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곡성당 자유게시판

달봉 신부의 짧은 오늘의 복음 묵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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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달현 [dalbong6] 쪽지 캡슐

2003-03-05 ㅣ No.1946

오늘은 재의 수요일입니다. 머리에 회개의 증거로 재를 쓰게 됩니다. 회개란 하느님께로 몸과 마음을 향하는 것입니다. 오늘로부터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을 묵상하고 기도하는 사순시기가 시작됩니다. 이 사순시기 더욱 커다란 은총을 받기 위해서라도 더욱 열심히 극기하고 희생하고 봉사하고 사랑했으면 좋겠습니다. 가능하시다면 사순시기를 시작하는 오늘 재의 수요일 예식에 참석하시어 새로운 결심을 하시기를 바라겠습니다.

 

오늘의 복음 말씀은 마태오 6,1-6. 16-18절까지의 말씀입니다. 그 내용은 이렇습니다. 예수님께서 자선과 단식과 기도에 대하여 말씀해 주십니다. "너희는 일부러 남들이 보는 앞에서 선행을 하는 일이 없도록 하여라. 자선을 베풀 때에는 오른 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여 그 자선을 숨겨 두어라. 너는 기도할 때에 골방에 들어가 문을 닫고 보이지 않는 네 아버지께 기도하여라. 그러면 숨은 일도 보시는 아버지께서 다 들어주실 것이다. 단식할 때에는 얼굴을 씻고 머리에 기름을 발라라. 그리하여 단식하는 것을 남에게 드러내지 말고 보이지 않는 데 아버지께 보여라."

 

머리에 재를 쓰는 이유는 무엇이겠습니까? 우리는 재를 받으면서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돌아갈 것을 기억하라.(창세 3,19)”는 말씀이나 “회개하고 복음을 믿어라.(마르 1,15)”는 말씀을 듣게 됩니다. 이 말씀은, 인간은 결국 죽을 수밖에 없는 존재로 삶과 죽음이 하느님의 손에 달려있음을 일깨우는 것이며, 그래서 하느님을 두려워하고 자신의 삶을 바꾸어 하느님께로 향하도록 하라는 회개의 호소인 것입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그 의미를 살펴보면, ’재’라는 상징물은 재를 받는 예식을 통해 우리에게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의미를 설명해 줍니다.

 

1. 먼저 재는 ‘열정’을 뜻합니다. 재는 불로 태운 것입니다. 불로 시련과 단련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자신을 모두 태워버린 것입니다. 가곡의 노랫말처럼 ’탈 대로 다 탄 것’이 곧 재입니다. 불로 자신을 태우듯이 사순시기를 지내는 우리가 하느님께 대한 열망과 열정으로 자신을 온전히 태워버리고 살아야 함을 말하는 것입니다.

 

2. ‘재’는 ‘정화와 순수’를 뜻합니다. 재는 태울 것을 다 태웠기에 모두 소독되었고 깨끗한 것입니다. 그래서‘정화’를 뜻합니다. 또 더 이상 태울 것이 없습니다. 탈 수 있는 것은 다 태워서 제거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재를 받고 살게 되는 사순시기는 자신을 깨끗하게 정화하고 순수한 본래의 모습, 흙과 같은 존재, 더 이상 태울 것이 없는 자신의 것으로 남는 생활이 되어야 함을 우리들에게 말해줍니다.

 

3. 그리고 재는‘밑거름’입니다. 우리는 더 이상 쓸 곳이 없다고 생각하여 흔히 재를 버립니다. 하지만 자연의 이치는 그렇지 않습니다. 재는 자연으로 돌아간 것이며, 새로운 생명과 새로운 성장을 위한 거름이요 가장 좋은 비료입니다. 그러므로 재를 받고 살아가는 우리의 사순시기는, 그래서 새로운 삶을 출발하고 그리스도 부활이라는 새 생명을 향한 밑거름과 같은 생활이 되어야 함을 일깨워준다.

 

이렇게 사순시기를 시작하는 첫날인 재의 수요일은 ‘재의 예식’을 통해 우리에게 사순시기의 참 의미를 깨우치고 또 부활을 준비하게 만듭니다.

 

사순시기는 참으로 은총이 풍부한 시기입니다. 단지 수난과 고통만을 생각하는 때가 아니라, 본래 우리의 모습, 하느님께서 우리를 지어내신 그 모습을 되찾게 하는 은총이 풍성한 시기입니다. 모쪼록 이 은총의 사순시기를 주님과 함께 잘 걸어가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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