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사진 자료실

[성당] 안동교구 북면 본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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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4-03-26 ㅣ No.1211

 

[믿음의 고향을 찾아서] 안동교구 북면 성당

바다로 비상하는 마름로꼴 성전 '눈길'

 

 

(사진설명)

1. 성당 전경. 동해를 향해 비상하는 듯한 마름모꼴 지붕, 등대를 형상화한 종탑이 아름다움을 더한다.

2. 성당 내 감실과 성모상.

3. 성당입구에 설치된 성수대.

4. 성당 내부.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 비쳐진 은은한 분위기가 아름답기 그지없다.

5. 성당 마당에 설치된 천사상 뒤로 석양에 물든 성당이 이채롭다.

6. 달빛 아래에서 피리를 불고있는 천사상.     

 

 

쪽빛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에서 파란 하늘을 등에 업고 서 있는 성당, 수평선 너머 살포시 고개를 내미는 아침 햇살을 받으며 미사를 봉헌할 수 있는 그림같은 성당, 싱그런 바다 내음 가슴에 품고 깊은 묵상에 잠길 수 있는 성당….

 

안동교구 북면성당(경북 울진군 북면 부구리 소재)에 딱 들어맞는 말이다. 행정구역상 강원도와 경상북도 경계에서 경상도쪽으로 5㎞ 남짓 내려온 바닷가에 위치한 안동교구 최동북단 성당이다.

 

지난 1998년 울진본당 관할 북면공소로 건축돼 이듬해 본당으로 승격한 북면성당(주임 이기정 신부)은 주변 자연환경과 어우러진 외형적 아름다움으로 탄성이 절로 나게 한다.

 

김정신(스테파노, 단국대) 교수가 설계한 성당은 푸른 동해를 향해 비상하는 듯한 마름모꼴 형상이 특징. 성전 뒤 언덕에서 내려다보면 마치 커다란 가오리연 하나가 비상하는 느낌이고, 장애우와 노인들이 성전에 쉽게 오를 수 있도록 만든 경사로는 가오리 꼬리 형상이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우뚝 선 종탑. 하늘을 찌를 듯 솟은 원통형 종탑에는 사방으로 뚫린 커다란 십자 문양이 있어 멀리 바다를 항해하는 선박에서도 보일 정도다. 세상이라는 바다를 항해하는 신자들을 주님께 인도하는 불빛 '등대'가 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건물 외형을 아무런 치장없이 거친 노출 콘크리트로 처리한 것도 특징이다. 사계절 온도 변화와 거센 해풍에 대비한 까닭이다.

 

발길을 옮겨 성당 마당에 나서면 아기 예수를 안고 있는 성모 뒤에 성 요셉이 서 있는 성가정상과 만난다. 성당에 들어서는 이들이 처음 마주치게 되는 이 성상은 조광호(인천가톨릭대 교수) 신부 작품. 성가정을 주보로 모신 본당임을 드러내는 조형물이다. 인근에 들어선 울진 원자력발전소 직원으로 근무하는 젊은 부부가 전체 신자 90%에 달해 사랑과 일치로 뭉친 성가정을 이루라는 뜻에서 마련한 것이다.

 

성당 마당에는 여느 성당에서는 볼 수 없는 천사상 12개가 늘어서 있다. 피리를 불거나 바이올린을 켜고, 기도하고 노래하는 앙증맞은 모습의 천사상은 어린이 키 높이로 세워져 성당의 아름다움에 이끌려 찾은 인근 여행객들이 자녀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는 명소로 알려질 정도. 본당 사목회장 전도순(베드로, 50)씨는 "여행철이 아닌 비수기에도 하루 평균 대여섯 팀이 지나던 길에 성당에 들려 구경할 정도"라면서 "신자들은 아름다운 성당을 갖고 있다는 자부심이 대단하다"고 말한다.

 

그래서 본당은 2001년 성당 앞 공터를 활용, 100여명이 묵을 수 있는 숙박시설을 마련했다. 성당에서 도보로 5분 거리에 있는 나곡 해수욕장을 비롯해 아름다운 해변과 맑은 물로 유명한 봉평·망양 해수욕장, 불영계곡, 성류굴, 덕구 온천 등을 찾는 여행객들이 편히 쉴 수 있다. 이용료는 하루 5000원(어린이 3000원)으로 저렴하다. 수익에 치중하기보다 나눔과 섬김을 실천하려는 본당측 배려다. 넓은 성당 마당 여기저기에 조성된 잔디밭과 나무그늘 및 의자, 연못, 저녁 10시까지 사용 가능한 농구장, 해변 선착장을 떠올리며 잠시 쉴 수 있도록 놓아둔 통통배 한척 등도 여행객 발길을 잡는다.

 

발길을 돌려 성전 안으로 들어서도 여느 성당과 다른 아름다움에 또 한번 탄성이 터져 나온다.

 

마름모꼴로 지어진 성전 내부에는 신자석이 부채꼴로 배열돼 어디서나 전례에 집중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고 있을 뿐 아니라 오색 찬연한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 비치는 자연광이 아름다운 빛을 연출한다. 제대에 서서 바라본 성전 벽 사이 창문으로 성당 마당에 세워진 성모상이 한눈에 들어오는 것도 특이하고, 제대 뒤 벽면에 걸린 십자가도 눈길을 끈다. 나무 십자가는 벽돌 위 녹색으로 채색된 형태로만 상징적으로 남아 있고, 그 위에 예수님 몸만 덩그렇게 걸려 있다.

 

또 성전 입구에 설치된 성수대도 독특하다. 벽에 걸린 성수대가 아니라 한켠에 따로 설치된 성수대 위 천장에는 우주를 창조한 하느님을 상징하는 듯한 벽화가 그려져 있고, 한줄기 조명이 성수대를 비추고 있다. 성전에 들어서며 성수를 손에 묻혀 성호를 긋는 이들에게 하늘에서 성령의 빛이 비추는 형상이다.

 

성당 종탑도 누구나 올라갈 수 있도록 개방된 것이 여느 성당과 다르다. 나선형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어른 상체만한 종을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종탑 곳곳에 뚫려 있는 구멍과 십자문양을 통해 푸른 동해와 인근 마을, 원자력발전소를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전망대가 된다.

 

내적, 전례적, 외적 아름다움이 삼위일체처럼 조화를 이룬 북면본당이 더욱 아름다운 것은 본당 공동체가 혼연일체가 되어 지역사회에 빛과 소금이 되기 때문이다. 연로한 지역노인을 위해 매년 5월 경로 잔치를 열어, 음식과 즐거움을 나누고, 무료 영정 사진을 촬영해 드리는 것은 물론 지역 문화발전을 위해 사진과 서예강좌를 개최한다. 경로잔치에는 매번 노인 500여명이 참석하고, 사진 강좌는 그간 260여명이 수료했을 정도다. 그래서 지난해 12월 본당 주임 이기정 신부는 울진 문화발전에 헌신한 공로를 인정받아 '자랑스런 울진군민상'을 수상했다.

 

이기정 신부는 "북면성당은 건축적, 외형적 아름다움도 극찬할 만하지만 대도시에서는 느끼지 못하는 풍부한 인심과 가족적 분위기, 서로 화합하고 일치하는 친교가 생활화된 내적 아름다움 또한 가득한 공동체"라며 "동해를 찾는 이들이라면 한번쯤 들려 바다 내음과 함께 신앙의 향기 또한 맡고 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평화신문, 제766호(2004년 3월 28일), 박주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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