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론

엄마와 시장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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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윤석 [drhur] 쪽지 캡슐

2005-02-05 ㅣ No.148

 

제목: 엄마와 시장가기!


엄마(?)는  어린 우리 두형제를 데리고 나는 자주 재래시장을 가셨다.

엄마는 오늘은 무엇 무엇을 살거라고 가기전에 우리에게 장보실 계획을 늘 말씀하셨다.

늘 이것 저것 사달라 조르는 악당들을 입막음하려 하시려는 건전한 의도셨다.

하지만 어린 우리는 그와는 아랑곳하지 않고 시장의 온갖것에 정신이 팔렸다.

그래서 이것 저것 모두 사달라고 조르기가 일쑤였다.

어느날 시장에 간날이었다. 나는 흥분된 마음으로 시장을 엄마손을 잡고 나섰다.

주위의 것에 홀려 두리번 두리번 하였다. 한참 시장 삼매경(三昧境)에 빠져 어린 나는 엄마를 의식하지 못했다. “엄마 나 저것 사줘?”하고 엄마손을 잡고 떼를 쓰자!

“아이야! 너 누구니?”하고 왠 아줌마가 대답하였다.

정신을 차리고 주위를 둘러 보았더니 엄마의 모습을 찾을 수 없었다. 순간 정말 태어나 처음으로 공포라고 생각되는 두려움이 해일처럼 덮쳐왔다.


“엄마가 없다!”


난 아직도 그때의 두려움을 생생히 기억한다.

울면서 엄마를 부르며 이리저리 달려갔다. 그렇게 30분쯤 헤멨을까? 내눈은 눈물과 콧물과 먼지가 번벅되었다. “윤석아! 괞찮아! 윤석아 괞찮아! 엄마 여기있어! 엄마 여기있어!”

엄마는 어디서인가 달려오셨는지 나를 꼭 안아 주셨다.


슬하(膝下)라는 말이 있다. 바로 무릎아래라는 깊은 뜻의 한자어이다.

부모들은 자식을 슬하의 자식이라고 한다. 어렸을 때는 무릎아래서 키우며 어린 자식역시 부모의 시선 밖을 떠나지 않으며 부모을 잠시라도 잃으면 자신이 마치 죽음의 위험에 처한 것 같은 공동운명체의 인식을 갖는다. 하지만 자식이 커서 슬하를 떠나면 부모에 대한 생각이 달라진다고 다들 섭섭해 하신다.

우리의 창조주이신 하느님 아버지와 우리 어쩌면 세상살이가 내가 어렸을 때 엄마와 시장가는 것과 비유될수 있다고 생각해 본다. 아무리 나이를 먹고 철이 든다고 해도 우리는 하느님께 늘 어린 아기와 다를 바없다. 엄마의 손을 놓지 않고 엄마를 따라 따뜻한 봄날에 엄마가 사주신 찹살 도넛츠 하나 입에 물고 시장을 두리번 거리며 나서는 모습이 바로 이 세상안에서 하느님과 함께 살아가는 정다운 신앙의 길이 아닌가 생각한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단한가지 놓치지 말아야할 것은 바로 그분의 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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