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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언제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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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국 [paul62] 쪽지 캡슐

2000-09-06 ㅣ No.1119

 

많은 말들이 있었음에도 우리는 언제쯤 진실만을

말할 수 있는 나이가 될까?

많은 행위들이 있었음에도 우리는 언제쯤

사랑만으로 행할 수 있는 나이가 될까?

사랑하면서도 미워하지 않고,

사랑하면서 당황하지 않아,

진실만을 듣고 사랑만을 볼 수 있는 나이가 될까?

 

모든이가 아우성치고 있는 세상,

모두가 자기의 목소리로만 좁디 좁은 공간을 채우려는 세상,

그래서 많은 말들이 오고 감에도

진실을 찾기가 쉽지 않은 세상이다.

이야기를 들어도, 드라마를 보고, 노래를 들어도

흔하디 흔한게 사랑 조각들인데

기실 마음으로 사랑을 느끼기에 힘겨운 것은

내 정서가 너무 메말랐기 때문일까?

 

다시 새롭게 찾아온 9월 순교자 성월에는

지금보다 조금만 더 평화롭게 살고 싶습니다.

경직되지 않은 얼굴로 옆집 할아버지의 손주 자랑이나 듣고

뒷집 순이 엄마의 반찬 솜씨나 보면서,

방송을 듣거나 신문을 봐도

근심하지 않고 살고 싶습니다.

그러나 아직 우리의 거리는 어둠속에 묻힌

암울한 거리일 뿐입니다.

이제 틀림없이 다가올 새벽을 기다리면서

지금이야말로 우리가 작은빛이 될 수 있는

순교가 필요한 때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현대의 순교란 진실이 아니면 말하지 말고,

사랑이 아니라면 행하지 말고,

먼저 용서하면서 살아가는 것일 겁니다.

 

9월 어느날 그렇게 살다가

새남터에서, 숲정이에서, 절두산에서, 해미에서

그렇게 죽어서 다시 살아난 우리의 순교 성인들처럼

이제는 우리가 그렇게 살아야 할 것입니다.

우리 모두가 그렇게 살 수 있을때,

누군가가 크게 길을 잘못 가더라도

고추가루 묻은 잇몸을 드러내고 길을 가르쳐줘도

내 교양도 그의 체면도 손상받지 않고

오히려 '허허'거리며 친구가 되는 너와 나,

우리는 허물없이 그렇게 살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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