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강론

연중 제3주일 하느님의 말씀 주일(나해) 마르 1,14-20; ’24/01/21

요즘 어떤 아이들은 “가는 말이 거칠어야, 오는 말이 곱다.”라고 한답니다. 게다가 “고생 끝에 골병든다.” “아는 길도 물어 가면 시간 낭비다.”라는 말을 쉽게 한다고도 합니다. 요즘 아이들이 우리보다 사회를 정확히 본 것인지, 아니면 보고 느끼고 경험한 대로 솔직하게 말하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우리는 아무튼 나와 내 식구들이 먹고살기 위해 죽어라 일해왔습니다. 누구나 이렇다하게 도와주지 않는 이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부지런히 그리고 악착같이 일해왔습니다.

일하면서 어떤 때는 그야말로 줄 것도 제대로 안 주면서, 가진 것마저 빼앗으려는 사람들도 만났고,

성실하고 진실하게 일하면 칭찬해 주고 월급을 올려주고 고마워하기는커녕, 나를 더 가멸차게 부려 먹으려는 사람들도 있었으며,

나의 인격과 내 삶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만 알고 자기 이익만 챙기는 사람들 사이에서, 버림도 받았으며,

필요할 땐 찾다가 필요 없을 땐 차버리는 야비한 세상사를 겪었고,

겸손하고 인간적으로 대하면 깔보고 이용해 먹으려는 사람들 틈새에서, 복수하고 싶은 악한 마음마저 들었으며,

상대를 배려해 주고 인정해 주면, 내가 무슨 문제라도 있어서 져주는 줄로만 알고, 자기 권리와 자기주장만 내세우면서 속 썩이는 사람들을 겪어야 했습니다.

그러자니 남과 악착같이 싸워서 이기거나, 남을 밟고 올라서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전쟁과도 같은 세상에서, 남에게 지지 않으려고, 또 남에게 이용당하지 않으려고 무척이나 노력했고, 또 남에게 밟히지 않으려고 갖은 수를 다 썼으며, 때로는 나 자신도 남을 밟기도 하면서 살아왔습니다.

심지어 우리가 예기치 않은 사고나 일들이 생기거나, 우리가 하는 일이 바라는 대로 잘 이루어지지 않을 때는, 주님마저도 원망하면서 살아왔습니다.

그런 우리에게 예수님께서 오늘 말씀하십니다.

“때가 차서 하느님의 나라가 가까이 왔다. 회개하고 복음을 믿어라.”(마르 1,15)

그나마 죄인인 우리에게, 회개라도 하면 살려주시겠다고 하시니, 회개는 하겠는데, 회개하고 나서 새로 살 일이 캄캄해지기도 합니다. 그야말로 회개하고 나면, 세상에서 ‘내가 밥이 될 텐데!’ 하는 근심이 나의 현실을 떠나지 못하게 잡고 있습니다.

그런데 설상가상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가 예수님께서는 우리를 부르십니다.

“나를 따라오너라. 내가 너희를 사람 낚는 어부가 되게 하겠다.”(17절)

복음서에는 베드로와 그의 동생 안드레아 그리고 제배대오의 아들 야고보와 그의 동생 요한은 “곧바로 그물을 버리고 예수님을 따랐다.”(18절) 라고 쓰고 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나 하나 먹고 살기도 힘든데, 그리고 내가 세상을 살기 위해서는 얼마나 비굴하고 야비해지거나, 최소한 그런 사람들을 상대로 하기 위해서, 매일 긴장과 경계와 의심 속에서 살아오고 있는데, 나를 당신의 제자로 쓰시겠다니, 사람을 잘못 골라도 유분수지 어찌할 바를 모르겠습니다.

나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면서 부르신다면 통사정이라도 하겠는데, 나를 태어날 때부터 샅샅이 다 아시면서도, 나를 당신의 제자로 쓰시겠다니…! 간다고 할 수도 없고, 안 간다고 할 수도 없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면서, 정말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럼 복음서를 한 번 봅시다.

예수님께서 기적을 베풀어 빵을 배불리 먹이고, 병자들을 고쳐 줄 때는, 예수님이 하느님의 아들이건 손자건 관계하지 않고, 그저 빵만 얻어먹으면 된다는 심산으로, 여기저기서 마구 몰려들었습니다.

그런 인간의 탐욕스런 변덕으로, 주님께서 더 이상 기적으로 빵을 배불리 먹이지도 않고, 병을 하루아침에 고쳐 주지도 않으시면서, 내가 하느님의 아들이니 내 말을 들으라고 했더니, 자신들의 탐욕을 채워 주지 않는다고, 십자가에 못 박아 죽여버리는 인간들의 심사를 겪으셔야만 했습니다.

그런데도 예수님은 애초에 인간들의 속성을 다 아셔서 그랬는지, 아니면 아버지 하느님의 뜻이 워낙 지엄하고 명확해서 순명하시느라고 그런 것인지는 정확히 몰라도, 예수님께서는 그런 인간들을 저주하지 않으시고, 인간의 모든 죄를 대신 짊어지고 용서해주시며, 오히려 당신 생명마저 나누어 주셨습니다.

우리 인간이 죽인다고, 하느님의 아들이신 예수님께서 죽어주시고,

그렇게 우리가 죽여도, 우리를 향해 화를 내시거나, 벌을 내리시거나, 내치지 않으시고,

오히려 우리의 무지몽매함을 안쓰럽게 여기시고, 우리 죄인을 품에 안아주시어,

영원한 멸망의 죄악에서 우리를 건져주시기 위해, 주님의 목숨을 바치면서까지, 우리 죄를 사해주시니 감사드릴 뿐이옵니다.

그 덕에 우리가 오늘 이렇게 살아 있고 주님의 사랑과 안배와 섭리 안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주님께서 보내 주신 성령께서, 우리를 지켜주시고, 돌봐주시고, 깨우쳐주시고, 이끌어 주시니, 주님의 성령께 의탁하여, 오늘을 기쁘고 행복하게 살고 있습니다.

이처럼 죄없으신 하느님의 아들 예수님께서 우리를 살리시기 위해 대신 생명을 바치셨으니,

아버지 하느님께서는 우리 인간을 죄악에서 구하신 공로로, 예수님에게 다시 생명을 허락하시어, 예수님께서 죽음의 세계에서 벗어나 부활하게 되셨고, 마침내 우리의 주님이 되셨습니다.

그 주님께서 오늘 우리에게 회개하라고 하십니다.

부활한 영원한 생명을 얻기 위해서는, 세상사에 대한 걱정과 불안에서 벗어나서, 주님을 믿고 회개하여 새로 나야만 한다고, 그리고 나서 주님을 따라 세상의 구원을 위해 함께 일하자고 하십니다.

그런데 이렇게 영원한 생명을 가져다주신 주님께서, 황송스럽게도, 오늘 우리를 제자로 부르시니, 우리는 낯 뜨거워 바로 거절하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선뜻 대답하기에는, 나약하고 부족한 우리 자신을 너무나도 잘 아는지라, 기쁘게 흔쾌히 응답하지 못함은 당연할 따름이옵니다.

주님께서도 아마 이런 우리를 너무나도 잘 아시는지라, 이렇게 말씀하실지도 모릅니다.

‘내가 언제 너희를 사람 낚는 어부가 되도록 키우고 만들겠다고 했지, 지금 당장 사람들을 낚아오라고 했니? 그리고 내가 언제 너희가 사람을 낚아오지 못한다고 나무라기라도 했니?

내가 너희와 함께하면서 몸소 다 이루어 줄 터이니, 너희는 그저 나와 함께 십자가를 지고, 아버지의 뜻을 이 땅에서 이루어 하느님 나라를 이룩하겠다고 응답이나 하고, 그렇게 하려는 마음을 가지고, 나서기나 하렴! ’

주님의 그런 부르심 앞에서, 저희는 그저 고개를 숙이고 부끄러이 청합니다.

‘주님, 저희 죄를 씻어주시고, 저희를 이끄시고 도우시어, 당신의 도구로 만들어 주소서!

저희는 부족하고 나약한 인간이오나, 주님께서 저희를 구하시고 변화시켜 쓰시겠다니, 그저 주님의 처분만을 바랄 뿐이옵니다.

주님, 주님의 성령을 보내 주시어, 저희와 함께하시면서 저희를 키우셔서, 주님 나라를 세우고 이루는 도구가 되게 해주소서. 우리 주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 아멘.’

“나를 따라오너라. 내가 너희를 사람 낚는 어부가 되게 하겠다.”(마르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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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3주일 꽃꽂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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