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게시판

요즘 띄엄띄엄 보는 시험관계로 답변이 늦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우리가 오늘날 쓰는 서기년(西紀年)은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년을 기점으로 헤아리는 연대 표기입니다. 과거 우리나라를 비롯해서 대개의 나라들은 연도 계산을 위해 나라의 개국이나 왕의 등극을 기점으로 사용했습니다. 세종 10년과 같은 경우입니다. 이 경우 단점은 과거의 역사를 기술함에 있어서 복잡한 연도 계산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또 나라마다 다르니까 다른 나라의 역사를 기술하기 위해서는 더욱 복잡한 비교 계산과정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유럽 전역이 그리스도교를 믿게 된 후 보다 간편한 연대계산을 위해 탄생한 것이 서기 계산법입니다. 이 새로운 연대 계산법은 Dionysius Exiguus(+550)라는 사람이 시작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그는 모든 나라에서 표준으로 사용할 수 있는 연대 계산을 위해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년을 기점으로 하는 연대 계산법을 만들어 사용했습니다. 그래서 서기의 라틴어 원어는 Anno Domini[주님의 해]로 보통 약자로는 A.D.라고 씁니다. 영어권에서는 우리가 알고 있는 것처럼 기원전을 B.C.(Before Christ)로, 기원후는 그대로 A.D(Anno Domini, in the year of our Lord)라고 표현합니다. 그후 서기 연대 계산법은 오늘날 전세계에서 통용되는 일종의 표준이 되었습니다. 아직도 나라마다 고유한 연대 계산법을 쓰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단기, 불기 등을 사용하기도 하지만 공식적인 자료는 서기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천주강생(天主降生)이란 말그대로 참 하느님이신 성자께서 인간이 되셔서 이 세상에 오셨다는 강생교리를 말합니다. 강생을 다른 말로는 육화(肉化)라고 합니다. 모두 하느님께서 인간이 되셨음을 뜻합니다.

그런데 오늘날 전세계의 표준으로 자리잡은 서기 연대 계산법은 역사적으로 몇 년의 오차를 가지고 있습니다. Dionysius Exiguus가 여러 역사적인 사료를 종합해서 예수님의 탄생 연도를 계산했지만, 후대의 역사학자들에 의하면 실제 예수님의 탄생 연도는 오히려 기원전 4년에서 7년 경으로 보고 있습니다. 사람이 완전할 수는 없으니 그런 실수도 할 수 있겠죠? 성서의 내용과 연관지어 보면 예수님께서 탄생하실 때의 이스라엘의 왕이었던 헤로데 대왕은 기원전 4년에 죽은 것으로 역사학자들은 보고 있습니다. 따라서 예수님께서 헤로데 대왕 사후에 태어나셨다는 것은 맞지가 않습니다. 그래서 오늘날의 대체적인 의견은 Quirinius의 호구조사 연도에 맞추어(루가 2장 1절 이하) 예수님의 탄생 연도를 기원전 6년으로 잡고 있습니다.

사실 엄밀하게 따진다면 올 해가 2000년 대희년도 아니지요? 대희년을 꼭 예수님 탄생 2000년이라고 한다면 이미 6년 전에 지나갔습니다. 하지만 모두가 표준으로 사용하는 연도를 고려해서 2000년 대희년을 올 해에 지내는 것입니다.

이렇게 몇 년의 오차가 있지만, 그것이 그렇게 중요하지는 않습니다. 처음에 정확하게 추산했으면 하는 아쉬움은 있지만, 그렇다고 모든 역사책의 연도를 다시 6년을 더해서 표기하는 고생을 할 수는 없죠? 그냥 사용하면 됩니다. 중요한 것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이 세상에 오신 강생 사건을 시간의 처음으로 보려했던 신앙의 마음을 간직하면 될 것 같습니다.

제대로 설명 드렸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찾아주셔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