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론

하느님 앞에 살아있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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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윤석 [drhur] 쪽지 캡슐

2004-11-08 ㅣ No.94

 

* 다시 가을!


- 도종환


구름이 지상에서 일어나는 일에 덜 관심을 보이며

높은 하늘로 조금씩 물러나면서

가을은 온다.


차고 맑아진 첫 새벽을 미리 보내놓고

가을은 온다.

***********

몇일전에 북한산에 고등학교 동창들과 함께 북한산을 갔다.

정릉 수녀원 앞으로 해서 친구들과 함께 오른 산은 참으로 아름답고 그윽하였다..

다양한 색상과 크기 그리고 가을의 낙엽냄새가 너무나 좋았고 더욱이 높고 푸른 물이 금새라도 떨어질 것 같은 하늘은 가슴을 세탁(?)하기게 충분하였다.


친구중에  대기와 기상에 대해 연구하는 친한 친구가 있었다. 정상에 올라 우리가 물었다!

“가을에는 왜 하늘이 더 푸르러 보이는 것이지? 하늘이 왜 높아지는 것이지?”

그가 대답했다.


“글세 이론상으로는 가을의 습한 고기압대의 영향으로 구름의 고도가 높아지기 때문이지!”


나는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때 까지 북한산을 떠나본적이 없다. 그래서 그런지 나의 모든 모교의 교가는 모두 북한산의 정기라는 말이 들어간다.

어려서 교가에 늘 산이야기라 마치 산신령 주제가 같아서 싫어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요즈음은 산에 가는 것이 좋아졌다. 내가 사는 집이 정릉의 북한산 자락이라 수녀원 뒷문으로 가면 좋은 코스의 등산로가 나온다. 요즈음 사실 배가 나온 이유도 있고 그래서 동창신부들이나 수녀님들이 정릉에 있다니까 산에 많이 다니라는 주문도 있어서 그런다.

우리동창 학수형도 본당주위에 산이 많고 좋다고 다닌다나?


하여튼 산에 오르면 늘 느끼지만 이런 생각이 든다.


“내가 저렇게 좁은 곳에서 참 아웅다웅 산 것 같다. 너무 바쁘게 산 것 같다.”


이래서 이런 시도 지어 보았다.


“산에 오르는 것은 산을 바라보기 위함이며 산을 만나기 위함이다.

하지만 산의 정상에 오르는 것은 자신이 얼마나 낮은 곳에서 좁게 살았던가를 자신에게 사과하기 위함이다.”


도종환 시인의 말처럼 정말 진정한 가을은 “구름이 지상에서 일어나는 일에 덜 관심을 보이며 높은 하늘로 조금씩 물러나면서” 오는 것이다.


망중한(忙中閑)이라는 말이 있다. 바쁜 가운데 한가함! 가을하늘 추수할 것도 많은 가장 바쁜하늘일 텐데 가을은 그 바쁜 그 시기에 지상에서 일어나는 일에 덜 관심을 보이며 하늘로 조금씩 물러나는 구름을 통해 오는 것이다.


오늘 복음말씀에 진정 하느님은 살아있는 분이시며 또한 하느님앞에 있는 사람이 바로 살아있는 사람임을 선언하신다.


요즈음 시대는 바빠서 하늘을 바라볼 시간이 없다고 한다.


성직자 수도자들의 삶도 참 더 바빠지는 것 같다.


하지만 구름이 지상에 일어나는 일에 덜 관심을 보이며 하늘로 조금씩 물러나는 것처럼 그래서 더 푸르른 가을하늘이 되는 것처럼! 우리도 여유를 갖었으면 한다.


우리에게 그러한 가을하늘의 여유는 바로 하느님앞에 홀로 있는 시간이다.


그 시간이 바로 살아있는 여유의 시간이다.


하느님에게 있어 살아있다는 개념은 이승의 사람이냐 저승의 사람이냐의 장소적 개념보다는 당신앞에 서있는가 아니며 다른것에 서 있는 가일것이다.


수녀원은 무척 한가한 생활이려니 하고 생각했는데 수녀원의 수녀님들도 무척 바쁘다. 그래서 혹시 휴식시간이 언제냐고 일과 시간표를 보고 물었더니 한 입회자가 “기도시간이 휴식시간이것 같다”라고 대답했다.


나는 요즈음 신학교에서 참 모르고 살았지만 이제사 느끼는 것이 생긴다.


신학교때의 기도시간, 성무일도시간의 그 하나된 굵은 목소리, 매번 졸기도 많이 졸았지만


그 시간이 참 좋았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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