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론

더불어 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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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윤석 [drhur] 쪽지 캡슐

2004-11-03 ㅣ No.87

 

오래 전부터 알게 된 수녀님이 편지를 보내주셨다.


반가웠다.


수녀님은 마침 인사로 다음과 같이 사인을 하셨다.


“더불어 한길”


더불어라는 말은 “데다”라는 말과 “불다”라는 말의 순우리말의 합성어이다.


데다는 함께 같이 라는 뜻이고 부사로는 데리고라고 쓰인다.


불다는 부르다의 뜻을 갖는다고 한다.


나는 장남이었고 세살 연하의 남동생이 있었다.


어렸을때 늘 어머니는 동생을 데리고 놀라고 하셨다. 그것이 나에게는 기쁨이면서 동시에 고통이었다.


동생이 없는 친구들은 어린 동생이 귀엽다고 부러워했지만 사실 어떨때는 동생 때문에 친구들에게 미안한적이 한번이 아니었다.


사실 귀찮었다고 철없던 때를 고백해야하나?


나만의 고민은 아니었을 것이다. 어린 동생을 갖고 있는 형이라면!


동생은 형의 친구들과 놀기를 좋아했다. 어렸기 때문에 자기 친구를 찾기 어려운 그 기간에!


“형아 같이 놀아도 돼??” 늘 친구와 놀고 있는 나에게 눈치를 보며 던지는 어린 동생에게 그래! 끼어주자하고 나와 친구들이 말하면 동생은 정말 좋아했던 것 같다.


지금도 동생은 힘든 일이 있으면 가끔 자신을 끼어주었던 나의 친구를 찾아간다.


우리 모두 어렸을 나이! 우리도 어리면서 동생을 무척 어리다고 귀찮아했던 나의 모습이 담긴 흑백사진을 보면 웃음이 나온다.


동생을 떼어 놓으려고 도망가는 나의 모습 그리고 같이 놀자고 쫓아오는 어린 동생!


그것을 바라보는 나의 친구들!


아마도 “더불어”라는 말은 바로 동생과 함께 놀던 그 시절의 언어인 것 같다.


더불어! 함께 하자고 받아주며 불러준다는 뜻!


나이와 성별과 경험과 개성이 다른 사람들을 계속 만나고 함께 살아가는 것이 삶이라고 생각한다.



오늘은 위령의 날이다. 성인들의 통공을 우리는 믿고 기도한다.


죽음이라는 경계선으로 나누어졌지만 우리는 정말 더불어 사는 존재라는 생각이 든다.


부족한 것을 무엇인가 채워드려서 연옥영혼들을 천국이라는 목표를 향해 보내드리는 개념보다는 “더불어 한길”이라는 순우리말의 의미로 통공이라는 말의 의미를 이해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함께가자 우리 이길을 이라는 노래를 부르며 눈물 짓던 우리가 아닌가?


각자가 다르다는 것은 각자가 모두 살아있다는 것이고 우리가 함께 더불어 산다는 것은 우리가 모두 서로 사랑한다는 말이다.


죽음이라는 커다란 넘을 수 없는 바다 저편에 있는 분들까지도 기도와 선행을 통해 함께 더불어 갈수 있다는 것이 우리의 통공의 의미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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