고자 연구하는 목회자들을 볼 수 있다.


루터의 마리아 공경 뿌리가 된 유년시절과 수도회 입회

루터가 태어난 1483년은 교황 식스토 4세가 교황헌장 「Grave nimis」를 낸 해이다. 성모님의 무염시태(원죄 없으신 잉태)에 관한 논쟁 중지를 명한 이 헌장은 당시 활발했던 성모 신심과 심도 있는 마리아론 연구의 증거이기도 하다.

이와 같은 환경에서 태어난 루터는 가정과 학교에서 토요일마다 성모공경예식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였으며 에르푸르트 대학 시절인  1503년 4월 16일 칼에 허벅지를 다치는 사고를 당하였을 때 “오오 성모님, 도와주셔요!”라고 외쳤다고 한다. 루터는 성모님의 어머니 성 안나에 대한 신심도 깊었다. 그는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성 안나에게 기도하였으며, 기록에 의하면 “성 안나여, 도와주소서. 이 몸은 수도자가 되겠나이다”라고 기도하였다.

성 안나와 성모님에 대한 신심이 깊었던 루터는 그의 기도처럼 아우구스티노회 수도자가 되었는데, 이 회도 마리아 공경의 전통을 갖고 있었다. 수도자의 흰옷은 동정 마리아의 순결의 표시요 수도원 집회 때는 성모상본을 걸었다. 수도자들은 그 앞에 모여 매일 “은총이 가득하신 하늘의 모후여, 천사들의 머리이신 어머니, 동정 순결의 꽃, 장미, 백합이신 마리아여, 우리 믿는 이의 구원을 위해 아드님께 빌어주소서”라고 기도하였다.

기록을 보면 루터는 마리아상에 자주 입맞춤을 하였다고 하며, 사제서품을 받고(1507년) 마리아 축일에 관한 강론집, 특히 성모 무염시태에 관한 강론집을 깊이 연구하였다(루터는 교회의 전례력에 따라 모든 성인의 축일에 맞춰 강론하는 습관이 있었는데, 그는 늘 성모님의 축일에 성모님의 특전과 교리에 대해 강의하였다. 이러한 강의는 종교개혁 이후에도 계속되었다). 이와 같이 루터는 성장 과정에서도 수도생활 안에서도 성모 신심이 깊어갔다.


루터의 전통적 마리아 공경의 내용


자신이 ‘그리스도교인’이라고 말하면서 마리아를 단순히 ‘그리스도를 낳은 여인’, ‘인간 그리스도를 낳은 단순한 인간 마리아’ 혹은 ‘그리스도를 낳은 단순한 여인’이라고 말한다면 그는 이단 네스토리우스의 주장을 옹호하는 사람이다.

현재 성모님에 대해 그릇된 극단적 생각을 갖고 있는 일부 개신교의 주장은 하느님의 신성과 인성을 분리한 네스토리우스의 주장과 동일하다. 즉 예수님의 인성(人性)과 신성(神性)을 분리하여 인성을 평가절하하고 신성만을 택하는 이분법적 생각 안에서는 마리아는 그저 예수의 육신을 낳아준 대리모(代理母)의 위치밖에 되지 않는다. 이렇게 네스토리우스 같은  생각의 바탕에서 본다면, 복음에서 마리아가 예수님을 찾아왔을 때 “누가 내 어머니인가?”(마태 12,48)라는 질문을 마치 예수님이 그의 어머니 마리아와의 육친관계를 평가절하하는 의도에서 한 말처럼 해석함으로써 마리아와 예수의 관계를 단절하는 오류를 빚어내는 엄청난 결과를 가져온다.

이러한 네스토리우스 이단을 단죄한 공의회가 431년 에페소 공의회다. 이미 초대교회 때부너 알렉산드리아에서 마리아를 ‘천주의 모친’이라고 했으며, 당대 최고의 교부 오리게네스나 아타나시우스 역시 성모 마리아가 천주의 모친임을 입증함을 증거로 ‘천주의 모친’이라는 칭호를 이 공의회에서 바로 세웠다. 또 451년 칼체돈 공의회에서는 하느님의 어머니인 마리아 신앙을 전 교회 신앙으로 확인하였다.

루터는 1539년 쓴 ‘공의회와 교회’에서, 에페소 공의회에서 표명한 신앙이 바로 자신의 신앙이라며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이 공의회는 신앙에 어떤 새로운 것도 정한 것이 아니며, 네스토리우스의 새로운 생각에 대하여 전래(傳來)의 신앙을 지킨 것이다. 생각하건대 마리아가 하느님의 어머니라는 신앙개조는 이미 처음부터 교회 안에 있었고 …복음, 즉 성서 속에 포함되어 있다… 이러한 결정이 마리아를 하느님의 어머니로 확정하고 있음을 나는 잘 알고 있다.”

하느님의 어머니라는 것으로부터 루터는 “마리아는 모든 피조물을 초월한 가치를 갖고 있다.”고 말한다. 하느님의 어머니시므로 마리아는 하느님의 계명을 완전히 지킬 수 있었을 뿐 아니라 “하느님으로부터 이토록 많은 은총을 입고, 은총에 가득 찼다.” 그는 1529년 주님 탄생예고 축일에 즈음하여 루가 복음 1장 26-38절을 해설하면서 아베 마리아라는 말과 연관하여 “첫째로 마리아는 은총이 가득한 분이다"라고 말하였다. 따라서 마리아는 거룩하고 선으로 충만하며 죄로부터 자유롭고 하느님에 의해 자신에게 해로운 모든 것으로부터 보호되고 있다. 마리아는 예견과 지혜의 은총을 받은 "대예언자”(die grosse Doctrin und Prophetin)이며 모든 사도들, 예언자들보다도 더 많이 아는 분(Gelehrter)이다.

이어서 루터는 마리아 공경을 권고한다. “마리아는 찬미받아 마땅하며, 아무리 찬미받고 영광을 입어도 지나침이 없음은 단연코 확실하다. 생각하건대 그 영예는 저토록 드높게 빛나고 지상의 모든 여인 위에 있는, 하느님의 어머니이신 것이다. 우리는 이 어머니께 영광을 드려야 하며 그 어머니가 낳으신 하느님을 우리의 눈과 마음으로부터 잃어버리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만약 어느 집안에서 아버지가 할머니께 온갖 정성과 공경을 다하는데 이것을 우상화 작업이라고 손자가 말한다면 그 아버지의 마음은 어떨까?

루터는 참으로 자신의 어머니를 잘 공경하는 아들이며 개신교의 아버지였다. 그럼 아직도 천주교를 마리아 우상숭배의 교회라고 말하는 그리스도교인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혹시 루터가 경계하는, 그리스도교인이라는 탈을 쓴 네스토리우스 이단이 새로 부활한 것이 아닐까? 그들은 마치 하느님을 믿는 참 신앙인이라면서 주님의 사도들과 신자들을 잡아 가두려고 한 하느님을 만나기 전의 바오로가 아닐까? 그들은 언제 하느님을 바로 뵐 수 있을 것인가? 그들은 아직도 자신들의 어머니에 대한 공경을 우상이라고 말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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